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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과 유쾌함의 대결
kbs<우리말 겨루기>vs mbc<말달리자>

월요일 저녁, tv에선 우리말 대결이 펼쳐진다. kbs1 <우리말 겨루기>(프로듀서 주연자)와 mbc <말 달리자>(연출 전진수)가 그것. 두 프로그램은 ‘우리말’을 다룬다는 점에서 닮았다. 방송 시간대도 비슷하다. <우리말 겨루기>는 월요일 저녁 7시 20분부터, <말 달리자>는 7시 30분부터 방송된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이 승부를 겨루는 ‘우리말’은 전혀 다르다.
<우리말 겨루기>는 국어사전에 표준어로 등재된 단어만을 다룬다. 모든 문제는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에 따른다. 맞는 말과 틀린 말을 맞히고 주어진 첫소리만으로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알아맞힌다. 마치 kbs가 매년 실시하는 ‘한국어능력시험’의 tv판 같다. 다섯 명의 일반인 출연자들은 시종 긴장한 채 문제를 푼다. 결코 쉽지는 않다. ‘우리말이 이렇게 어려웠나?’ 새삼 깨닫는다.
<말 달리자>의 주인공은 팔도의 사투리다. 서울 땅은 물론 지방의 도시에서도 쉽게 들을 수도 없는 사투리들이다. 스피드 퀴즈 형식을 띤 ‘사투리 다섯 고개’엔 경상도, 제주도, 충청도, 강원도 등 지역을 대표하는 ‘사투리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출연자들에게 자신의 지역 사투리로 단어를 설명한다. 출연자들은 외계어라도 듣는 듯이 넋을 잃고 있기 일쑤다. 한 단어를 맞히는데 50초가 훌쩍 넘고, 300초 동안 다섯 문제를 풀지 못 해 쩔쩔매기도 한다. 하지만 긴장할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바로 거기에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 겨루기>는 진지하다. 공부하는 학생의 자세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우리말 달인’이 되기 위해선 그 어렵다는 장·단음 문제도 맞혀야 하고 아리송한 띄어쓰기의 벽도 넘어야 한다. 시종 늦출 수 없는 긴장감이 이 프로그램의 백미다.
<말 달리자>는 유쾌하다. 진행자도, 출연자도 모두 연예인이다. 사투리 다섯 고개에 출연하는 ‘사투리꾼’들조차 연예인 같은 말재주를 보인다. 그들은 단어 설명도 결코 쉽게 하지 않는다. ‘경상도 아가씨’는 ‘114’를 “이거는예~ 억수로 편리한 거거든예~”라고 장황하게 설명하고 ‘충청도 아버님’은 ‘육회’라는 단어가 나오자 “이거 나왔구먼. 이거 뭐 목에 침 넘어가는구먼~”이라며 한참을 끌어간다. 출연자들은 당황하지만 보는 시청자들은 뒤로 넘어간다. 사투리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즐기는 것. 그것이 <말 달리자>가 주는 재미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표준어와 사투리라는, 같은 ‘우리말’을 다루는 퀴즈 형식의 프로그램임에도 <우리말 겨루기>는 교양프로그램에, <말 달리자>는 예능프로그램에 편성돼 있다는 것이다. 표준어는 엄숙하다. ‘김밥’을 ‘김빱’으로 발음하는 것이 옳은지, ‘효과’를 ‘효꽈’로 발음하면 안 되는지 늘 헷갈려 하며 아나운서의 정확한 발음에 기가 죽는다. 그래서 표준어를 배우는 것은 ‘교양’이다. 반면 사투리는 재미있다. 영화에서도,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사투리는 종종 웃기기 위해 사용되곤 한다. 그래서 사투리를 배우는 것은 교양이 아니라 ‘오락’이다.
‘우리말 지킴이’로 앞장선 <우리말 겨루기>와 ‘팔도 사투리가 모두 통하는 그날’을 꿈꾸는 <말 달리자>. 인터넷 언어 사용으로 한글이 파괴되고 서울 중심의 문화권으로 사투리가 소멸되고 있다는 요즘, 매주 월요일 두 프로그램의 대결이 기다려진다. 김고은 기자|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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