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현 교수 ‘한겨레’ 칼럼에 미디어위 또 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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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MBC 왜곡보도 사과해야”…“보도지침” 논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언론관계법 타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위원회)의 세 번째 전체회의가 파행으로 끝났다.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이 민주당 추천의 공동위원장인 강상현 연세대 교수가 지난 25일 <한겨레> 20면 ‘미디어전망대’에 기고한 칼럼 <‘미디어국민위’ 훼방놓는 한나라>로 인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추천 강상현 위원장 칼럼 논란…여당 추천 위원 퇴장 소동

“회의 공개와 여론수렴 방법 등을 놓고 한나라당 추천 운영위원들은 회의 비공개와 여론조사 불가 등을 계속 고집하고 있고 가급적 만나지 말자는 쪽이다…(중략) ‘국민위’ 운영과 관련하여 비공개, 비조사,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는 여당 쪽의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성의도 없고, 예의도 없고, 정의롭지도 않다…(중략) 헌법과 국회법에 국회의 ‘회의는 공개한다’는 민주주의 기본 대전제가 있는데도 무슨 비밀 회담을 한답시고 비공개를 고집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중략) 떳떳하지 못한 쪽에서 대개는 비공개를 주장하는 법이다. 실은 앞에 있는 TV 카메라가 무섭거나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뒤에 있는 추천 정당이나 용기 있게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 두려운 것이다.”

▲ 한겨레 3월25일 20면

강 교수의 칼럼 중 이날 회의에서 논란이 된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여당 추천 위원들은 “위원장이 신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해명을 듣지 않고 넘어갈 순 없다”(김영 전 부산MBC 사장), “위원회 내에서 있었던 일을 언론에 이렇게 기고하는 것도 문제고, ‘TV 카메라가 무섭다’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 나간 사람은 저다. 전국민에게 (여당 추천 위원들이) 성의없고 예의없고 정의롭지도 않다고 말씀하신 분 앞에서 어떻게 회의를 할 수 있나”(이헌 변호사) 등의 항의를 전했다.

이에 강 위원장은 “위원회가 출범하기 전부터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말한 부분에 대해 논란이 있었고 (출범 후) 운영소위원회에서 운영위원들을 통해 여당 추천위원들의 여러 생각과 판단을 전해 들었다. (<한겨레>에 기고한) 글은 전체회의와 무관하게 일련의 과정에서 느낀 한나라당의 기류와 여당 추천 운영위원들에게 들은 내용에 대한 나름의 평가”라면서 칼럼의 내용에 대해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강 위원장은 그러나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글을 썼다는 점에 대해선 유감을 표시한다”며 자신의 칼럼이 이날 회의 진행에 영향을 준 점에 대해선 사과를 했다.

하지만 여당 추천 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그 정도의 유감표시를 듣고 이 자리에 앉아있기 어렵다”며 퇴장했다. 회의 시작 24분만의 일이다.

이 변호사가 퇴장하자 여당 추천 공동위원장인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는 “정의롭지 않고 훼방놓는 위원들과 원만한 논의가 가능하겠나. 이 문제를 조율하기 위해서라도 정회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 결국 회의 시작 34분 만에 정회가 선언됐다.

이로부터 20분 후 강 교수가 “그간 2번의 전체회의와 3번의 운영소위 회의가 열렸는데 이 과정에서 회의공개나 여론조사 실시 등에 대한 제안들과 관련해 상식 밖의 ‘안 된다’, ‘곤란하다’ 등의 반응을 받았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에서 (칼럼을) 썼을 뿐, 명예훼손이나 폄훼할 의사는 전혀 없었다. 제가 쓴 글로 논란이 있었고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데 대해 다시 한 번 유감을 표시한다”고 거듭 해명한 뒤 가까스로 회의가 속개됐다.

