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앞선 라디오, 토크·시사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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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방송을 돌아본다 - 라디오]

올해 라디오는 ‘말’이 앞섰다. 음악은 여전히 유효했지만 FM 라디오에서 음악보다 ‘토크’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는 여전했다. 단순한 토크쇼가 아닌 버라이어티쇼로 변화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 DJ 자리는 이제 더 이상 가수나 음악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재치 있고 입담 좋은 개그맨 출신 DJ들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KBS ‘콩’, MBC ‘미니’, SBS ‘고릴라’ 같은 인터넷 라디오가 활성화되면서 청취자들의 실시간 참여가 더욱 확대됐다. 이를 이용한 라디오만의 버라이어티 영역이 생기기도 했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이 유독 주목받았던 것도 올해의 경향 중 하나다. 각 방송사의 아침 시사프로그램들은 주요 사안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인터뷰해 매일 ‘핫’한 이슈들을 쏟아냈고, 이명박 대통령도 라디오의 영향력을 의식했는지 반발 여론을 무릅쓰고 ‘라디오 정례 연설’을 추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해 동안 라디오에서 눈에 띄는 경향들을 짚었다. /편집자주

하나. 개그맨 DJ의 눈부신 활약

2008년 라디오는 재치와 입담으로 무장한 개그맨 DJ들의 전성시대였다. MBC FM4U <두시의 데이트> 황종현 PD는 “음악의 소비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음악이 토크의 양념처럼 쓰이고 있고, 토크가 중심이 된 라디오에서는 청취자들의 웃음 코드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개그맨 출신 DJ들의 활약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 SBS 파워FM <송은이 신봉선의 동고동락> DJ 송은이 신봉선(왼쪽부터) ⓒSBS

특히 나른해 질 수 있는 오후 2시대는 개그맨 출신 DJ들의 각축장이다. MBC FM4U <두시의 데이트> 박명수는 <펀펀라디오> 하차 후 6개월 만에 윤종신의 후임으로 DJ 복귀신고를 마쳤고, 서경석도 윤도현의 뒤를 이어 KBS 2FM <서경석의 뮤직쇼> DJ로 발탁됐다. 동시간대 SBS 파워FM에는 컬투의 <두시탈출 컬투쇼>가 버티고 있다.

KBS는 올 가을 개편에서 서경석 외에도 윤정수가 합류해 이윤석과 해피FM <오징어>를 진행하고 있고, 해피FM <네시엔>은 개그맨 박준형이 DJ로 발탁됐다. SBS는 MC몽 후임으로 파워FM <동고동락>에 송은이 신봉선을 기용했고, MBC FM4U <정오의 희망곡>도 정선희 다음으로 김효진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기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개그맨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KBS 쿨FM <박수홍의 두근두근 11시>, MBC 표준FM <지상렬 노사연의 2시 만세>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김신영의 심심타파>, SBS 러브FM <배칠수 전영미의 와와쇼> <이경실의 세상을 만나자> <이봉원 박미선의 우리집> 등이 대표적이다.

둘. 라디오, 시사와 가까워지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이 유독 돋보이는 한 해였다.

요즘 정치부 기자들은 각 방송사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홈페이지를 둘러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SBS <김민전의 SBS전망대>, CBS <김현정의 뉴스쇼>, PBC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BBS <김재원의 아침저널> 등 각 방송사의 아침 시사정보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는 그날 출연한 정치인의 인터뷰 전문이 게재된다.

▲ CBS <김현정의 뉴스쇼> 김현정 PD ⓒCBS

정치인뿐 아니라 각종 이슈의 중심에 놓인 인물들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쏟아내는 발언들은 기사로 확대 재생산된다. 그 영향력만큼이나 방송사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현재 오전 6시부터 9시까지는 각 사별로 6개의 시사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올 1월부터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여러 차례 국가기간방송법, MBC 민영화 등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언론관련법의 윤곽을 드러냈다. 최근 언론관련법 상정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중인 가운데, 정 의원은 지난 22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치권이 미디어법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올 4월에는 최초의 보도전문편성 라디오 YTN FM(94.5Mhz)이 개국했다. 24시간 뉴스전문채널 YTN이 만든 지상파 라디오 YTN FM은 85% 이상을 뉴스로 채우며, PD들이 직접 만드는 시사 교양물도 제공한다.

