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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5호 / 2009년 2월18일 발행)

희대의 연쇄살인 강모씨 사건에서 경찰이 어쩐지 언론에 유난히 적극적이다 했더니 청와대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담당관들에게 메일로 사실상 ‘여론조작’을 지시한 일이 드러났다. 87년 전두환 정권 시절의 ‘이철제철(以鐵制哲, 김만철 일가 탈북으로 박종철군 물고문 치사를 덮는)’ 이후 재연되는 교활한 작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정권의 후안무치는 새삼스런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다. 도마뱀 꼬리 자르듯 일개 행정관의 사표로 끝내려 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세칭 ‘뭉개기 작전’이다. 야당의 문제제기는 정치 공세로 치부하고 비판적 언론에는 모르쇠다. 거짓말로 일관하는 도덕적 불감증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기야 이 정권은 미디어법안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는 거짓말을 아직도 늘어놓고 있다. 학계 전문가의 그 숱한 검증이 도대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마침내 애꿎은 대학생들을 동원해 ‘미디어법은 일자리’라는 광고까지 만들어 버스에 부착하고 있다. 이쯤하면 자기최면을 위한 주문(呪文) 수준이다.

현 정권은 거짓말을 진실이라 우기고, 이를 비판하는 입에는 재갈을 물리고 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구속하고 경제전문가들의 불리한 전망을 막는다. 미디어법을 비판한 국회 예산정책처의 연구원을 질책했다는 뉴스도 있다.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본단 말인가.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저들은 국민을 무서워하고 있다. 두려움은 흔히 과도한 공격성으로 나타난다. 그렇게 보면 이 정권의 행태를 이해할 수 있다. 가련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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