하지만 속개된 회의 과정 속에서도 여당 추천 위원들로부터 칼럼 내용과 관련한 강 교수의 사과 요구가 나왔다. 이에 야당 추천 위원들은 “회의 지체 부분에 대해 이미 사과를 했다. 강 위원장은 글의 내용에 대해선 생각의 변화가 없으니 (칼럼으로 인해) 여당 추천 위원들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느낀다면 여기서 재론할 게 아니라 명예훼손과 관련한 법적 절차를 밟는 게 적절하다”(이창현 국민대 교수), “의견을 바꾸라는 요구는 검열 중에서도 불법적인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 부분”(박경신 고려대 교수)이라고 반박했다.

“MBC ‘뉴스데스크’ 악의적 왜곡 편집…사과하라”

그러나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이 지난 20일 MBC <뉴스데스크>가 이날 오전 열린 제2차 전체회의 내용과 일부 위원들의 발언을 의도적인 편집을 통해 왜곡했다며 오는 30일까지 보도 책임자를 통한 공식 사과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여당 측 운영소위 간사 역할을 맡고 있는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은 “MBC는 지난 20일 미디어위원회가 회의 공개 여부를 놓고 논박만 하다 전체회의를 끝냈다고 하면서 여당 추천 위원들이 완전 비공개를 주장한 것처럼 왜곡보도 했고, 이에 대한 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이헌·최선규(명지대 교수) 위원의 발언을 악용했다”고 비판했다.

▲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강상현 연세대 교수(민주당 추천),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한나라당 추천) ⓒPD저널
이헌 변호사 역시 회의 시작 전과 퇴장 시점에 MBC 카메라를 향해 “찍지 마라. 카메라를 무서워하는 사람으로 보도하지 않았냐”며 불쾌감을 표시한 바 있다.

최 사무처장은 “MBC가 내주 월요일(30일)까지 사과를 하지 않으면 화요일(31일) 운영소위에서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할 지 논의할 것”이라며 “보도책임자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상현 교수는 “여기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아니다. 우리가 방송된 내용이나 칼럼의 내용을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방통심의위원회와 같은 위원회가 돼야 한다”며 최 사무처장 주장의 적절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민주당 추천 위원인 류성우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도 “언론 보도에 대한 개인 불만은 이해할 수 있지만 개인적인 불만으로 그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 미디어위원회에서 보도내용까지 통제하게 되면 미디어위원회 발 보도지침으로 가게 된다. 개인적 불만은 특정 언론사 앞에서 1인 시위 등의 하면 될 일이다. 향후에도 언론 보도에 대한 문제를 재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반대 의견을 펼쳤다.

한편, 이헌 변호사는 지난 25일 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13일과 20일 각각 보도한 <미디어국민위원회 오늘 출범…출발부터 신경전>,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TV앞에선 말 못한다?>에서 자신의 발언 앞뒤를 삭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언론중재조정을 신청, 정정보도 및 1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 변호사는 언론중재조정신청서에서 “MBC는 방송법 개정 등에 반대하는 입장인 반면 신청인(이헌 변호사)은 찬성 입장을 표명한 바 있고, 피신청인을 상대로 <PD수첩>에 대한 1, 2차 국민소송·재미교포 소송을 소송대리인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8월 경 MBC의 <생방송 오늘은> 방송에 대한 사과방송을 받아내는 대리인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면서 “2차례에 걸친 신청인에 대한 MBC의 편집보도는 의도적인 인신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방송규제’(황근 선문대 교수), ‘방송관계법 개정과 미디어 공공성 위기’(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모욕죄의 위헌성과 친고죄 조항의 폐지에 대한 정책적 고찰’(박경신 고려대 교수) 등 언론관계법과 관련한 교섭단체 별 추천 위원들의 발제를 진행한 후 토론을 전개했다.

또한 내달 3일로 예정된 제4차 전체회의에서 ‘신문·방송 겸영과 여론다양성’에 대해 교섭단체별 의견을 발표한 후 찬반토론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밖에도 운영소위원회 구성과 홈페이지 개설, 회의공개 등의 문제도 내주 전체회의에서 최종 합의하기로 했으며, 여론수렴과 관련해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의사일정을 진행하며 꾸준한 논의를 전개키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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