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의 맞춤형 기사 도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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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프랑스=이도경 KBS 파리 PD특파원

최근 이명박 정부의 언론관련 입법을 앞두고, 프랑스의 활자매체 지원 방안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다. 올해 프랑스는 신문이 방송을 겸영할 수 있게 제도 개혁을 하느냐가 그 중심이다.

논란이 시작된 과정은 이렇다. 지난 2008년 9월 사르코지 대통령이 여당인 UMP의 정책 전문위원인 다니엘 지아찌에게 디지털 시대 미디어 관련 보고서를 제출케 했다. 여기에 방송, 신문, 라디오 등의 겸영 규제를 없애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육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아울러 사르코지 대통령은 “인쇄매체를 소유한 라가르데르 그룹은 TV방송사가 없고, TF1을 소유한 부이그 그룹은 인쇄매체가 없느냐”며 신문 방송 겸영을 거들었다.

- 이 지아찌 보고서의 오용은 조선일보 ‘미디어 그룹 키우기 팔걷은 프랑스’(2008.9.19)라는 기사부터다. 이 기사에서는 정부안이 확정된 방송관련 개혁일정에 단지 여당 전문위원의 보고서(지아찌 보고서)를 끼워 넣어 2008년에 신방겸영 법안이 통과될 것처럼 보도했다.-

프랑스의 신방 겸영 허용의 진실

▲ 중앙일보 2008년 12월23일자 5면.
그리고 10월 위기를 맞고 있는 활자 매체에 대한 언론인 총회가 조직돼 언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올 초인 1월 8일에 문화부 장관에게 보고서(일명 미뇽 보고서)가 전달되었다. 그리고 이 보고서를 토대로 1월 23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신문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 보고서의 인용과정이다.

연합뉴스는 먼저 문광부 산하 주프랑스문화홍보관이 지아찌 보고서(미뇽 보고서가 아니라)를 토대로 작성한 상부보고서(2008.11.18) - 여기서 글로벌 미디어 그룹에 대한 토론을 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를 따라 ‘신문-방송 겸영 미디어 기업지원’이라는 기사를 썼고, 이어 중앙과 동아가 ‘신문-방송 겸영 통해 글로벌 미디어를 육성한다는 내용을 골자(방점 필자)로 한 보고서가 완성’되었다고 살을 붙였다. MBC 뉴스에서는 미뇽 보고서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는 걸 지적했고, 오히려 언론계의 여론 수렴 과정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가졌던 기존의 생각에 대한 반대 의견이 지배적이란 점을 보도했다. 1월 9일자 르몽드 지도 ‘언론인 총회가 (미디어 그룹에 대해) 대통령의 의도에 반하는 태도를 취했다’고 썼다.

이번 활자 매체 지원 방안에 대한 중앙과 동아의 기사는 자사 이익 ‘맞춤형’을 넘어 도가 지나치다는 평가다. 특히 중앙의 보도는 지난해부터 그 강도를 더해왔다. ‘언론 규제 심했던 프랑스도 TV-신문 벽 허무는데…’(’08.12.23), ‘순조로운 프랑스 미디어 개혁 비결’(’08.12.29), ‘신문-TV-라디오 겸영 통해 글로벌 미디어 그룹 키워야’(’09.1.9), ‘글로벌 멀티미디어 그룹은 21세기 세계 경제 중요 열쇠’(’09.1.16), ‘프랑스 언론 경쟁력 높이기… 신문-방송 겸영, 유통개혁’(’09.10.21). 중앙은 심지어 신방 겸영을 통해 글로벌 미디어를 육성하는 데는 기자, 독자, 언론학자, 야당도 공감했다는 왜곡 보도도 반복한다. 전국기자협회(SNJ)와 기자노조가 지아찌 보고서의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극히 위험하다’고 비난했고(’08.9.18), <르 푸앙>같은 잡지나 인터넷 신문, 방송토론에서 이를 크게 다루었는데도 말이다(’08.9.17). 또 사르코지 대통령이 인터넷 신문을 인쇄 매체와 마찬가지로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신문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매체 지원으로 바꿔 놓기도 한다(’09.1.24).

▲ 이도경 KBS 파리 PD특파원
1월 23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발표는 위기를 맞고 있는 활자매체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우편배달 비용 인상을 늦추고, 가판대를 늘리고, 인쇄비를 깎아주고, 정부 홍보 비용을 늘리고, 18세 청소년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신문을 1년간 무료 구독하게 해 준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도 정보의 다양화와 언론 독립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 미디어의 독점을 규제하고 있는 1986년 법안을 손대지 않는 것도 그 이유이다.

그러나 조중동이라는 같은 성향의 신문이 신문시장 70%이상을 과점하여 여론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 그리고 이들이 방송까지 진출하게 되었을 때 생기는 문제점에 대한 의식을 조중동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이 수없이 쏟아내는 기사와 그 타이틀은 정부 여당의 ‘세계적 추세’라는 수사에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정책과 비교하기 위해선 그 나라의 사회적 역사적 배경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하물며 과장과 왜곡도 서슴지 않는 ‘맞춤형’ 기사에 국민들의 눈과 귀는 가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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