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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리뷰] MBC ‘Slow talK 악어(樂語)’

토크쇼의 핵심은 몰입이다. 초대한 게스트를 시청자로 하여금 어떻게 집중해서 보게 할 것인가. 이게 핵심이다. 그리고 이는 토크쇼 진행자의 역할이기도 하다.

KBS 2TV 〈박중훈 쇼, 대한민국 일요일 밤〉이 논란에 휩싸인 이유는 이 핵심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박중훈 쇼’는 장동건과 정우성 같은, 좀처럼 보기 힘든 초대형 스타들을 TV 브라운관 앞으로 불러내서는 시청자의 시선을 오히려 분산시킨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시청자를 산만하게 만드는 주범(?)이 박중훈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새로운 토크쇼 가능성 보여준 MBC ‘Slow talK 악어(樂語)’

지난 28일 첫 전파를 탄 MBC <Slow talK 악어(樂語)>가 좋은 비교가 될 법하다. ‘악어’는 70년대 청년문화의 상징인 한대수와 90년대의 강산에 그리고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호란이 공동MC로 나섰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던 프로그램이다.

▲ MBC ‘Slow talK 악어(樂語)’ⓒMBC
토크와 음악과 세대가 다른 공동MC. 얼핏 보면 단독 진행인 ‘박중훈 쇼’와 비교했을 때 더 산만해질 우려가 있었지만 ‘악어’는 이런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켰다. 핵심은 바로 몰입에 있다.

‘악어’의 첫 회 초대 손님은 세계 최고의 앙상블로 꼽히는 안 트리오와 여행생활자 유성용씨 그리고 뮤지션인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 이들은 일반 대중에게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손님들이었지만, ‘악어’는 이들의 음악과 여행과 삶과 사랑에 대한 ‘진솔한 생각’들을 잘 펼쳐냈다.

여기엔 가수 호란의 공이 컸다. 한대수씨의 다소 산만한 어법과 진행, 강산에의 어눌한 말투는 사실 토크쇼엔 적합하지 않다. 자신들의 관심사인 음악에 대한 ‘토크’에는 무리가 없겠지만, 너무 그쪽으로 치우치면 대중과의 공감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음악은 시청자의 몰입과 관심을 환기시키는 요소지 핵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란이 빛을 발하는 대목은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다소 산만해질 가능성이 있었던 안 트리오와의 토크에서 적절한 질문을 통해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아 나갔다. 이를 테면 이런 것들이다.

초대 손님을 불러낸 이유와 목적이 프로그램에 나타나야

정통 클래식계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지. 대중음악과 클래식에 대한 안 트리오의 입장은 무엇인지. 그리고 여성 동양인 뮤지션이 뉴요커로 생활하는데 차별을 느낀 적이 없었는지.

〈베토벤 바이러스〉로 인해 유명해진 ‘클래식은 네모다’라는 문구를 ‘음악은 네모다’로 차용해 그들의 음악 철학을 살짝 엿보게 한 것 역시 ‘악어’가 보여준 장점 가운데 하나였다. 대중이 궁금해 하는 대목을 끄집어내는 능력과 이를 적절히 배분하는 힘의 조절은 토크쇼 MC가 가져야 하는 필수요소다. 만약 한대수와 강산에 두 사람이 공동MC였다면? 단언컨대(!) 아마 중심 잡기 힘들었을 것이다.

▲ MBC ‘Slow talK 악어(樂語)’ⓒMBC
다시 ‘박중훈 쇼’로 돌아가자. ‘박중훈 쇼’는 장동건과 정우성 그리고 한국의 ‘대표적’ 여성 정치인 3명을 게스트로 불러 놓고도 왜 이들을 불렀는지 그리고 이들과의 토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는지를 정확히 전달하지 못했다. 박중훈의 입담과 카리스마 그리고 넓은 인맥 등 많은 장점을 보유한 ‘박중훈 쇼’지만, 그 박중훈이 흔들리면 프로그램 자체가 흔들리는 맹점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박중훈 쇼’는 그 맹점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악어’ 역시 비슷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첫 방송에서 두 남자MC는 아직 프로그램과의 조화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50분이 채 안되는 시간에 3명의 게스트가 적절한 지에 대한 의문도 제작진이 고민해야 할 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어’는 프로그램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이 있었고, 초대 손님들이 풀어내는 삶에 대한 진솔한 얘기가 있었다. 등장인물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우리네 주변에서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악어’는 얘기하고 있다. 이는 ‘악어’의 장점이자 가능성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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