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촛불 "재협상" 아니면 "이명박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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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민심’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타올랐다. 지난달 2일 처음 시작돼 지난 5~8일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을 거치면서 힘을 얻은 촛불은 10일 100만 촛불 대행진에서 정점을 이루며 전국 80여 곳에서 거대한 불길을 만들어냈다. 100만 촛불 대행진엔 서울 70만 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6만 명), 부산 5만 명 등 전국에서 80만 명 가까이 모여 21년 만에 최다 인파를 기록했다.

앞서 진행된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에도 하루 최다 20만 명이 몰려 미국산 쇠고기 논란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고시 철회 및 재협상을 촉구했다. 아울러 ‘0교시 폐지’, 한반도 대운하 반대, 공기업 민영화 반대 등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민심은 지난 6·4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참패라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성난 민심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의 경직된 태도는 바뀌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고시의 관보 게재를 철회하고, 자율규제 조치를 밝혔다. 수출입 업체 간 자율규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효성이 없는 대책일뿐더러, 재협상 요구에 대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오히려 민심의 강한 저항을 받았다.

그래도 이명박 대통령은 요지부동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불교계 지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재협상 불가”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또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주사파와 친북세력이 촛불집회의 배후”라는 주장을 폈던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을 일으켰다.

시민들은 “내가 바로 촛불집회의 배후”라며 이 대통령의 배후론을 일축했고, “이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고, 헛다리만 짚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통상마찰 때문에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정부 입장이 틀렸다고 반박한다. 지난 8일 방송된 〈KBS스페셜〉은 한미 FTA, 미국-페루 FTA 등을 근거로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여당과 조·중·동은 한 목소리로 “‘자율규제’는 사실상 재협상과 같다”고 주장하며, 재협상은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 내각 총사퇴, 청와대 비서실장 전면 교체 등 인적쇄신을 내세워 미국산 쇠고기 논란과 관련한 위기를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 공권력을 투입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도도 계속 되고 있다. 10일 세종로를 가로막았던 컨테이너 박스는 이명박 정부와 국민간의 소통의 단절을 상징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되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란 노래를 부르며 새삼스럽다는 듯이 말한다.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야 실감한다”고. 이들의 열망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10일 발표한 ‘검역주권·국민건강권 회복·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100만 국민대회 호소문’에 그대로 반영됐다.

대책회의는 호소문을 통해 “검역주권과 국민건강권 회복,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곳에서 땀과 눈물, 기쁨과 헌신을 함께 나누며, 우리는 자율과 평등의 공동체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면서 “군사독재를 물리쳤던 87년 민주항쟁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 권력의 오만과 독선을 깨뜨리고 이 나라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 1조가 실현되는 민주주의의 시대, 국민주권의 시대로 함께 나아가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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