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유배지, 10년후의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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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교실이데아-대안학교 10년의 이야기' 최병화 OBS PD

▲ 최병화 PD ⓒOBS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그곳. 넓게 펼쳐진 논밭 위에 하나뿐인 길을 따라가면 섬처럼 덩그러니 놓여있는 ‘아름다운 유배지’를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유배지. 최병화 PD는 경남 합천에 위치한 대안학교, 원경고등학교를 그렇게 표현한다. 일반 고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 기숙 생활을 하며 공부하는 이곳은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보며 자연으로부터 치유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1998년 3월. OBS의 전신 iTV에 근무하던 최병화 PD는 신문에 난 대안학교의 개교 기사를 읽고 홀로 무작정 이곳을 찾았다. ‘적응형’ 대안학교를 표방하며 문을 연 학교에는 소위 ‘문제아’들이 많았다. 최 PD는 이들이 학교에 적응하는 과정과 선생님들의 헌신을 ‘적나라하게’ 카메라에 담았고, 다큐멘터리 <내일은 태양>과 <바람의 아이들>을 완성했다. 그는 이 작품들로 제11회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청소년특별상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10년후. OBS 제작팀장이 된 최병화 PD는 <교실 이데아-대안학교 10년의 이야기>를 촬영하기 위해 다시 합천을 찾았다. “교육현실이나 이를 둘러싼 사회· 경제적 조건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이 그를 다시 대안학교로 이끌었다. 개교 열 돌을 맞은 원경고는 전보다 훨씬 안정적이었지만, 그곳에는 여전히 다른 친구들에 비해 극심한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이 있었다.

카메라를 보면 수줍어하던 10년전 아이들과 달리 ‘언제 방송되냐’고 묻는 당돌한 요즘 아이들이지만, 자신이 주인공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 PD는 “10년전과 같은 과정의 반복이다. 두 달 정도 지나야 아이들이 카메라와 친숙해지고 마음을 연다”고 말했다.

최병화 PD와 제작진은 그렇게 1년여의 기간을 ‘다시’ 아이들과 함께 하며 <교실이데아>를 완성했다. 최 PD는 “10년전 다큐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전달하는 것이 중심이었던 반면, 이번 작품은 이미지 위주의 접근을 시도했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비 내리는 초여름. 곱게 화장을 한 여자아이 세 명이 빨강, 노랑, 파랑 우산을 들고 읍내로 향하는 들판을 걷는 모습에서 ‘고립된 이곳에도 청춘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식이다.

▲ 경남 합천에 위치한 대안학교 전경. ⓒOBS

최 PD는 이번 <교실이데아>에 등장하는 한 학생을 소개했다. 아이는 일반 고교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선생님에게 시달리다 대안학교에 입학, 이번 대입에서 5군데 수시 합격한 학생이다. 최병화 PD는 “얘가 전 학교 선생님께 복수한다며 전화로 합격 소식을 알리겠다고 했다(웃음)”며 “왜곡된 공교육 시스템이 다스리지 못하는 아이들도 품어낼 수 있는 사회적 내공이 쌓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안학교와 성장은 최병화 PD에게 늘 중요한 관심사다. 그는 다큐를 촬영하며 작성한 취재수첩을 바탕으로 2000년 단행본 <교실이데아-대안학교에서 만난 바람의 아이들>을 냈고, 2004년에는 연정훈, 옥지영 주연의 MBC드라마넷 <안녕, 내청춘>을 합천 대안학교에서 촬영해 다큐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리고 하나 더. 최병화 PD는 한 때 회사를 그만두고 대안학교를 배경으로 영화 시나리오를 준비한 적이 있다. 최 PD는 “당시 여러 여건상 영화로는 제작되지 못했다”며 “이 시나리오를 OBS에서 꼭 TV영화로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OBS 창사특집 <교실 이데아 - 대안학교 10년의 이야기>는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오후 8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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