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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리뷰]MBC 일일 연속극 〈사랑해, 울지마〉

‘막장 드라마’ 논란이 한창이다. 지난 9일 종영한 KBS 〈너는 내 운명〉을 필두로 MBC 〈하얀 거짓말〉, SBS 〈아내의 유혹〉 등이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도마 위에 올랐다. 출생의 비밀, 복수 따위의 설정은 기본이요, 억지에 과장된 전개로 극을 끌고 나가면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를 싸잡아 이르는 말이다. 이들 드라마가 ‘막장’으로 분류되면서 그동안 긍정적인 기능을 인정받던 일일 연속극이 졸지에 ‘공공의 적’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거센 ‘막장’ 논란 속에서도 특별히 구별되는 드라마가 있었으니, 바로 MBC 일일 연속극 〈사랑해, 울지마〉(월~금 오후 8시 15분, 극본 박정란, 연출 김사현·이동윤)다. 〈옥탑방 고양이〉의 김사현 PD와 〈노란 손수건〉의 박정란 작가가 의기투합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부터, 이 드라마가 그저 그런 일일 드라마가 되진 않을 것이란 예상은 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제법 따뜻하고 신선한 일일 연속극이다.

〈사랑해, 울지마〉는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두 남녀의 사랑과 그들의 가족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다. 엄마, 언니와 살면서 잡지사 객원기자로 일하는 미수(이유리)와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와 고모 내외 밑에서 자란, 전도유망한 건축가 영민(이정진), 그리고 영민의 약혼녀였으나 갑작스레 등장한 영민의 아들 준이 때문에 파혼을 선언한 서영(오승현)과 잘 생기고 돈 많고 성격 좋은 미수 친구 현우(이상윤)가 주인공이다.

▲ MBC 일일 연속극 '사랑해 울지마'의 출연진 이정진, 오승현, 이유리, 이상윤(왼쪽부터) ⓒMBC
미수와 영민은 (대부분의 드라마 주인공들이 그러하듯) ‘악연’으로 시작해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고, 현우는 둘도 없는 친구 미수를 어느 순간부터 ‘여자’로 느끼기 시작한다. 언뜻 많이 본 트렌디 드라마의 내용 같다.

또 있다. 알고 보니 미수는 엄마(김창숙)가 아닌 이모(김미숙)의 딸이고, 남부러울 것 없는 당찬 여자 서영은 준이로 인해 파혼한 뒤 점차 악녀로 변해 간다. 출생의 비밀과 복수라니, 통속극의 전형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사랑해, 울지마〉가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은 뻔하거나 진부하지 않다. 가난한 여자와 부유한 남자의 어색한 결합은 없고, 준이의 존재나 영민과 미수의 관계를 보며 분노하는 서영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납득된다. 미수를 사랑하는 현우는 영민과의 관계에서 방해꾼 역할을 하지 않는다. 미수의 출생에 관한 비밀은 드라마 초반에 일찌감치 펼쳐놓았다. 무리한 설정은 찾기 힘들다.

다소 뻔한 이야기도 시청자들이 받아들일만한 템포로, 성급하지 않게 풀어내는 솜씨는 〈사랑해, 울지마〉의 미덕이다. 갑작스러운 친모의 등장과 백혈병, 골수 일치라는 황당한 설정으로 ‘막장’의 끝을 보여줬던 상대 드라마 〈너는 내 운명〉 때문에 장점이 더 빛나보였는지도 모르지만.

물론 〈사랑해, 울지마〉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점차 이성을 잃어가는 서영의 태도는 꽤 아슬아슬하다. 이러다 이해 가능한 수위를 넘어서는 것은 아닐까, 우려도 든다. 게다가 서영의 임신이라는, 충격적인 상황도 기다리고 있다. 도대체 피임이라고는 모르는, 영민의 무책임한 태도가 불만스럽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드라마가 산으로 가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일일 연속극이 괜히 막장이 되는 게 아니다. 반년 동안 같은 인물과 줄거리로 얘기를 끌고 나가자면, 어쩔 수 없이 자극적이고 황당한 설정들이 난무하게 된다. 부디 〈사랑해, 울지마〉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지금처럼 느긋한 템포와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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