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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명박 정권 1주년을 맞아

MB 정권은 4 부재(不在)의 권력이다. 먼저 소통의 부재다. 여론을 무시하고 속도전으로 밀어붙인다. 사상최대의 표차로 당선되어 거리낄 것이 없다는 식이다. 오만한 권력의 일방통행에 절차적, 제도적 민주주의는 철저히 형해화되고 있다. 반세기 걸려 간신히 이룩한 민주주의의 가치가 능멸당하고 있다. 그들은 야당을 무시하고 민의를 외면한다. 그런 정권하에서 통합은 없다.

다음으로 신뢰의 부재다. 권력자와 그 주변에 있는 이들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취임사를 돌이켜 보자. “정부가 국민을 지성으로 섬기는 나라. 경제가 활기차게 돌아가고, 노사가 한마음 되어, 소수와 약자를 따뜻이 배려하는 나라…” 귀를 의심할 일이다. 유모차와 미네르바와 용산참사를 생각하면 가증스러울 뿐이다. 취임사의 위선은 김수환 추기경 추도사에까지 이어진다. 이 정권의 언설에는 공허함이 있을 따름이다.

▲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그리고 성찰의 부재다. 지지율이 바닥이라면 마땅히 그 근본 원인을 찾고 겸허히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인식이 없다. 이 권력이 어디서부터 왔는가. 임기가 주어졌다고, 의석수가 많다고 자의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권력자가 끊임없이 여론을 의식하고 존중하는 것이 현대 민주주의의 요체다. 정녕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할 때 모름지기 정권은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

소통도 못하고 신뢰도 못 얻고 성찰도 않는 정권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곧 무능의 나락이다. 이 정권은 능력의 부재가 제일 심각한 문제다. 금융 위기도 비정규직도 교육문제도 남북관계도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를 못 한다. 무능한 진보 대신 부패해도 유능한 보수를 선택한 결과가 MB정권이라면 한국 국민은 완전히 기만당한 것이다. 조급증에 빠진 무능함은 모험주의의 유혹을 받게 될 것이다.

이제 MB 정권 1년을 맞이한다. 모두 어렵고 힘들었다. 이 정권에 일말의 진정성이 있다면 충심으로 반성하며 새 출발을 도모할 일이지만 그럴 기미는 별로 없어 보인다. 남은 4년이 까마득하다. 그렇다고 헌정 중단과 같은 불행한 사태는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모든 국민은 그들에게 합당한 수준의 정부를 가질 뿐이라는 J. 브라이스의 말은 오늘 한국에서 완벽하게 적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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