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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MB 정권은 국민들의 자업자득

“국민을 섬겨 나라를 편안하게 하겠습니다. 경제를 발전시키고 사회를 통합하겠습니다. 안보를 튼튼히 하고 평화 통일의 기반을 다지겠습니다. 국제사회에 책임을 다하고 인류공영에 이바지하겠습니다... 정부가 국민을 지성으로 섬기는 나라. 경제가 활기차게 돌아가고, 노사가 한마음 되어, 소수와 약자를 따뜻이 배려하는 나라....”

여기 이 나라는 어느 먼 곳의 이상향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 2월 25일 취임사에서 밝힌 대한민국의 청사진이다. 제17대 대통령은 그렇게 취임 제일성을 밝혔다. 그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이 순간만은 그를 믿고 싶었을 것이다. ‘어린쥐’ 타령의 인수위 잡음도, 당선자 주변 인사들이 보인 수상쩍은 행태도 짐짓 외면하고 화려한 취임사를 믿고 싶었다.

▲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10개월이 지났다.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대통령이 국민을 섬기기는커녕 촛불집회에 유모차를 끌고 나왔다고, 아고라에 글을 올렸다고 인신의 위협을 받는 지경이 되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부터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사회통합보다 사회통제를 앞세워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현저히 위축되었다. 사이버모욕죄는 엄포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남북관계를 30년 전으로 후퇴시킨 주제에 인류공영은 언감생심이다.

정부가 국민을 지성으로 섬긴다고? 소수와 약자를 따뜻이 배려한다고...? 입에 침도 안 바른 언설일 뿐이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동안 와신상담하며 국가경영을 치열하게 도모한 줄 알았더니 그저 공복(空腹)의 세월이었을 뿐이다. 걸신들린 탐욕으로 고소영 강부자 내각을 낳았다. 종부세를 무력화시키고 감세 등 소수 기득권을 위한 정책으로 치닫고 있다. 양극화는 가중되고 민심은 흉흉해지고 있다.

돌이켜 보면 MB 정권은 노무현 정권이 몰락하는 와중에 반사이익을 챙기면서 등장했다. 소위 좌파 정권의 무능과 노무현이라는 독특한 퍼스낼리티는 국민들에게 염증을 안겼다. 이는 5년 내내 발목을 잡고 이념의 덫칠을 한 보수세력의 노림수이기도 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호는 신자유주의에 갇힌 유권자들을 현혹시켰다. BBK 등 무수한 의혹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사상 최대의 득표차로 나타났다.

5년 간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에 합법적으로 다수가 된 여당. 통치권력, 의회권력, 지방권력 등 국정의 전부를 장악해 법의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는 완벽한 합법독재 상황. 마땅한 견제세력도 없고 자기절제력도 없는 오만한 정권이 보일 파행의 행태는 불을 보듯 뻔하다. 임기제도 위원회도 다 척결 대상이었다. 그것이 지난 10개월 이 정권의 궤적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땅에 적어도 절차적 민주주의는 완성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이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경제는 10년 전으로 민주주의는 20년 전으로, 남북관계는 30년 전으로.... 퇴행의 반역사적 상황에 당면하고 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MB 정권은 방송법 등 7대 미디어법안으로 국면 전환과 장기집권 기반조성을 획책하고 있다.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정책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며 의회주의를 유린하고 있다. 바야흐로 민주주의의 조종(弔鐘)이 울리고 있다.

이 오만한 정권을 누가 만들었는가. 바로 국민들이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선택이다. 넘치는 선거운동의 자유, 완전한 언론 자유 속에 유권자들이 선택한 결과다. 오늘의 이 상황은 바로 국민들의 자업자득, 자승자박이다. 지난 정권의 실패를 방관하거나 때로는 조장하였으며, 마침내 작금의 ‘천박한 불도저 정권’을 견인해낸 이 업보는, 미안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좀더 비싸게 지불해야 만 할 것 같다. 공짜는 없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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