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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질문 내용이 공개된 대담 형식이 아니면 토론회 참석이 어렵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측이 이달 21일로 예정된 KBS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질문있습니다!’ 불참 입장을 밝히면서 내세운 이유다. 이 후보 측은 토론 예정일 사흘 전이자, 토론을 위한 사전 설명회를 하루 앞둔 18일 오전에서야 이 같은 입장을 전해왔다. 

이 후보 측이 문제 삼은 이번 토론의 형식은 ‘타운 홀 미팅 방식’이다. 이는 사회자나 전문 패널리스트들을 배제하고 시민 패널들이 직접 나서 질문을 진행하며 후보를 검증하는 것으로, 통상의 TV토론과는 달리 예측불허의 생생한 질문과 답변이 가능하단 장점이 있다.

물론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러운 대선 후보의 입장에서 언제 어디서 어떤 질문이 터져 나올지 모르는, 이른바 ‘날 것’ 그대로의 상황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추격자가 줄줄이 쫓아오는 지지율 1위 후보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 후보 측이 ‘부담’보다 더 크게 생각해야 할 게 있다는 점이다. 일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상 국민을 대표하는 패널들이 던지는 그에 대한 궁금증에 답할 ‘의무’와 ‘책임’이 바로 그것이다. 준비한 공약만을 유권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할 게 아니라 그가 준비한 정책부터 그의 신변까지 모든 것을 검증받을 자세가 돼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기 전부터 토론 참석과 관련해 논란을 빚었다. 후보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7월 이 후보는 당 주관으로 계획된 KBS 정책토론회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정된 연설회와 토론회 일정이 너무 많다는 이유였으나, 당 안팎에선 이 후보가 자신을 둘러싼 온갖 의혹들에 대한 공세로 풍상을 입을까 몸을 사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마찬가지다. 실질적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들이 저조한 국민경선 흥행 실적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지지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후보가 위험요소가 다분한 ‘날 것’ 토론회 참석이라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지적이 가능한 것이다.

이 후보의 이 같은 ‘보신주의’ 행보는 당장의 지지율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통령이란 자리는 선거를 통과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은 사전에 예정되지 않은 매순간마다 전 국민의 삶과 관련한 문제에 대한 선택을 내려야만 한다. 후보 시절 불편한 TV토론은 피할 수 있겠지만, 외교 협상 자리에서 미리 내용을 듣지 못했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순 없는 일 아닌가. 이 후보가 진정 대한민국의 5년을 책임질 지도자인지 국민은 판단할 권리가 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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