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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민언련에서 주최한 ‘방통위·방통심의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두 기관의 심각한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야당의 안이한 인식이 가장 큰 책임이라는 질타들이 쏟아졌다. 지난 2월말의 방통위 설치법 통과, 최시중 방통위원장 임명, 야권 몫의 방통위원 2명 추천 과정 등에서 야당이 보여 온 행태는 무능할 뿐 아니라 그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방송계와 시민단체들에서 피부로 느끼는 정권의 방송 장악 기도를 과연 얼마나 느끼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 전직 의원은 일정 정도 야당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와 여당의 방송 장악 기도를 향한 무모한 돌진을 신랄히 비판했다. 그는 보통의 정권이라면 속으로는 방송 장악을 기도하지만 겉으로는 표를 안 내려할 텐데, 이 정권은 너무도 노골적인 안면몰수식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밀실 합의가 아닌 백주대낮식, 당근과 채찍 전략이 아닌 채찍난무식, 점진적 접근이 아닌 전방위 압박식의 특성들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바탕 웃었지만 정곡을 찌르는 비유였다. 

이어서 플로어에 앉아 있던 한 초선 의원은 언론 문제에 관한 한 야당의 협상력은 ‘제로’(0)라는 충격적 발언을 했다. 한나라당에서 방송 장악 문제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것을 이번에 절감했다는 얘기였다. 촛불 집회가 2달 넘게 계속 됐고 정권이 곤경에 처한 원인이 자신들의 실정이나 쇠고기 협상 등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방송 탓이라는 인식을 너무도 확고히 갖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회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정도일 줄이야. 참으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 정도라면 대의제 민주주의가 위기는 분명 위기다. 야권에서 좀 더 일찍 정권의 이러한 인식을 빨리 알아차리고 대응했어야 했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알아차린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할까? 이제 정권의 방송 장악을 저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원칙을 말한다면 야당은 야당답게, 노조는 노조답게, 시민단체 및 언론 현업단체들은 그들답게 행동하고 대응해야할 것이다. 정권의 노골적이고 전방위적인 방송장악 기도에 대해 강력한 투쟁과 함께 매우 창의적이고 정교하게 대응이 절실하다.

매우 다행스러운 일은 각성한 시민들, 네티즌들이 정권의 방송 장악 기도를 이미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2달 넘게 촛불 집회에 적극 참여해 온 시민들이다. 그들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촛불을 들고 KBS로 달려 온 시민들이다. 이들은 국민이다. 국민 여론을 좌우하는 대표성을 갖는 국민임이 틀림없다. 진정한 권력은 바로 이들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정권에서 내심 가장 두려워하는 이들이 바로 이들의 존재가 아닐까?

지금 정권은 방송 장악을 위해 각종 권력기구인 검찰, 감사원, 국세청 등을 총동원하고 있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방통위를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었고 방통심의위도 비슷한 처지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 그리고 국회를 수적으로 완전 장악하고 올 가을 정기국회를 벼르고 있다. 

지금 방송계에는 쓰나미가 닥쳐오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재앙을 막아낼 방법은 촛불 밖에 없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가 이들에게 어떻게 창의적으로 대응하고 접촉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절실하다. 그것만이 정권의 방송 장악을 막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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