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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 전대통령 소환을 보며

지난달 30일 14년 만에 사상 세 번째로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는 풍경을 우리는 생방송으로 보아야만 했다. 불편하고 개탄스럽다. 이제 나올 얘기는 다 나왔다.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를 기치로 내건 이른바 참여정부가 알고 보니 양두구육(羊頭狗肉)이었다느니,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더니 부패로는 진보도 다를 게 없다는 등 세간의 조소(嘲笑)는 차고도 넘친다.

이 마당에서 범죄로서 확정된 바는 아직 없다는 무죄추정주의, 규모가 이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미약하다는 정상참작론, 검찰이 수개월 동안 박연차 회장과 그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다는 정치보복성 수사 등을 운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향후 수사와 재판의 추이와는 별도로 지금까지 드러난 빌미만으로도 국민의 실망과 배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살아있는 권력 MB 후원회장 천신일씨 등에 대한 수사요구는 오히려 ‘물타기’로 보일 정도다.

얼마 전 노 전대통령의 추락을 다룬 한 진보적 시사주간지의 제목은 ‘굿바이 노무현’이었다. 인간 노무현에 대한 미련과 그의 부정적 유산을 딛고, 그 시대의 가치는 승화시키자는 뜻이었을 게다. 그런데 지난해 연말 언론인 출신의 어느 여당 정치인이 낸 책 제목도 ‘굿바이 노무현’이었다. 이번 국회에서 지나간 노무현 정권에 대한 저격수로 재미를 보는 그는 지금 쾌재를 부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듯 ‘굿바이 노무현’은 착잡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돌이켜 보면 노무현 시대는 정권 역량과 기반을 분열적으로 소진하고 난맥을 보인 끝에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그 시대의 실패는 그의 지지자들뿐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간 국민들의 실패다. 노 전대통령은 현실에서는 몰라도 역사의 영역에서는 재평가받기를 원했는지 모르겠으나 그마저도 쉽지 않게 되었다.

노무현 시대의 마지막 의미는 다시는 자신과 같은 대통령이 없게 만드는 ‘반면교사’ 역할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그 교사의 가르침을 받아야할 학생은 바로 현직 대통령이다. 그런데 그 학생의 자질과 수업 태도, 교우관계 등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굿바이 노무현’은 있어도 ‘굿모닝 MB’는 없다. 이것이 우리 정치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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