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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돼야지요. 개성에 올인 했는데 여기서 나가면 바로 부도가 나는 기업이 한 두 개가 아닙니다.”

얼마 전 북측이 개성공단의 입주사 대표들을 소집해 개성공단 인력의 선별 추방을 천명한 다음날 아침, 개성공단 입주사 대표가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다. 그는 애써 태연한 척했다. 하지만 그의 음성에는 울다 지쳐 목이 잠겨버린 초상집의 유가족마냥 깊은 슬픔이 묻어있었다. “정부 측에 문의를 하면 ‘북측하고 끈을 대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 연결이 안 된다’는 답변만 돌아옵니다. 휴우….”

작금의 남북관계를 보자면 개성공단은 마치 남과 북 사이에 벌어지는 협박극의 인질 같다. 남북 관계가 꼬일 때마다 북한은 “개성공단 입주자들을 철수시키겠다. 통행을 금지 시키겠다” 엄포를 놓고, 남한은 “개성공단은 북한에 더 큰 이득이 되는데 폐쇄할 리가 있겠냐. 그래봤자 그 쪽 손해”라며 버티고 있다. 어느 쪽도 양보는 없다.

남북 관계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금강산 피격 사건도 있고, 10·4와 6·15선언의 불이행 문제도 있고, 대북전단지 일명 ‘삐라’ 살포 문제도 있다. 상당히 복합적이다. 그런데 직접적인 상관도 없이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건 개성공단이다.

이들 업체는 “개성공단에 투자한 자금이 100억 원이 넘는다. 업체별로 200억 원 가까이 투자한 곳도 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매우 큰 투자라 개성공단이 좌초되면 그 자체로 도산”이라고 말한다. 몇 개월 동안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바이어의 주문도 뚝 끊겼다고 한다. 죄라면 정부를 믿고 투자한 죄밖에 없다.

입주사들의 처지를 차치하고라도 개성공단은 남북 대화가 낳은 의미 있는 옥동자다. 중국근로자의 1/2 수준 인건비에 관세도 없고 물류비용도 줄였다. 언어소통도 원활해 여간 편한 것이 아니다. 개성이 성공하면 그다음은 황해도로까지 합작의 범위를 넓힐 수도 있었다. 그저 평화의 상징차원이 아닌 실질적인 ‘윈윈(win-win)’의 성공 모델이었던 것이다. 실용을 그렇게도 강조하는 실용정부가 보기에도 이것은 실속 있는 사업 아닌가.

▲ 김현정 CBS〈김현정의 뉴스쇼〉PD

물론 개성을 볼모로 잡은 북의 태도는 큰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 역시 개성이 될 대로 되라고 버텨서는 안 된다. 자식을 인질로 잡힌 부모의 심정으로 설득하고 양보해야한다. ‘부모’의 심정으로, 그게 잘 안된다면 ‘실용’의 기조에서라도, 죽어가는 개성을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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