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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2월 3일 한나라당은 소유제한과 겸영규제를 사실상 철폐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핵심은 신문사, 대기업, 외국자본의 본격적인 방송 진출 허용이다. 법안을 보면 지상파방송의 경우는 전체의 20%까지, 보도·종편PP의 경우에는 49%까지 대기업과 신문·통신사가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지상파 방송 1대 주주의 지분 한도를 현행 30%에서 49%로 늘리기로 했다.

실로 놀라운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이는 단적으로 삼성방송, 조중동방송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기존의 공영방송 체제는 완전히 와해될 것이 우려된다. 재벌 방송이 권력과 자본에 대해 제대로 된 비판과 감시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는 “민영방송이 다루기 쉽다”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말 한마디로 충분하다. 정부 여당, 정말 이렇게 막나갈 것인가.

▲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11월26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 등에 진출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은 자산총액 10조원 미만으로 완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려 하자 “족벌신문과 대기업의 발 아래 방송·언론을 두려는 술수”라며 “개정안이 강행될 경우 총파업 등 전면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실 이전에 의심스러운 전조들이 나왔다. 지난달 24일 방통위는 형식적인 공청회 이후 방송통신기본법을 발의했다. 뒤이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PP)을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의 기준을 자산총액 3조원 미만에서 10조원 미만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지상파에 접근할 대기업 수를 늘리고 이들에게 멍석을 미리 깔아준 격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를 뛰어넘는 것으로 그간의 논의를 집대성한 가히 완결판이다.

일각에서는 법안이 너무 과감하고 충격적인 것이라 오히려 ‘협상용’으로 믿고 싶어 하는 분위기도 있는 모양이다.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사실상 180여 석의 거대여당이 된 한나라당의 정체를 몰라서 하는 얘기다. 정권 탈환의 일등공신 조중동에 논공행상을 해주고 친재벌판으로 방송구도를 바꾸어 궁극적으로 장기집권의 기반을 닦기 위해서 이를 획책했다고 본다. 결론은 명백하다. 모든 세력이 모든 수단으로 이들의 오만과 폭주(暴走)를 저지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20년 전으로 회귀했다. 이제는 20년 전 방식으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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