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중세로의 귀환, 실용(失龍)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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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부가 출현한다. 성대하게 축하연이 거행된다. 측근 인사들로만 채워진 논공행상격 성격의 인사(人事), 최고 지도자의 한마디에 행정기관들과 언론들은 법석을 떤다. 대기업과의 친화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언론을 통제하기 위한 대책을 숙의한다.

▲ 김재영 MBC 〈W〉PD

경찰들은 정부에 반(反)하는 세력에 대해 강력한 시위 진압대를 투입한다. 기시감이 든다. 어디더라? 대통령 선거에 즈음하여 취재한 포스트 푸틴의 러시아. 그런데, 보름 만에 돌아온 대한민국의 풍경은 러시아와 유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도덕적 잣대는 없는 인사, 전봇대 뽑기, 최측근 인사의 언론과 통신의 장악, 백골단의 부활.

러시아의 젊은이들은 푸틴과 그의 후계자에 열광했다. 그리고 그들만의 민주주의가 분명 자신들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고, 또 더 큰 풍요를 가져올 것이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심지어 그들은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국식 민주주의는 허구”라며 러시아식 통제 민주주의, 푸틴식 민족민주주의를 방해하지 말라며 강력한 항의시위를 한다. 묘한 풍경이었다. 절차적(실질적)합리성은 푸틴이 내놓은 결과적 합리성(엄청난 경제성과)에 압도되어 있었다. 경험하지 못했지만 박정희식 국가자본주의의 형태라고 학자들은 분석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국민소득은 10여 년 동안 1000불 수준에서 8000불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박정희식 독재가 경제개발을 이끌던 시대를 떠올릴 만하다.

러시아에 대해 비판적인 양심세력들은 러시아가 점점 중세식 자본주의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비판한다. 푸틴의 강력한 그늘 안에 있는 푸틴의 아이들이 기업, 의회, 정부,  언론의 핵심 요직을 차지한다. 기업이 중세의 교회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정교일치사회. 그 체제에 비판적인 합리적 목소리들이 시민사회에서 표현될 공간은 너무나 제한적이다.

시민사회의 발전 없는 기형적 발전은 부의 집중과 거품경제를 가져오고, 이미 러시아는 그 수준에 걸맞지 않은 과도한 소비자본주의로 전화하고 있었다.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어마어마한 수준의 자원대국, 세계적 수준의 천연가스와 원유가 그들의 국가자본주의에 단비가 된다. 푸틴의 후계자들은 이를 이용해 그들의 자본주의를 관리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이러한 체제를 배우려 하는 대통령이 매일 9시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외모 또한 푸틴과 비슷한 그 대통령께서는 취임 이후 가장 먼저 대기업 총수들과는 핫라인을 개설해 한 몸이 되려 하고, 의회는 자신의 아이들로 채우려하고, 언론과 통신은 자신의 동네 형을 임명해 관리하려 한다. 자신의 의지에 비판적인 언론과 지식인, 노조와 시민단체들의 지적에는 정치적이라는 수사로 배격한다. 지도자는 의지는 실용(實用)이라는 말로 마치 21세기적 가치인양 포장된다.

이런 대통령에 태도에 대해 인터넷 공간에서는 실(失)용(龍)이라는 새로운 종이 탄생했다고 축하한다. 용이야말로 중세, 아니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사신 중 하나. 실용(失龍)에 대해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失龍의 서식지는 청계천, 때론 땅을 너무나 사랑하여 땅에 거주하기도 한다. 주로 ‘오륀지’를 먹고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억력은 2MB 정도. 생식기 말고 투기를 통해 교미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새로운 종에 대해 호기심이 난다면 인터넷 검색해보기 바란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결코 중세로의 귀환을 용서치 않음을 그 풍자와 해학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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