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따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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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바라보는 tv의 시선
김 수 진
서울ywca 기획부 간사

예전에는 딸이 이혼하면 이웃들이 알지 못하도록 쉬쉬할 정도로 이혼은 수치스럽고 창피한 일이었다. 남의 불행이 큰 뉴스가 되는 방송계에서도 연예인의 이혼은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혼은 당당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방송에서도 연예인의 이혼은 더 이상 쇼킹한 뉴스거리가 되지 않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이혼여성들의 당당한 홀로서기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주말 드라마 <누나>, <소문난 칠공주>, <사랑과 야망>에서는 모두 이혼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 여성들 또한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과거 이혼 여성이 일용직에 종사하며 힘겹게 사는 모습이었던 것에서 벗어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적극적인 모습이 보기 좋다. 그런데 내가 만나는 주부 방송모니터 회원들은 몇 가지 불만들을 갖고 있었다.
드라마마다 이혼 여성이 등장하는데 높은 이혼율 때문인가, 아니면 이혼녀의 삶이 이야기될 것이 많기 때문인가? 이혼한 후에 더 고생하고 힘들게 사는 것은 왜 여성인가? 이혼하는 원인은 왜 배우자의 외도인가? 이혼 여성이 겪는 갈등은 왜 꼭 전남편과 관계되는가?
이런 불만들은 드라마를 좋아하는 애정만큼 더 발전하기를 원하는 어머니들의 마음이다.
예전에는 이혼녀를 외도, 간통 등의 소재와 연결하여 부정적인 모습으로 묘사했던 반면 지금은 의사가 되거나 창업해 성공하는 등 당당하고 적극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이혼 여성을 시청자의 눈을 끌기 위한 소재로 삼는 것은 변함이 없다.
또한 이혼 후 힘들어하고 고생하는 것은 여성이다. 갑자기 생업전선에 뛰어들어 고생하고, 성폭력의 위협에 처하는 등 남편의 보호막을 걷고 나온 여성에게 사회는 ‘정글’이라는 식이다. 이혼 후 여성보다 남성이 적응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방송에서는 남성이 이혼 후 사회에서 겪는 고생 등은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혼 남성의 집안일은 어머니가 맡거나 재혼을 하는 등 드라마 속 이혼 남성은 여성보다 비교적 쉬운 삶으로 묘사되고 있어 아쉽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은 이혼하는 부부들의 수많은 이유들을 보여준다. 그 많은 이유들을 드라마에서 보길 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배우자의 외도 외에도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이혼을 택하는 안타까운 사연처럼 불가피한 선택도 보여주길 바라는 것이다. 또한 이혼 여성이 겪는 갈등도 다양하게 다루어졌으면 한다. 자녀 양육 문제가 가장 크지만 재혼하게 되면 전남편과 현재 남편을 비교하면서 고민하게 되는 현실적인 갈등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이혼 여성을 많이 다루고 그들의 당당한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은 이전에 갖고 있던 이혼 여성에 대한 색안경을 벗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드라마 속 이혼은 기존의 모습을 반복할 뿐 내용적인 면에서 사회적인 시각을 변화시키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혼 여성의 수를 늘려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깨는 것도 좋은 시도이지만 그보다 이혼을 재미의 대상으로 미화시키지 말고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이혼과 관련된 소재의 폭을 넓혀 주길 바란다. 그러한 노력을 통해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편견을 부수고 시청자들을 새로운 문화로 인도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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