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위해 공영방송 볼모 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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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방송인총연합회 등 8개 언론단체가 11일 오후 서울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KBS 수신료 인상안의 즉각 처리를 촉구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이 ‘정연주 KBS 사장 퇴진’을 전제로 내세우며 사실상 “처리 불가”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회의 수신료 인상안 처리 지연은 정치권력의 방송장악 음모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12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위원장 조배숙․문광위) 전체회의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할 것을 요구했다.

“정연주 사장 때문에 수신료 인상 안 된다는 한나라당 논리, 군색하다”

수신료 인상안은 KBS 이사회의 의결과 지난달 18일 방송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국회 문광위로 넘어왔지만, 한나라당 소속 문광위원들이 정연주 KBS 사장의 ‘정치색’을 문제 삼으며 안건 상정을 거부하는 바람에 찬반 논의조차 못하고 사장될 위기에 처한 상태다.

정기국회가 12월 9일까지 예정돼 있긴 하지만 내주부터 11월 4일까지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나면 대통령 후보자 등록(11월25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11월27일) 등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일정이 줄줄이 예약돼 있어 사실상 국회가 공회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광위 소속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이 지난 8~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절차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이 국회로 넘어온 사안인 만큼, 찬성이든 반대든 우선 상정부터 하자”며 위원장 직권상정까지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조배숙 위원장은 “양당 간사 간 합의가 원칙”이라며 한나라당과의 협의를 통한 의견 일치를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언론 단체들은 ‘정파성’을 앞세운 한나라당 거부 논리의 군색함을 지적하면서 “수신료 인상이 혈세의 낭비가 아닌 국민에 대한 정보 제공을 위해 마련한 최소한의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효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수신료는 미디어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최소한의 역할 장치로 건강보험료, 수도요금 등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가구에 정수기 등이 설치돼 있다 하더라도 사회적 공공망인 수돗물을 더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필요한 것처럼, 수신료 인상도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양승동 한국PD연합회 회장은 한나라당이 “KBS 구성원들에게도 사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정연주씨가 수신료 인상을 주장했기 때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군색한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양 회장은 “지난 2006년 정 사장의 연임 문제를 놓고 KBS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수신료 문제와 관련해선 공공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위해 노사가 혼연일체가 돼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제작된 방송 프로그램들이 지상파의 열악한 재원 구조로 인해 편성의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면서 “한나라당은 정파적 논리를 벗어나 민주주의를 위한 마음으로 수신료 인상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의 박성제 MBC 본부장은 “공영방송의 맏형격인 KBS가 시청률 경쟁과 권력, 자본의 압박에서 벗어나 제 역할을 할 때 동생인 MBC, EBS도 방송의 공공성․독립성을 지킬 수 있다”며 “이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수신료 인상이 국감 이전 12일까지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본부장은 “한나라당의 수신료 인상 반대가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방송을 볼모로 삼고자 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날 집회 말미 성명을 채택하고 “TV 수신료 인상안은 특정인의 요구나 주장이 아니라 다수 국민의 요구로, 결코 정치적 이해관계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라면서 “내일(12일) 당장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개정안 ▲KBS․EBS 임원선임제도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 ▲TV디지털전환특별법 ▲방통융합기구 개편안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 등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다수의 언론관계법에 대한 조속한 제․개정을 촉구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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