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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개그맨 DJ의 눈부신 활약
2008년 라디오는 재치와 입담으로 무장한 개그맨 DJ들의 전성시대였다. MBC FM4U <두시의 데이트> 황종현 PD는 “음악의 소비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음악이 토크의 양념처럼 쓰이고 있고, 토크가 중심이 된 라디오에서는 청취자들의 웃음 코드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개그맨 출신 DJ들의 활약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나른해 질 수 있는 오후 2시대는 개그맨 출신 DJ들의 각축장이다. MBC FM4U <두시의 데이트> 박명수는 <펀펀라디오> 하차 후 6개월 만에 윤종신의 후임으로 DJ 복귀신고를 마쳤고, 서경석도 윤도현의 뒤를 이어 KBS 2FM <서경석의 뮤직쇼> DJ로 발탁됐다. 동시간대 SBS 파워FM에는 컬투의 <두시탈출 컬투쇼>가 버티고 있다.
KBS는 올 가을 개편에서 서경석 외에도 윤정수가 합류해 이윤석과 해피FM <오징어>를 진행하고 있고, 해피FM <네시엔>은 개그맨 박준형이 DJ로 발탁됐다. SBS는 MC몽 후임으로 파워FM <동고동락>에 송은이 신봉선을 기용했고, MBC FM4U <정오의 희망곡>도 정선희 다음으로 김효진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기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개그맨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KBS 쿨FM <박수홍의 두근두근 11시>, MBC 표준FM <지상렬 노사연의 2시 만세>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김신영의 심심타파>, SBS 러브FM <배칠수 전영미의 와와쇼> <이경실의 세상을 만나자> <이봉원 박미선의 우리집> 등이 대표적이다.
둘. 라디오, 시사와 가까워지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이 유독 돋보이는 한 해였다.
요즘 정치부 기자들은 각 방송사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홈페이지를 둘러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SBS <김민전의 SBS전망대>, CBS <김현정의 뉴스쇼>, PBC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BBS <김재원의 아침저널> 등 각 방송사의 아침 시사정보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는 그날 출연한 정치인의 인터뷰 전문이 게재된다.
정치인뿐 아니라 각종 이슈의 중심에 놓인 인물들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쏟아내는 발언들은 기사로 확대 재생산된다. 그 영향력만큼이나 방송사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현재 오전 6시부터 9시까지는 각 사별로 6개의 시사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올 1월부터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여러 차례 국가기간방송법, MBC 민영화 등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언론관련법의 윤곽을 드러냈다. 최근 언론관련법 상정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중인 가운데, 정 의원은 지난 22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치권이 미디어법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올 4월에는 최초의 보도전문편성 라디오 YTN FM(94.5Mhz)이 개국했다. 24시간 뉴스전문채널 YTN이 만든 지상파 라디오 YTN FM은 85% 이상을 뉴스로 채우며, PD들이 직접 만드는 시사 교양물도 제공한다.
셋. 라디오 스타의 귀환
음악 FM의 전성시대를 이끌던 그들이 돌아왔다.
1997년 MBC FM 〈음악도시〉를 시작으로 라디오 DJ에 첫발을 내딛은 유희열은 2002~2004년 〈올 댓 뮤직〉을 거쳐 4년 만에 2008년 4월 KBS 쿨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의 DJ로 복귀했다.
유희열에 이어 6년 동안 <음악도시>를 진행했던 가수 이소라도 올 봄 MBC FM4U <이소라의 오후의 발견>으로 다시 청취자들을 만났다. 지난 2006년 4월 MBC FM <음악도시>에서 하차한 이후 2년여 만이다.
‘라디오 스타의 귀환’의 신호탄이 된 이적은 올 2월 하하의 군입대를 계기로 SBS 파워FM <이적의 텐텐클럽> DJ 자리를 꿰찼다. SBS파워FM에는 <박소현의 러브게임>도 1년 6개월 만에 부활했다. 박소현은 8년간 <러브게임>을 진행하며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기록하다 지난해 4월 개편과 함께 DJ에서 하차했다.
이에 앞서 SBS파워FM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박스〉의 DJ 정지영도 1년여의 공백을 깨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정지영은 2006년 ‘대리 번역’ 논란으로 <스위트 뮤직박스>에서 떠난 뒤 1년여 만에 다시 DJ로 복귀했다. 그는 1999년 9월 첫 방송부터 ‘달콤 DJ'로 활약하고 있다.
이밖에 청취자들로부터 ‘교주’란 애칭을 얻은 신해철도 SBS 러브FM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으로 복귀했지만 공연일정 때문에 7개월 만에 DJ자리에서 물러났다. 라디오에 ‘기인’이 나타났다. 예능 프로에 출연하는가 싶더니, 시트콤에 애꾸눈 선장으로 나타났던 그가 라디오 DJ로 변신했다.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한 소설가 이외수가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에 이어 지난 10월부터 MBC 표준FM <이외수의 언중유쾌>를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 화천의 자택에서 <언중유쾌〉를 녹음하는 이외수는 “소설 쓰는 것보다 방송이 더 어렵다”며 웃음 짓는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고민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풀어주는 그의 모습을 보면 <언중유쾌>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의 장점을 살린 프로그램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언중유쾌> 이순곤 PD는 이외수를 DJ로 섭외한 이유에 대해 “감성, 유쾌함, 따뜻함 그리고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비판하는 능력과 해학을 가진 작가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성격과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박경철
“시골의사 박경철은 50% 맞추고, 애널리스트는 25% 맞춘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박경철은 경제논객의 원조격이다. ‘시골의사’라는 필명을 쓰는 경제전문가 박경철은 실제로 안동신세계연합병원 원장이다. 그런 그가 요즘 라디오에서 청취자들의 ‘경제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부터 KBS 2라디오 <경제포커스>의 DJ를 맡게 된 것이다. 월요일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투자 노하우를 전하는 ‘투자처방전’ 코너가 마련돼 있고, 재무설계로 고민하는 서민을 위한 재무상담도 매일 진행한다. <경제포커스> 홈페이지에는 그의 어록을 따로 정리해놓은 코너가 있다. 박경철은 쉽고 질박한 어투로 내뱉는다. “가치투자란 대박 터뜨리겠다는 기분으로 하면 안 됩니다. 내 재산을 안전하게, 그러나 성실하게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손석희
아침 시사프로그램들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 중 MBC 표준FM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주목받는 이유는 DJ 손석희의 존재감 때문이다. 8년 동안 <시선집중>을 지킨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지난 10일 MBC 브론즈 마우스 상을 받았다. 10년 이상 된 라디오 진행자에게 주는 상이다. 손 교수는 20여년전 <젊음의 음악캠프> 진행을 포함 올해로 10년차 DJ가 됐다. 날카롭고 예리한 질문으로 종종 출연자들을 당황시키기도 하지만 그 역시 “지금도 제일 괴로운 것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 쭈그리고 앉아 양말을 신을 때와 추운 겨울날 시동을 걸고 차 안에 있을 때”라고 말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모 설문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에 꼽히기도 한 손 교수가 부러워하는 진행자는 바로 같은 방송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DJ 김미화씨. “그의 부드러운 감성이 때론 부럽”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