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감독 6명이 본 서울 그리고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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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감독 6명이 본 서울 그리고 여성
[기고] 서울여성영화제 개막작 ‘텐 텐’
  • 임순혜 경기미디어시민연대 공동대표
  • 승인 2008.04.15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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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를 맞는 여성영화제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로 이름을 바꾸고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9일간 신촌 아트레온에서 열리고 있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 (See the World through Women’s Eyes)는 주제로 10돌을 맞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여성의 시각으로 삶의 다양한 측면을 다룬 30개국 140편(장편 62편, 단편 78편)을 초청 상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개막작으로 상영된 HD 옴니버스 영화 <텐 텐>은 국내외 유명 여성 감독이 서울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촬영한 단편들을 모은 매력적인 도시 탐색기다.

<텐 텐>의 프롤로그는 변영주 감독의 '20세기를 기억하는 슬기롭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시작된다. 이 작품은 프롤로그에서 원로 작가 박완서의 '20세기를 어떻게 기억하며 형상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인터뷰로 시작한다. 에필로그에서는 제2차 대전 당시 일본에 강제 징용, 위안부였던 유일한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 인터뷰를 담아 텐텐에 선보인 나머지 다섯편의 작품을 둘러싸는 보자기 구실로 만남과 대화의 장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 변영주 감독과 이용수 할머니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서양 감독의 시선에 비친 한국, 서울의 모습도 재미있다.  독일 여성감독 올리케 오팅거 감독이 연출한 '서울, 여성, 행복'은 함진 아비가 색시 집에 혼례 전날 함을 전하는 한국의 전통 혼례를 외국인의 시선으로 담았다. 함에 무엇을 넣는지, 함진아비가 둘러매는 함을 둘러싸는 매듭 등 우리 자신도 잃어버린 전통 혼례 양식을 깨우쳐준다. 아름다운 전통 한복이 눈부신 영화다.

캐나다 교포인 헬렌 리 감독의 '허즈 앳 래스트'는 10년 만에 해외에서 돌아 온 젊은 미술가 명진과 서울에서 살고 있는 몽고인 소롱고의 삶을 교차해 담아 만난 적은 없으나 서울이라는 하늘에 머물러 살고 있는 두 여성의 일상과 모성은 같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장희선 감독의 '데이트'는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은 여자가 맞선을 보며 하룻밤의 데이트를 멋지게 즐기는 이야기를 담아 '여자는 예뻐야 사랑받는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통통한 몸매에 애교스런 몸짓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깨우쳐준다.

이수연 감독의 '래빗'은 한 여자를 두고 남자 넷이 수다를 떠는 장면을 담았다. 남자들의 수다의 대상이 된 여자는 등장하지 않고, 남자들은 한 여자를 두고 수다를 떤다. 세상의 중심은 남자가 아니고, 여자라는 시선이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어느 날 보니 바뀌어 있더라고요. 왜 바뀌었지?"라는 인터뷰가 대변한다.

<텐 텐>의 마지막을 빛낸 임성민 감독의 '드라이빙 미스 김옥분'은 할아버지에게 구박을 받으며 운전 연습을 하는 한 할머니가 "이젠 눈치 안 보고 내가 운전하고 가고 싶은 데 가고 싶어"라며 잃었던 삶의 도전의식을 되찾는 이야기를 담았다.

<텐 텐>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발굴하고 길러낸 여성감독의 저력을 보여 준 영화다.
여섯명의 영화감독은 각자의 시선으로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살고 있는 여성의 삶을 조명하는데, 서울이라는 공간에서의 여성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주고 있어 여성뿐만 아니라 가족이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대중성을 갖춘 영화다.

<텐 텐>은 적은 예산으로 찍은 HD옴니버스영화로 저예산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줘 잘 짜인 기획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다. 첫 번의 제작영화 성공을 거둔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10주년 기념프로젝트가 아니라 매년 한편의 여성영화를 제작, 여성감독의 저력을 계속 확장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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