셋. 라디오 스타의 귀환

음악 FM의 전성시대를 이끌던 그들이 돌아왔다.

1997년 MBC FM 〈음악도시〉를 시작으로 라디오 DJ에 첫발을 내딛은 유희열은 2002~2004년 〈올 댓 뮤직〉을 거쳐 4년 만에 2008년 4월 KBS 쿨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의 DJ로 복귀했다.

▲ KBS 쿨FM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DJ 유희열. ⓒKBS

유희열에 이어 6년 동안 <음악도시>를 진행했던 가수 이소라도 올 봄 MBC FM4U <이소라의 오후의 발견>으로 다시 청취자들을 만났다. 지난 2006년 4월 MBC FM <음악도시>에서 하차한 이후 2년여 만이다.

‘라디오 스타의 귀환’의 신호탄이 된 이적은 올 2월 하하의 군입대를 계기로 SBS 파워FM <이적의 텐텐클럽> DJ 자리를 꿰찼다. SBS파워FM에는 <박소현의 러브게임>도 1년 6개월 만에 부활했다. 박소현은 8년간 <러브게임>을 진행하며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기록하다 지난해 4월 개편과 함께 DJ에서 하차했다.

이에 앞서 SBS파워FM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박스〉의 DJ 정지영도 1년여의 공백을 깨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정지영은 2006년 ‘대리 번역’ 논란으로 <스위트 뮤직박스>에서 떠난 뒤 1년여 만에 다시 DJ로 복귀했다. 그는 1999년 9월 첫 방송부터 ‘달콤 DJ'로 활약하고 있다.

이밖에 청취자들로부터 ‘교주’란 애칭을 얻은 신해철도 SBS 러브FM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으로 복귀했지만 공연일정 때문에 7개월 만에 DJ자리에서 물러났다.

라디오에 ‘기인’이 나타났다. 예능 프로에 출연하는가 싶더니, 시트콤에 애꾸눈 선장으로 나타났던 그가 라디오 DJ로 변신했다.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한 소설가 이외수가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에 이어 지난 10월부터 MBC 표준FM <이외수의 언중유쾌>를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 화천의 자택에서 <언중유쾌〉를 녹음하는 이외수는 “소설 쓰는 것보다 방송이 더 어렵다”며 웃음 짓는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고민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풀어주는 그의 모습을 보면 <언중유쾌>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의 장점을 살린 프로그램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언중유쾌> 이순곤 PD는 이외수를 DJ로 섭외한 이유에 대해 “감성, 유쾌함, 따뜻함 그리고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비판하는 능력과 해학을 가진 작가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성격과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박경철
“시골의사 박경철은 50% 맞추고, 애널리스트는 25% 맞춘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박경철은 경제논객의 원조격이다. ‘시골의사’라는 필명을 쓰는 경제전문가 박경철은 실제로 안동신세계연합병원 원장이다. 그런 그가 요즘 라디오에서 청취자들의 ‘경제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부터 KBS 2라디오 <경제포커스>의 DJ를 맡게 된 것이다. 월요일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투자 노하우를 전하는 ‘투자처방전’ 코너가 마련돼 있고, 재무설계로 고민하는 서민을 위한 재무상담도 매일 진행한다. <경제포커스> 홈페이지에는 그의 어록을 따로 정리해놓은 코너가 있다. 박경철은 쉽고 질박한 어투로 내뱉는다. “가치투자란 대박 터뜨리겠다는 기분으로 하면 안 됩니다. 내 재산을 안전하게, 그러나 성실하게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손석희
아침 시사프로그램들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 중 MBC 표준FM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주목받는 이유는 DJ 손석희의 존재감 때문이다. 8년 동안 <시선집중>을 지킨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지난 10일 MBC 브론즈 마우스 상을 받았다. 10년 이상 된 라디오 진행자에게 주는 상이다. 손 교수는 20여년전 <젊음의 음악캠프> 진행을 포함 올해로 10년차 DJ가 됐다. 날카롭고 예리한 질문으로 종종 출연자들을 당황시키기도 하지만 그 역시 “지금도 제일 괴로운 것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 쭈그리고 앉아 양말을 신을 때와 추운 겨울날 시동을 걸고 차 안에 있을 때”라고 말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모 설문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에 꼽히기도 한 손 교수가 부러워하는 진행자는 바로 같은 방송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DJ 김미화씨. “그의 부드러운 감성이 때론 부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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