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는 ‘괴물’, 비준반대만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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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타결에 따른 시청각미디어분야의 문제와 대안’

‘한미FTA시청각미디어분야공동대책위원회’(이후 ‘공대위’)는 한미FTA라는 괴물을 ‘피하는’ 방법론을 고민하기 전에 괴물을 ‘잡는’ 방법론을 고민하고 있다. 사람을 살상하며 재산상의 손해를 끼치는 괴물을 언제까지 피해가며 살 수 있을까? ‘잡아 죽이는 된다’는 해법이 나와 있다.

 

즉 일차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한미FTA 비준을 저지할 것인가 즉 ‘괴물 잡는 방법론’에 무게중심이 있어야 한다. 그리하고도 역관계로 인해 비준저지가 무산되면 그 때 가서 ‘괴물 피하는 방법론’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면 된다. 문제는 한미FTA가 ‘괴물’이나 ‘아니냐’는 진단차원에서의 이견이 분분하다는 데 있다. 이 보고서는 먼저 한미FTA시청각미디어분야 합의문은 ‘괴물’임을 집중적으로 증명하고자 한다.

 

살아있는 불씨 ‘한국어더빙’

 

지난 3월15일 한미FTA 관계장관회의의 ‘비공개 녹취록’을 보면 한국어더빙과 관련한 재미있는 사건이 등장한다. 재구성해 보면 이렇다.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대통령께서 긍정적으로 한국어 더빙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밝히자 김종훈 대표가 ‘정체성 문제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사실상 수용의사를 밝힌다. 그러자 최민희 방송위 부위원장이 ‘신문도 방송을 겸영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만약에 CNN 등 한국어더빙이 풀리면 엄청난 사건이 일어날 것이다’며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서 ‘한미FTA 타결시에는 한국어더빙 문제를 빼고, 별도의 다른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자’고 중재한다.”

 

 

  ▲ 시민사회단체는 협상기간 내내 기자회견 등을 통해 ‘한미FTA 협상중단’을 촉구했다.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노무현대통령은 4월 2일 대국민담화에서 방송분야 개방이 더 되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밝힌 적이 있다. 노대통령은 한국어더빙을 풀라고 강력하게 지시했으나 협상팀에 의해서 좌절되자 이에 대해서 불쾌한 감정을 내 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시민 장관의 중재의 경우 당시 관계 장관 회의에 배석했던 실무자들은 특별한 의도가 있어 ‘별도의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자’고 한 것이 아니라 최민희 부위원장의 논리를 도와 주기위한 ‘단순지원발언’이었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별도의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자’에 무게를 실을 것인지 아니면 ‘한미FTA 타결시에는 한국어더빙 문제를 빼고’에 무게를 실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쟁점이다. 여전히 한국어더빙 허용문제는 꺼진 불이 아니라 살아있는 불씨로 우리나라 방송계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어더빙과 관련한 국내법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상태다. 이를 규제하는 것은 방송법도 방송법 시행령도 아닌 ‘외국방송 재송신 승인 정책방안-3. 외국방송 재송신 승인 세부 심사기준’의 ‘기타사항’에 불과해 지금이라도 방송위원회에서 위원들이 도란도란 모여서 이것 풀어주자고 합의하면 바로 ‘한국어더빙 허용’이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외국방송의 국내광고금지 조항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어더빙이나 외국방송의 한국내 광고 영업은 대통령의 지시나 청와대의 압력만으로 방송위원회가 쉽게 주저앉을 수도 있는 규제수준이라는 점에서도 ‘한국어더빙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외국인 PP투자 100% 허용, 국내PP 초토화 서곡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의 차이는 단지 미국자본이 한국에 PP와 무관한 법인을 하나 설립하고, 그 법인을 통해서 국내 PP 지분을 사들이게 하는 방식으로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의 차이는 ‘페이퍼캠퍼니’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로 간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 먼저, 한국 대부분의 PP들은 고사당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거대 미디어그룹이 한국의 케이블TV와 위성방송에서 그들이 직접 소유, 경영, 편성 운용할 수 있는 채널을 갖게 된다. 미국의 거대 미디어그룹이 소유, 경영, 편성 운용하는 채널과 한국의 중소 PP가 무제한적 경쟁을 벌여야 한다. 최근 들어 걸음마 수준의 자체제작을 하거나 준비하던 한국의 PP는 사실상 제작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채널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외국산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따라서 미국이 직접 영화채널을 운영하면 한국의 영화채널에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영화를 팔려고 하겠는가? 판다고 해도 2~3년 지난 영화를, 그것도 지금보다 고액으로 팔수는 있을 것이다.


