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위 캔!” 흑인사회가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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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국배 LA 통신원/KBS America 편성제작팀장

버락 오바마의 백악관 입성은 미국사회에서 확실히 정치적 변화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중간이름이 후세인인 것처럼 그는 미국인들에게 한편으로는 낯설기도 하다. 또 스스로가 흑인이자 백인이면서, 더구나 이민자의 아들이기에,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만이 탄생시킬 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미국인들에게는 지극히 ‘이상적’인 이미지를 그는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러한 점이 그 같은 변화의 긴장상태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이론적인 수용과 의식적인 동참간의 긴장, 즉 머리로는 받아들이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현실을 이제 미국인들은 하나의 역사적인 정언명법으로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 BET(Black Entertainment Television) 홈페이지.
인터넷을 활용한 개미군단의 선거자금 모금방식, 대통령 후보로부터 온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아 들고 신나 했던 미국 청년들의 선거운동방식, 이러한 밑에서부터의 변화가 미국사회 2백만의 비주류들을 워싱턴 내셔널 몰 광장의 한 복판으로 불러냈고, 새벽 2시부터 밤샘으로 하며, 영하 7도의 추위를 역사의 온기로 이겨내게 만들었다. 혹한에 떨면서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던 바로 그들이 “(인종차별로 인해)레스토랑에 들어 가보지를 못했던 아버지를 둔 아이들”이며, “자동차도 없던 시절에 태어나 여자이면서 흑인이었기 때문에 투표하지 못했던 할머니를 둔 손주”들이다. 이러한 감동적인 당선 연설을 (취임연설은 아니다) 쓴 그 주인공이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온 이민자의 아들이란 사실까지 알게 되면, 오바마의 백악관 입성이 미국사회에서 차지하는 혁명적 변화의 역사적 폭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은 미국인들에게 의식적 차원에서 변화의 출발을 의미한다. 그것은 단지 백인사회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애프로 아메리칸(Afro-American)을 비롯한 미국 내 소수민족 스스로의 의식적 변화를 의미한다. 바로 이러한 의식적 차원의 변화가 미국 방송편성의 변화를 이끌어 올 것이라는 예상을 가져온다.

BET(Black Entertainment Television)은 미국 내에서 가장 전통 있는 최대 규모의 흑인 TV 네트워크이다. BET의 CEO 스캇 밀즈(Scott Mills)는 ‘브로드캐스팅 앤드 캐이블’지와의 인터뷰에서 “방송편성과 광고전략 차원에서 지난 수년간 음악방송에 초점을 두어 왔다면, 앞으로는 드라마와 코미디 제작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방향을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이국배 LA 통신원/KBS America 편성제작팀장
즉 그동안 미국사회에서 흑인들의 영웅은 슈퍼볼 스타이거나 힙합 가수들이었다면, 오바마의 백악관 입성으로 인해 이제는 소위 “흑인 범생이”들 역시 흑인 커뮤니티의 역할모델로 등장하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흑인 드라마의 주인공은 더 이상 마약딜러도, 갱 두목도 아니며, 오늘도 자녀들의 교육을 걱정하며 ‘가족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는’ 가장이 오히려 흑인사회의 ‘전형’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오마바의 선거구호처럼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흑인사회의 집단적 의식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흑인사회의 의식적 변화는 단지 흑인들만의 변화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버락 오바마의 백악관 입성은 확실히 정치적 변화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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