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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표준fm <음향리포트 오늘>

오늘에 귀 기울이며 ‘잠깐 멈춤’

‘듣는’ 라디오가 ‘보는’ 라디오로 진화하는 요즘, 소리의 힘을 믿는 프로그램이 있다. mbc 표준fm <음향리포트 오늘>(연출 이순곤)이 그것. 월요일~금요일 오후 9시 35분부터 그날의 일을 소리만으로 전한다. 그것도 단 5분 동안.
<음향리포트 오늘>은 지난 4월 봄 개편 당시 신설됐다. 이순곤 pd는 “가장 라디오적인 프로그램으로 구상했다”고 전했다. 라디오적이란 건 무엇일까? 바로 듣는 매력이다.
‘보는 라디오’가 등장한지 오래고 dmb 라디오는 이미지도 함께 제공한다. 이제 순전히 듣기만 하며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음향리포트 오늘>은 다르다. 5분 동안 오롯이 소리로만 전달되는 오늘의 이야기가 솔깃하다.
마이크는 어디든지 간다. 판교 청약 접수 현장에 나가기도 하고 중국대사관 앞에서 역사 왜곡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기도 한다. 대학생들은 도서관 자판기 앞에서 취업을 위해 과외까지 해야 하는 현실을 한탄하며 청년 실업을 걱정한다. 이에 내레이션을 맡은 이주연 아나운서는 “연봉보다 인생을, 운명보다는 의지를”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자전거로 출퇴근하거나 운동하는 사람들이 자전거 예찬을 쏟아내고 밥 없이는 살아도 휴대폰 없이는 살 수 없는 10대들이 문자메시지를 읽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음향리포트 오늘>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오늘의 일이다. 이순곤 pd는 “현재의 이슈,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당일 사건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제목에 나타나듯이 ‘리포트’와 ‘오늘’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가치인 것이다.
그래서 아이템도 미리 정해두지 않는다. 방송 전날 혹은 당일 아침 취재 계획을 잡고 pd나 리포터가 마이크를 들고 나선다. 방송시간은 단 5분이지만 취재를 위해 3~4시간 이상 여러 군데를 뛰어다녀야 한다.
짧은 방송 시간 탓에 <음향리포트 오늘>은 크게 욕심내지 않는다. 사람들의 말에 개입하거나 굳이 결론을 내려 하지 않는다. 성급한 해석도 금물이다. 묵묵히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차갑지 않다. 전세 품귀 현상과 내 집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꼭두새벽부터 집을 잃은 대추리 주민들”의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우리들의 집은 대체 언제쯤 찾을 수 있느냐”는 물음을 대신 묻는다.
이 pd는 “건조한 팩트를 전달하는 보도 리포트와 차별화해 <음향리포트 오늘>은 팩트 그 이상의 의미를 추구한다”며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 ‘보이지 않는 팩트’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송이 시작된 지 5개월. 아직 프로그램을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지만 가장 라디오적이어서 오히려 낯설고 독특한 프로그램의 매력에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이 pd는 “시작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지금도 계속 시도하는 중”이라며 “프로그램을 규정하기보다는 어떤 색깔로 만들어갈지 계속 고민하며 사람들의 숨결까지 담고 싶다”고 전했다. 김고은 기자|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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