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TV 리터러시가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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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의 미디어리터러시(35)]

▲ 고승우 박사
현대 사회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대중미디어와 대중문화가 주고 받는 막강한 영향력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결국 TV의 기능을 중시하는 TV 리터러시로 초점이 맞춰진다. TV 리터러시의 주요 목표는 TV 메시지를 접하는 시청자가 비판적 안목을 갖추고, 분명한 목적 의식 하에 선별적인 시청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또한 그같은 비판적인 능력을 실생활에서 활용케 하는데 있다.

모든 사회구성원은 인쇄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배웠던 것처럼 TV 리터러시를 통해 TV 메시지를 분석, 비판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이념적 차원에서 생산된 메시지를 해석하고 TV 속의 고정관념, 편견, 개인적 기호 등을 파악할 수 있다. TV 리터러시는 TV 제작자가 세상을 보는 시각을 시청자가 정확하게 해석할 지식을 주는 것이다. 이는 시청자가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 시청자가 되도록 한다.

TV는 언어와 영상을 통해 의미를 전달한다. 따라서 TV 리터러시는 이 두 가지 수단을 이해, 비판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복합적인 지식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TV 리터러시는 TV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읽고 분석하고 평가, 활용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에는 미디어가 어떻게 가동되고 메시지들이 어떻게 가공되는지에 대한 지식도 포함된다. TV 리터러시에 익숙한 시청자는 TV가 전달하는 의미에 대한 전략적 판단력을 갖추게 된다. 그것은 최소한 습관적으로, 무의미하게 TV를 시청하는 습관을 극복하게 만든다.

TV는 정보 획득 수단 중에 중심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현대인은 자신의 주변은 물론 전세계를 포괄한 모든 정보의 획득은 물론 기분전환과 행복한 시간을 위한 오락을 TV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오늘날은 멀티 채널 TV 시대다. 많은 미디어와 채널이 증가하면서 시청자들은 점차 소수의 전문적인 그룹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TV는 브로우드캐스팅(broadcasting)시대에서 네로우 캐스팅(narrow- casting)을 넘어 마이크로 캐스팅(micro-casting)의 시대로 달려가고 있다.

오늘날 국내의 TV 채널은 지상파, 케이블, 위성 TV등으로 세분되고 있으며 머잖아 IP TV도 대중화된다. 지상파 TV만 존재할 때 상정했던 단일 실체인 대중은 이미 수많은 그룹으로 세분된 상태다. 이에따라 TV 프로그램은 전체 시청자가 아닌 특정 시청자 그룹을 상정해 제작, 배포되는 추세다. 즉 나이, 성별, 취미, 직업 등에 따라 다양한 프로가 제작된다. 이 때문에 다중을 상대로 단일한 전파를 쏘았던 전통적인 지상파 TV 방식의 시청자 점유율은 계속 축소될 전망이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의 TV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세계화에 대한 적극적 기여다. 오늘날 위성이나 인터넷을 통한 TV 프로그램의 세계적 유통은 인종과 국경의 벽을 뛰어넘어 문화적 공동체의 확산 현상을 일반화시켰다. TV는 전세계 수백만 또는 수천만 명의 시청자가 동일한 이벤트를 동시에 시청해 유사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지구촌’ 공동체의 형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국제 규모의 스포츠 행사, 대형 가수들이 동시에 세계 여러 지역에서 공연하는 문화 축제 등이 그런 경우다. 이런 행사를 통해 인종과 문화, 국경을 초월한 일체감이 형성된다. 물론 정반대의 현상도 발생한다. 세계화 시대의 TV는 문화, 전통. 이념면에서 상반된 내용들을 동시에 보도함으로써 개인이나 집단의 가치관이나 이념 등이 크게 동요하는 현상도 일어나는 것이다. 

