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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손실 떠맡겨온 재벌에 강도높은 개혁을

|contsmark0|한정석 kbs tv1국
|contsmark1|잇단 경제지표들이 빠른 속도로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재벌과 일부 보수일간지들의 지면에는 재벌개혁에 사뭇 비판적인 논조들이 일견 그럴듯한 논리를 전개하며 등장하고 있다. 그러한 주장의 공통적인 배경은 소위 ‘시장주의 원칙’이다. 빅딜의 경우 시장원칙은 더욱 설득력을 갖고 있는 듯이 보인다. 시장이란 한 마디로 구매자와 판매자가 만나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다. 고전주의 경제학으로부터 시작한 시장개념에는 그 위대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그 손에 의해 가격과 수량이 자동적으로 결정되며 그러한 거래를 통해 공급자와 수요자의 효용이 극대화된다. 한 걸음 나아가 그것이야말로 민주적이라는 주장에는 정부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정부의 ‘민주적 시장경제론’은 바로 그런 이념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정부는 스스로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일까. 그러한 주장에는 한가지 전제가 생략되어 있다. 시장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거래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의사가 없다면 시장도 없다. 시장이 없는 곳에 시장원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재벌간의 빅딜은 처음부터 시장원리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과잉중복투자에 대한 구조조정이라는 공적 차원에서 이해되어야한다. 70년대 정부의 주요산업 육성책이 나름대로 성장의 발판이었던 사실을 인정한다면 한국 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철강산업의 공급과잉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 시장의 원리대로라면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가격을 통해 공급자 스스로 물량을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테니까 말이다. 문제는 지배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는 재벌총수들에게 그러한 시장마인드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빅딜에 대한 재벌의 속내를 알 길은 없지만 재벌체제의 본질을 살펴보면 굳이 재벌들이 빅딜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다. 그 근거는 과거 재벌총수들이 이윤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해 온 행태로부터 유추된다. 재벌총수에게 시장원리란 이윤은 챙기고 손실은 은행에 떠넘겨 국민의 세금으로 뒷수습하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하지 않았다. 97년 재경부와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재벌총수들의 해외재산이 300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러한 거부들에게 시장원리 때문에 사업을 포기한다는 것은 약골에 지나지 않는 행동일 뿐이다. ‘내가하면 된다’, ‘한다면 한다’는 호언 속에 깔린 생각도 사실 정경유착과 부실 떠넘기기라는 파렴치한 전략이었음은 이제 누구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윤과 손실의 자기책임원칙이 확립되어있다면 재벌들이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지속할 이유를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빅딜에 앞서 이러한 원칙이 확고히 법제화될 필요가 있다.빅딜과정에 무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를 무산시키기 위해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주장들도 있다. 소위 산업 포트폴리오 구성이론이 그것인데 산업경기의 사이클에 따라 위험분산을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일견 그럴듯하게 들린다. 금융자산의 경우 포트폴리오 구성은 방향이 다른 두 상품간에 투자함으로써 위험을 최소화하는 이론이다. 예를 들면 금리와 주가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예금과 주식을 적절히 분산 보유한다든지 하는 전략인데 리스크가 적은 만큼 이익도 적은 법이다. 반면에 기업은 비용을 초과하는 이익을 지속적으로 내지 않으면 부도에 처하기 마련이고 경쟁사의 시장진입으로 늘 혁신화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해 과거 70~80년대 국내 독과점체제가 더 이상 효력을 잃고 있는 현재의 글로벌 경쟁시대에는 전문화가 아닌 포트폴리오 경영방식으로는 어느 기업이든 자멸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의 소니나 미쯔비시가 단일 업종이기 때문에 경영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69년 메모리칩을 처음 발명한 인텔사가 80년대 일본의 맹렬한 물량공세로 인해 메모리사업을 포기했을 때 그들이 선택한 사업은 세탁기나 전화기가 아니라 마이크로프로세서였다.그후 인텔은 매년 평균 3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 재벌들은 반도체가 안되면 자동차에서 벌고 건설이 안되면 에어컨으로 승부를 내고자 했다. 결국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못했고 imf가 왔다.열 재주 가진 놈이 정작은 빌어먹더라는 속담은 바로 재벌체제와 거기에 근거를 둔 우리경제를 두고 한말이다. 재벌개혁은 현재보다 더욱 강도 높게 지속되어야만 한다.※ 본 시평의 의견은 연합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contsmar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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