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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24)

▲ 고승우 박사
취학 전 아동이 TV 시청으로 받게 되는 심리적 이상 상태나 정신적 고충들에 대한 연구결과는 그리 많지 않다. 아동을 상대로 조사할 경우 아동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아동이 의사표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 등이 관련 연구를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아동들을 상대로 TV 등 영상매체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실험실습을 하는 것은 시험 대상 어린이가 큰 피해를 입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다. 실험 대상 아동이 실험 때문에 해를 입지 않는다는 점이 우선 보장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성인용 프로나 공포물이 아동에게 어떤 충격을 주는가를 직접 조사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런 실험 자체가 아동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줄 우려가 있다. 이런 이유로 TV 등의 영상매체가 광범위한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것이 아동과 청소년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조사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실시된다. 유사한 실험이나 조사결과로 극단적인 상황을 유추하는 간접적인 연구방식이 대부분이다.

다음으로, 아동들이 자신의 정신적 충격이나 고통을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흔히 자신의 심리적 상태를 언어로 정확히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부모라 할지라도 어린 자녀가 얼마나 심한 고통을 당하는지 알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 학자들도 이런 점 때문에 연구에 애를 먹는다.

아동을 상대로 한 극단적 실험이 불가능하고, 아동들이 자기 표현력이 약하다는 점 등은 아동들이 TV 등 미디어로 얼마나 심한 고통을 받는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아동들이 전자매체에 얼마나 희생이 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고조되기 어렵다. 그 뿐 아니다. TV 방송사의 눈치를 보는 매스컴 학자들은 전자 매체가 아동의 지적, 감성적 발달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꺼리기도 한다. 연구비 지원을  방송사나 방송사와 관련된 광고주들로부터 받는 학자의 경우 대부분 방송사나 광고주를 만족시키는 방향의 연구결과를 내놓는 경향이 많다. 
 

▲ 어린이 TV시청을 경고한 유아정보 사이트 ⓒwww.stylebaby.com
그러나 오늘날 아동에 대한 연구가 다방면에서 시도되고 관련 지식이나 연구 기법이 발달함에 따라 미디어가 아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그 결과 TV 프로의 내용이 아동 심리 상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한 것으로 입증되었다. 우선 TV는 아동들의 감정적 반응을 유발한다는 사실이다. 아동은 생후 1년 정도 지나면 자신이 TV에서 시청한 감정적 정보를 활용하게 된다. 아동은 생후 1살 이후 TV를 보고 흉내 내는 일이 더 잦아진다. TV 시청은 아동이 세상을 인식하면서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아이가 부모와 보내는 시간보다 TV와 보내는 시간이 많을 때 아이는 TV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정신 상태나 육체적 특성 등을 지니게 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TV 화면에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장시간 지내면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가? 이 경우의 아동은  자칫 아동의 주의력 결핍증이라는 정신증세로 연결될 수 있다. 안구 건조증이나 근시가 될 위험도 있다. 주의력 결핍 증세의 특징은 아이가 다른 사람과 시선을 맞추지 않으려 하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아동의 주의력 산만은 TV뿐 아니라 컴퓨터 게임 등으로 초래된다. TV와 전자 게임은 아동에게 강한 자극을 주기 때문에 아동은 다른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안구 건조 증은 눈물이 적게 나와 눈의 통증이나 눈의 피로, 시각 능력 장애 등을 유발한다. 이 증세는 TV 시청은 물론 과도한 컴퓨터 사용이나 자동차 운전, 독서 등이 원인이다.

TV나 비디오 게임이 아이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그 영상과 음향이 현실에서 다른 어느 것도 대체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자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부모가 TV 시청과 게임을 즐길 경우 아이들은 그것에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부모가 3~4살 먹은 자녀에게 간단한 게임을 가르쳐 주고 익숙해져 가는 것에 박수를 보내는 것과 같은 행동으로 아이를 격려하는 일이 적지 않다. 이런 것은 아동에게 부적절한 영향을 미친다. 부모는 그런 행동은 해서는 안 된다. TV 시청과 게임에 몰두하는 자녀에게 1~2살 먹은 동생이 있을 때 그 동생도 TV와 게임에 부적절하게 몰두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가정에서 부모는 TV 시청과 게임을 즐길 때 자녀에 대해 신경을 써야한다. 아이들에게 TV 시청과 게임을 무절제하게 하도록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아이가 장시간 게임에 몰두하도록 방치할 경우 그 폐해가 엄청나다. 두뇌 성장과 정서문제와 함께 자녀가 자칫 게임 중독증에 빠질 수 있다. 친구와 놀거나 공부는 멀리하게 되고, 심지어 식사까지 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아이들은 사회성이 약해져 친구와 잘 놀거나 어른 공경과 같은 사회적 학습을 못하게 되어 문제아가 될 수 있다.

취학 전 아동이 매일  TV를 시청을 많이 하면 할수록 성장해서 주의력 산만과 같은 부적절한 태도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연구는 미국 정부가 주도한 건강 조사에 참가한 1,345명의 아동을 상대로 이뤄졌다. 이들 아동의 부모는 만 1~3살 때의 시청 시간과 만 7살이 되었을 때의 정신상태 이상증세에 대한 조사에 응했다. 조사 대상 아동이 하루 1~2 시간씩 TV를 시청할 때, 주의력 산만이라는 증세가 TV를 전혀 시청하지 않는 아동보다 10~20%로 높았다. 하루 3~4시간씩 TV를 시청한 아동이 주의력 산만 문제를 나타낸 경우는 TV를 시청하지 않는 아동보다 30~40% 높았다. TV를 시청한 아동은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한 시간당 10%씩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지닐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따라서 만 2살 미만 아동의 TV 시청을 금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재 강조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시애틀의 아동병원 겸 지역 메디컬센터의 연구원들이 2004년 4월 소아과의사협회지에 기고한 것이다(AP통신 2004년 4월 5일).

아동의 TV 시청과 아동의 주의력 집중에 대한 연구는 또 있다. TV 프로의 처음과 마지막, 중간에 광고가 나오는데 아이들의 주의력이 본 방송에 집중되고 광고 시간에는 흩어지는 경향이 있다. 상업 방송은 특정 프로 방영 전후 또는 중간에 광고가 나오기 마련이다. 드라마나 게임, 영화 등 본 방송이 아이들에게 큰 인기가 있을 경우 아이들은 프로 중간에 광고가 나오면 끝날 때까지 관심을 다른 곳에 돌리고 긴장을 늦춘다. 그리고 프로가 시작되면 다시 긴장하면서 관심을 집중시킨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 되면 아이의 주의력 집중시간이 TV에 의해 좌우된다. 광고가 프로 중간에 나오는 횟수가 높을수록 아이의 주의력 집중시간은 짧아진다. 이것이 반복될 경우 아이의 정상적인 주의력 집중 능력 증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아이들의 주의력 집중 시간이 정상이 아닐 때 혹시 TV에 의한 부작용인지를 염려해야 한다. 학교 공부를 할 때도 지속적인 주의력 집중이 어렵다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해 고학년이 될수록 정신을 집중해 공부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진다. 공부해야 할 것은 많은데 조금 집중한 뒤에 금방 주의력이 산만해지는 일이 일어나고 그런 현상이 되풀이 된다면 TV의 부정적인 영향이 아닌지 의심해 볼 일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아이들의 주의력 산만이라는 문제의 원인이 TV만이 아니라 가정환경, 어머니의 정신 상태 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관련 과학 기술이 더 발달하면 그 진위가 규명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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