▲ 많은 미디어와 채널이 증가하면서 시청자들은 점차 소수의 전문적인 그룹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KT
TV에 대한 학문적 연구의 유래를 보면, 사회학, 정치학, 미디어 영상학 등 여러 분야의 연구가 다양한 방식으로 거의 동시에 시도되었다.  이른바 ‘잡종 학문’의 성격을 띈 TV 연구는 TV 소유권, 프로 생산과 분배에 대한 국내외 규정, 직업 윤리, 여론, 시청자 등의 분야로 나뉘어서 이뤄졌고 지금도 그런 틀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TV 연구는 70, 80년대를 통해 틀이 잡혀 3개 분야, 즉 저널리즘과 리터러시 또는 드라마 비평, 사회과학으로 구획되어 발전하고 있다. 저널리즘적 접근은 TV 프로그램에 대한 고찰이고, 리터러시나 드라마 비평은 소설이나 연극에 대한 비평 방식을 TV 프로에 대해 적용하는 것이다. 사회과학적 접근은 사회 속에서 이뤄지는 TV의 생산과 정보순환 및 그 기능에 대해 연구한다.

오늘날 TV 시청자에 대한 연구는 크게 두 방향으로 대별된다. 하나는 시청자가 TV에 수동적, 무비판적으로 반응하는 존재로 상정된다. 이런 관점에서 본 시청자는 TV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가감없이 수용하는 존재다. 다른 하나는 시청자가 능동적, 선택적으로 TV 메시지를 취사선택하는 존재로 인식되는 경우다. 이러 두 가지 형태의 시청자는 현실 사회에서 흔히 목격된다. 그러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체계적으로 행해진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는 큰 차이를 나타낸다.

민주화가 진전되어 시민사회의 의식 수준이 선진화되고 언론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에서는 수동적 무비판적 수용자의 비율은 감소한다. 민주 사회의 각종 선거에서도 적극적, 능동적인 유권자 개념이 각광을 받는다. 유권자들은 TV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취사선택하는 능동적 시청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후보자에 대한 투표를 결정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와 같이 정보 강국이 되어 각종 미디어가 보급되어 있는 국가에서 일부 시청자, 특히 청소년 시청자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무지한 미디어 문맹 현상을 나타낸다. 이들 미디어 문맹자들이 TV 등을 통해 접하는 정보 홍수 속에서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미디어 교육이 매우 필요하다.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는 미디어 문화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다. 미디어 문맹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TV 등의 미디어 제작자들은 수용자들로 부터의 건전한 비평 등을 기대할 수 없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은 결국 미디어 문화 발전에 기여하지 못한다. ‘비판적인 것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점에서 시청자의 TV에 대한 사회적 안목이 높아지는 것은 TV 문화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비판적 TV리터러시가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TV는 시청자에게 생생한 현실을 전달함으로써 미디어 가운데 신뢰성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TV의 전달력은 인쇄매체보다 월등하다. 특히 TV 프로 생산자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기법 - 예를 들어 카메라의 각도, 음향, 조명, 심지어 인과관계의 조작 등 -을 동원하는 경우가 있어 시청자는 이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둘째, 멀티 미디어 시대를 맞아 TV 시청자들은 채널을 과거보다 더 자주 바꿀 수 있게 되면서 전문화된 프로를 시청할 기회가 더 많아졌다. 이 때문에 시청자는 다양한 가치관과 관점으로 제작된 여러 프로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지식으로 무장하는 것이 필요해졌다.

TV는 오늘날 가장 중요한 정보 전달 소스지만 TV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은 매우 부실하다. TV 리터러시가 부진한 현상은 많은 나라에 공통적이다. 그 이유는 일반 대중, 특히 부모들의 인식이 잘못된 탓이다. 그들은 TV 리터러시는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아도 개개인이 쉽게 익힐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TV를 가정에서 시청하는 것을 보고 자녀가 TV에 익숙해졌다는 ‘착각’에 쉽게 빠진다. TV 리터러시 부재 현상에 대한 다른 시각도 있다. 즉 현대 인문사회과학자들은 TV 리터러시에 대한 관심이 적은데 이는 지식인 사회가 탈정치화되거나 정치를 외면한 결과라는 것이다.

TV 리터러시는 TV가 현대 생활에서 가장 중심적인 미디어라는 점에서 TV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해,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TV는 현대인이 세상을 이해하는데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TV 메시지가 생성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와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선택적으로 전달되는지에 대한 이해는 모든 사람의 상식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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