미국의 PP가 등장하면 한국의 PP는 한국의 SO로부터 채널을 임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더 적어질 수 있다. 초기에는 고액의 런칭비를 지불하고서라도 한국의 SO를 설득하려고 들겠지만 이로 인해 대부분의 국내 PP들은 SO로부터 버림받아 사라지고 그 자리를 미국PP들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자연스럽게 한국산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PP가 줄어들 것이고,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미국 프로그램을 수입하는 양이 많아 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거의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어 미국 프로그램 유통회사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에 프로그램을 팔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결국 SO는 고액의 콘텐츠료를 미국과 외국 PP에게 제공하고, 그 부담을 시청자들에게 전가하게 된다. 지금 케이블TV 평균 시청료가 6000원 가량인데, 순식간에 1만원에서 1만5000원까지 치솟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리고 디지털케이블의 경우 지금 평균 시청료가 2만원 정도인데 4~5만원까지 시청료가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든지 가능하다.


‘한국의 PP들이 지금 예상처럼 그렇게까지 무기력한 존재인가?’라고 되물을 수 있지만, 방송 산업규모가 73조9000억에 달하는 미국과 그 1/10에 불과한 한국방송산업 규모와 33조의 미국 PP시장규모와 3조1000억원에 불과한 국내 PP시장 규모를 비교했을 때 100kg짜리 유도선수와 10kg 유도선수가 싸우는 격이고, 결국 기술(콘텐츠 질)이 의미가 없다. 체중으로 모든 것이 결정나버리기 때문이다.

 

‘국내 전체PP의 장르별 대미 수출입 금액 및 편수’를 비교한 표를 보다보면 ‘미국과 경쟁을 꿈꾸는 자! 그대는 돈키호테!’와 같은 카피가 저절로 떠오른다. 영화와 드라마는 수출이 ‘빵’이다. 그리고 오락과 교양 그리고 교육 프로그램을 보면, 수출편수는 한국이 훨씬 많은 데, 금액은 미국과 비교해 훨씬 적다. 한국의 현재 콘텐츠가 미국시장에서 얼마나 처참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뚜렷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양국의 방송프로그램 교역량의 경우 우리나라가 수출은 1.06%인데 비해, 수입은 98.4%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1.06%를 기록하고 있는 수출을 증가시킬 방안은 전혀 없이, 오히려 미국으로부터 수입 98.94%를 더욱 확대해주는 합의내용만 있다는 점이다.

 

케이블협회는 국내 PP의 매출액 감소 규모를 PP채널 시장규모 9922조원(2005년 기준) 가운데 30~70%(연간 2977억~6945억원)까지 매출액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방송위원회는 20~40%(연간 2447억~4894억원)까지 매출액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계산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케이블TV방송협회는 한미FTA 타결에 따른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고, 방송위원회는 FTA협상을 잘 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편성쿼터 축소’, 문화 정체성은 최대위기

 

영화는 현행 25%에서 20%로, 애니메이션은 35%에서 30%로 낮추기로 했다. 이는 한국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창구다양화에 아주 불리한 내용이다. 한국영화가 삼각파도를 맞고 휘청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스크린쿼터 축소, 방송쿼터 축소, 비디오시장 침몰 등 3개가 거의 동시에 닥친 꼴이다. 25%에서 20%가 아니라 100편을 유료방송시장에 팔다가 80편으로 줄어들어 사실상 한국영화시장으로 볼 때 20%의 수익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또 60%에서 80%까지 미국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합의해 줌으로써 국가의 다양성과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사실상 무력화시켜버렸다. 사실상 국가 간 문화다양성과 관련된 유일한 규제가 현실적으로 의미 없는 수치로 완화됨으로 인해 법정신을 실현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나 정부관료와 정치권력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정신 또는 문화를 이야기하면 노골적으로 무시해 버린다.

 

이밖에도 사실상 한미FTA 타결 자체의 핵심에 코바코 해체 및 다수 미디어렙 도입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지상파 시장에는 엄청난 고통을 동반한다. 또 통신부분에서의 ‘주파수경매제 도입’ 등 외국인의 한국방송시장 진입 우회로를 제공한다.


결국 이번 한미FTA 협상은 한국의 시청각미디어에 유리한 합의 결과는 단 하나도 없다. 따라서 ‘자유무역협정’의 탈을 쓴 ‘무조건무제한무역협정’은 분명히 반대한다.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하고, 적어도 100을 주면 90은 얻어내는 공정무역협정을 맺어야 한다. 그리고 시청각미디어분야는 문화영역이다. 문화는 교역의 대상이 아니라 교류의 대상이다. 이 정신을 벗어나는 그 어떤 협정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한편으로 문화다양성협약이 국회에서 비준을 받도록 강제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한미FTA 비준반대 위해서 국회를 설득하는 싸움에 돌입해야 한다.

 

양문석(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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