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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일요시네마> '슈가랜드 특급' / 4일 오후 2시 40분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골디 혼, 벤 존슨, 마이클 삭스, 윌리암 아서톤


줄거리
텍사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클로비스에게 아내인 루 진이 면회를 온다. 루 진은 클로비스에게 자신들이 가난하고 돈벌이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아이를 부잣집에 입양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한다. 클로비스는 형기를 거의 마치고 4개월 후면 출소할 상황이라 탈옥할 이유가 없었지만 이대로 있으면 아이를 영영 찾지 못한다는 진의 절박한 설득에 못 이겨 탈옥을 감행한 후 아이를 찾아 슈가랜드로 여정을 떠난다.

그런 와중에 이들 부부는 자신들을 추적하는 경찰을 인질로 잡아서 아이들만 찾으면 경찰관을 풀어주겠다는 협정을 맺는다. 어설픈 현상금 사냥꾼이 나타나고 매스컴에 주목을 끌면서 슈가랜드로 향하는 여정은 점점 시끌벅적해진다. 반면에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하나 둘 생기고 인질로 붙잡힌 경찰관과 이들 부부사이에 ‘스톡홀름 신드롬’이라 일컬어지는 묘한 동질감이 생겨나는데...

주제
오늘날의 오락영화 기준으로 본다면 밋밋한 느낌도 지울 수 없지만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은 영화 전편에 스며들어있는 강렬한 사회비판의식이다. 가난하고 돈벌이가 없으며 전과자라는 이유로 자식을 강제로 다른 가정에 입양시키는 정부, 그리고 언론이 과대하게 포장한 ‘엉터리 영웅’에 무비판적으로 경도되는 대중들의 군중심리와 총기를 소지한 일반인들이 한순간에 얼마나 위험한 행동을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개념들이 영화 요소요소에 영리하게 배치되어있다.

납치라는 중대한 범죄를 해석하는 경찰들의 시각차이도 영화상에 뚜렷하게 그려진다. 범죄의 원인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오로지 법집행 그 자체에만 매달리는 자도 있다. 관객들은 이들의 시각차를 지켜보며 과연 어떤 것이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요소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감상 포인트
1971년 <대결(Duel)>이라는 TV영화를 통해 발군의 실력을 뽐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최초의 극장용 영화. 그는 <대결(Duel)>을 통해 신인감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대담하고 스피디한 연출 솜씨를 인정받아, 역시나 카 체이스 장면이 중심이 되는 이 작품의 감독으로 발탁됐다.

본 작품은 1969년 텍사스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코믹한 요소와 긴박감 넘치는 서스펜스 연출의 탁월함으로 많은 비평가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또한 배우들의 열연을 빼놓을 수 없는데, 골디 혼의 절규어린 연기는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시키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수많은 영화에서 조연으로 잔뼈가 굵은 벤 존슨의 연기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로드무비이기 때문에 영화의 배경이 되는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중간 중간에 삽입된 카 체이싱 장면도 당시의 기준으로는 아주 볼만하다. 스필버그로서는 보기 드물게 사회 비판 의식이 깔린 작품이기도 하다. 결국 스필버그는 이 작품의 높은 평가로 인해서 다시 한번 <죠스>의 감독으로 뽑히는 기회를 잡는다. 1974년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감독
스티븐 앨런 스필버그(Steven Allan Spielberg, 1946년 12월 18일 ~ ).
스티븐 스필버그가 <슈가랜드 특급>을 만들었을 때 평론가 폴린 카엘은 “앞으로 수년 내에 청년 스필버그가 미국영화계를 접수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물론 카엘의 눈은 예지력이 있었다. 그러나 카엘도 스필버그가 그렇게 빨리 출세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에 만든 8mm 단편영화를 친구들에게 돈을 받고 보여줄 만큼 예술과 비지니스을 일거양득하는 수완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던 스필버그는 <슈가랜드 특급>이 흥행에 실패하자 할리우드에서 영영 성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에 사로잡혔다. <죠스>의 촬영기간 내내 스필버그는 거의 신경쇠약 직전의 정신적 위기를 겪었다.

그는 싸구려 공포영화의 재탕에 불과한 <죠스>가 자기 경력의 끝장일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러나 청년 스필버그의 스트레스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죠스>의 가공할 성공 이후 카엘이 갸륵하게 여겼던 ‘청년’ 스필버그는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재편하는 거물 ‘흥행사’로 불쑥 올라섰다. <죠스> 이후 스필버그는 <레이더스> <인디아나 존스> 등의 영화로 할리우드의 역대 흥행기록을 깼다. 연속 흥행기록 경신은 스필버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스필버그 영화는 늘 피터팬 신드롬이라는 비난에 시달렸으며 때로는 이데올로기 비판 공세를 받았다. 남근 모양의 거대한 상어의 습격을 통해 거세공포증을 부추기는 <죠스>에서부터 흑백의 인종갈등을 흑인 남성과 흑인 여인의 갈등으로 치환시켰다는 <칼라 퍼플>에 대한 비판, 그리고 서구 어린아이의 환상으로 대동아전쟁의 현장을 놀이터로 변모시켰다는 <태양의 제국>에 이르기까지 스필버그 영화는 늘 신나고 활력 넘치는 게임의 규칙처럼 보이면서도 뭔가 음험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대상이었다.

또한 관객들은 그의 작품에 열렬한 반응을 보이는 반면 평단의 평가는 냉혹했는데 , <칼라 퍼플>, <영혼은 그대 곁에> 등의 작품성 있는 영화들도 평단에서 무시당하곤 했다.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던 존 포드, 프랭크 카프라, 데이비드 린 등의 거장의 영화와 동급의 위치에 오르기를 열망했던 스필버그는 동시대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와 마틴 스콜세지와 같은 존경을 받고 싶어 했지만 대중은 그를 예술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쉰들러 리스트>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스필버그의 작품에 대한 평단과 대중의 시선은 조금씩 바뀌어갔다. 90년대의 스필버그는 여전히 <쥬라기 공원>을 연출한 흥행사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아미스타드>를 만드는 진지한 작가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1999년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반열에 오르며 자신에 대한 평단과 대중들의 이중적인 시선을 불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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