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라디오’ 그거 파시즘의 고물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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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라디오’ 그거 파시즘의 고물 아냐?
[시론]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 승인 2008.10.1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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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파시즘의 입은 서로 어떻게 다를까? 하나는 “건강한 중구난방(衆口難防)”이고, 다른 하나는 “세뇌용 확성기”라는 점이다. 그러니 민주주의는 각기 다른 견해가 여기저기서 춤을 추며 서로 씨름도 하고 어깨동무도 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는 창조적 긴장이 있는 반면, 파시즘의 확성기에서는 매일 똑같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 지겨움이 우선 있다.

▲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이명박 정권은 촛불정국 초기에 소통능력 부재에 대해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는 척 했지만, 본심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일방적인 이야기나 하고 세뇌시켜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아니었다면 오늘의 정국은 많은 변화를 보였을 것이다. KBS 사장 불법 교체, MBC 비판프로 검찰 수사, YTN 사장 낙하산 특공대 파견 등등 일련의 사태는 오로지 자신을 위한 확성기 확보에 목적이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이명박 정권의 확성기는 상대의 말할 권리를 인정하는 가운데 트는 확성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상대의 마이크는 끄고 자기 확성기만 틀려는 파시스트 프로파간다의 방식을 빼닮았다. 확성기를 통해서 내뿜는 소리들도 한결 같다. 독일 나치스의 선전상 괴벨스의 망령이 배회하고 있는 듯하다.

가령, 이들 권력집단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광우병 쇠고기 들여오지 말라는 엄마들을 아이들의 안전을 시위도구로 쓰는 잔혹한 엄마들이라고 공격한다. 유모차에 타고 있는 아이들의 미래를 보호할 책임을 정부에 묻고 있는데, 완벽하게 적반하장이다. 광우병으로부터의 안전보다 시위진압의 권리를 먼저 내세우는 격이다. 게다가 광우병 쇠고기 협상책임은 어디로 가고, 친북좌파 기획시위 운운한다.

진정한 주제는 실종시키고,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는 식으로 호도한다. 정신 아차하고 자칫 놓치면 이런 기만에 자기도 모르게 끌려간다.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온 유모차 엄마를 “묻는 말에나 대답하라”고 윽박지르는 한나라당 의원의 모습은 자신이 수사관으로 착각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참고인은 그 순간 범죄자가 된다. 이런 식으로 시민에 대한 고압적이고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권력집단은 자기 확성기 외에는 모두 불법화시키려 든다.

▲ 지난달 KBS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대화>과의 대화에 출연한 이명박 대통령 ⓒKBS
교과서도 그런 식으로 변조하려는 중이다. 이 나라 역사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한 책을 놓고 그림자의 부분을 지목하면서 “북한교과서를 베꼈다”라는 무지한 공격과 살벌한 비난은 권력집단의 수준을 스스로 폭로한다. 그 내용에 대한 논박은 차지하고라도, 오랜 연구를 쌓아온 역사학자를 표절자로 몬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야말로 파시즘을 표절하고 있다는 것은 모른다.

권력의 확성기는 자기들의 모순을 지적하는 일체의 목소리를 적으로 삼는다. 비판적 공방과 토론의 여지는 없다. 공권력을 앞세운 물리적 폭력으로 상대의 입을 봉쇄하고 무대를 뺏는다. 모이는 순간 그 모임을 조각낸다. 파시스트의 본색이 따로 없다. 민주주의는 이들에게 최대의 공적이다. 민주주의에 치를 떤다.

이제 <이명박 라디오>까지 등장했다. 루즈벨트의 따뜻하고 정겨운 노변담화가 아니다. 출근길에 트는 이명박 원맨쇼다. 듣기 좋은 목소리도 아닐 뿐만 아니라, 내용도 미안하지만 허접이다. 경제 위기 앞에서 서로 믿고 삽시다, 뭐 이런 식이다. 한나라당의 아무개 의원은 이런 내용가지고도 무슨 반론권을 주장하는가라고 열을 올린다. 그래, 그런 정도의 내용을 그럼 무엇 때문에 방송까지 하나? 지금 우리가 서로 믿지 못해 이런 일이 생겼나?

▲ 10월 13일 열린 KBS 긴급 PD총회 ⓒPD저널
소수 특권층을 위한 잘못된 정책과 외고집 소통불능의 권력이 하나가 되어 민주주의의 기초인 국민의 알 권리, 문제를 제기할 권리, 주장할 권리, 비판할 권리, 그리고 도저히 안 되면 권력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권리 일체를 망가뜨리면서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서민대중의 삶을 짓밟고 그 권리를 박탈해가고 있는 것 아닌가?

지리학자이면서 사회경제학자인 데이비드 하비는 “박탈을 통한 자본축적”의 문제를 제기한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핵심을 찌르고 있다. <이명박 라디오>는 국민에게 보태주는 것 없다. 소수 특권층이 서민대중의 삶을 박탈해도 “눈 가리고 아웅”하기 위해 트는 확성기다. 파시즘의 고물이다. 고물은 고물상에게 가져주는 것이 올바른 처분방식 아닐까? 역사의 폐품 처리는 빠를수록 좋다. 아니면 이 시대가 악취심한 쓰레기더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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