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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 자율성 없이는 ‘지뢰밭’ 헤맬 뿐

|contsmark0|pd는 프로그램으로 말한다는데 편성 pd(편성기획 및 주간편성)는 무엇으로 말하나? pd는 오직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는데 편성pd는 무엇으로 평가받을 수 있나? 한 방송사의 정체성과 경영철학 및 이념은 편성에 용해되고 발현됨에도 불구하고 개편이 있을 때마다 신문지상에서는 ‘시청률 중심의 편성’이라는 준엄한(?) 질책은 공식이 됐고, 흔히 ‘편성이 잘못됐다’느니 ‘편성의 오류’라는 말도 쉽게 쓰이는 요즘, 편성pd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인식도 팽배하다. “일의 매듭이 없다는 것이 힘들다. 편성은 현재와 미래를 넘나들고, 그 연속선상에서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sbs 이철호 pd)“주말에 비가 올 것인지 아닌지 날씨에 민감해야 하고, 권투중계할 때는 어느 한쪽이 ko승을 해 방송시간이 남는 불상사(?)가 없기를 바란다. 배구나 야구 등 시간이 결정되어 있지 않은 경기를 편성할 때는 늘 조마조마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잔걱정이 많아지고 단 한번도 편하게 놀러가기가 힘들다.”(kbs 김성수 pd)“프로그램을 보는 것 자체가 일이고, 프로그램의 경향과 내용에 대해서 꿰뚫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편안하게 tv 보는 즐거움을 빼앗겨 버렸다.”(mbc 이길섭 pd)“점심 먹는 시간에서조차 프로그램 기획 및 내용 얘기가 주를 이루는 형편이라 제발 편하게 점심 좀 먹자고 항의하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나 모든 정보에 민감해야 한다는 점이 어렵다.”(ebs 김한동 pd)편성pd의 고충도 제작 pd에 비해 만만치 않다. 겉으로 보기에 여유있어 보일 뿐, 제작 pd처럼 프로그램을 마치고 두손 탁탁 터는 홀가분함도 없고, 개편이 끝나면 오히려 그 반응 및 평가와 후속작업으로 오히려 더 바빠지기 때문이다.편성pd가 편성표라는 결과물로 말하기 전까지 넘어야 할 산은 이외에도 많다. 제작부서와의 기본 조율은 물론이고, 보도·오락·교양 비율, 국산만화방영비율, 외주비율, 외화비율 등 지켜야할 편성비율은 십여가지에 이른다. 국산영화방영비율과 프로그램 등급제, 주시청시간대 편성비율 등 앞으로 충분히 예측되는 규제까지 포함한다면 편성 pd의 그야말로 ‘지뢰밭을 지나는 사람’처럼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편성비율에 대해 편성pd들의 문제의식은 대단하다.mbc 김정규 pd는 “여태까지 방송사의 원죄때문에 방송사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이러한 규제가 많았다면 그것은 본질적인 원인 규명 없이 현상에만 매몰된 것이다. 방송의 독립성이 확보되고, 경영진들이 정치권의 외풍을 타지 않는 구조가 된다면 우리 방송의 많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고, 편성의 전문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sbs 이철호 pd도 “프로그램의 탈장르 현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보도·오락·교양 식의 편성비율 규제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불합리한 방송편성 규제가 많아지면 분명 편법이 동원될 것이다. 국산만화의무비율만 해도 각 방송사에서 예산을 들여 자체제작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은 재방송으로 때울 수밖에 없는데 결국 시청자들만 손해보게 된다”고 주장했다.편성pd는 스스로를 ‘숲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작 pd들이 각각의 프로그램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편성pd는 각각의 프로그램을 가장 적절한 자리에 배치한다는 뜻이다. ebs 김이기 pd는 “제작pd가 상품을 만드는 생산자라면 편성pd는 상품을 어떻게 진열해 많이 팔리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편성pd를 정의했다. 당연 자신의 프로그램이 구석에 배치되거나 작게 포장된 제작pd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을 터. 이러한 제작부서의 불만에 대해 편성pd들은 대체로 이해한다. 그 역시 제작부서에 있을 땐 그러한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kbs 김성수 pd는 “편성은 전체적인 큰 틀속에서 보면 장기판의 말을 움직이는 것이다. 자신의 프로그램이 중요한 만큼 다른 프로그램도 중요하다는 것을 제작 pd들이 이해해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시간별로, 요일별로 촘촘하게 박혀있는 프로그램들로 가득한 주간 편성표나 개편때마다 나오는 프로그램 개편안에서 편성pd의 어려움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이 ‘빛’을 발할 때, 가장 적절한 편성이 아니었나를 한번 되새겨보는 것도 편성pd들에겐 위무가 될 터이다. 편성pd들은 “틈새 편성전략이 성공해 프로그램이 빛을 보거나 편성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의 반응이 좋을 때”(ebs 김병수 pd), “기획한 프로그램이 선전하거나 신설한 프로그램이 성과를 거두었을 때”(mbc 이길섭 pd) 가장 보람있다고 하니.미래를 예측하는 예지력과 정보분석력, 그 무엇보다도 각 부문을 조율하는 조정력이 있어야 한다고 편성pd들은 입을 모은다. 그들은 당연히 ‘편성의 전문가’임에도 아직은 ‘완전한’ 전문가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편성pd들이 진정한 ‘전문가’로 자부하기에는 우리 방송의 자율성 보장이 너무나 모자라기 때문일 것이다.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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