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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드라마틱> 편집장
mbc 주말연속극 <누나>

가족극 넘어 멜로의 진수를 보여주다

사극을 제외하면 거의 100%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한국 드라마계에서 멜로물 과잉의 문제는 사실, 한국 드라마계에 멜로물 제작 편수가 기형적으로 많으며 그것이 다양한 장르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점만이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그토록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멜로드라마의 홍수 속에서도 실상은 제대로 된 멜로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에 있다.
멜로드라마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이해가 있어야만 만들어 낼 수 있는 장르다.
그저 첫눈에 반하는 감정이란 얼마 안 되는 시간의 흐름 혹은 몇 가지의 실망스러운 사실만으로도 변하곤 하지만, 멜로드라마가 보통 요구하게 되는 사랑이란 결코 ‘첫눈에 반했다’는 정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런 감정이 만들어지는 것은 그저 그 사람이 마냥 착해서도 아니고(착한 사람들만 연애할 수 있다면 세상에 연인이 몇이나 될까), 나한테 너무 잘해주기 때문도 아니다(역시나 잘해준다고 다 사랑하게 된다면 세상에 짝사랑이 왜 존재하겠는가).
우리가 타인의 사랑을 보며 갸웃거리는 것은 그들 사랑의 히스토리를 제대로 모르고 있기 때문이지, 모든 사랑의 과정에는 어떤 납득할만한 절실함이 따른다. 서로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성정과, 그 성정을 만들어낸 환경과, 그들이 처한 상황과, 그로 인해 서로 공유해온 모든 것이 어떤 필연성으로 사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은 당사자들조차 잘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미묘하면서도 복합적인 그런 ‘인간의 진실’이며, 작가는 그것을 깊은 통찰과 이해로 꿰뚫어보고 그려내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저 둘은 어려서부터 가까웠고 불쌍한 남자애를 착한 여자애가 늘 감싸주었기에 운명으로 맺어진 사이가 되었으나 서로의 걸맞지 않은 집안환경이 자꾸만 허들이 되고 결국 둘은 장애물 넘어 결혼에 골인하는 철인 3종 경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따위의 것은 아닌 것이다.
심지어 인간이란, 나를 감싸준 여자애 혹은 남자애를 오히려 멸시하면서, 나를 무시하고 멸시하기만 한 상대를 사랑하게도 되는 불가해한 존재다. 그런 불가해한 감정까지도 자신만의 눈으로 꿰뚫어보고 이해할 수 있게끔 그려내는 것이 작가의 역량인 것이다.
그렇다고 볼 때 최근 방영 중인 mbc 주말극 <누나>는 멜로드라마가 어떤 통찰을 가지고 있어야 하느냐를 제대로 보여주는 극이다. 물론 이 드라마는 주말극의 특성답게 가족드라마에 가깝긴 하지만, 그러나 이러한 멜로적 요소들로부터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왜 가난한 집안의 온갖 짐을 다 싸안은 장남이며 번번이 교수임용에서 떨어지고 있는 박사 건우(김성수 분)는, 못돼먹은 성미에다 속물이며 하다못해 극장에서 독립영화를 끝까지 볼 인내심도 혹은 지적 수준도 안 되는 승주(송윤아 분)를 그토록 사랑하는가. 극중 건우의 고모가 말했듯 “세상에 저런 애가 좋다고 잠도 못자고...”라는 탄식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복잡하고도 미묘한 인간의 문제에 대하여 김정수 작가는 정말 살아 있는 것 같은 캐릭터와, 그 캐릭터들이 겪는 감정과 취하는 행위를 날카롭게 묘사함으로써 설득력 있게 답한다. 또한 그 설득력은 그저 머리나 논리로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가슴을 통해 깊은 울림으로 이어진다.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하려면 이처럼 하라. 사실 이 정도면 멜로물 비율이 100%가 된들 뭐 어떻단 말인가.|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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