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보일 열풍으로 본 우리 안의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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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영국=채석진 통신원

최근 리얼리티 탤런트 쇼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 출연한 중년의 여성이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는 영국의 숨은 재능 있는 사람들을 발굴해 낸다는 취지의 콘테스트 쇼다. 영국 각 지역을 돌면서 오디션을 진행하여 경쟁자들을 선발하고, 이 쇼의 승자는 십만 파운드의 상금과 함께 로얄 패밀리 앞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

올해 〈브리튼스 갓 탤런트〉는 시작과 동시에 전세계적인 스타를 배출했다. 지난 4월 11일 방영된 첫 오디션에서 수잔 보일이라는 중년의 여성이 ‘예상치 못한’ 노래 실력으로 관중과 평가자들을 경악하게 했고, 이 동영상이 ‘유튜브’(Youtube)를 통해 전세계에 퍼지면서 세계적인 팬덤 현상을 형성하고 있다. 〈텔레그라프〉(4월 23일자)에 따르면, 수잔 보일의 동영상은 11일 동안 백만 번이 넘게 시청되었는데, 이는 버락 오바마 연설 동영상보다 5배 이상 많은 것이다.

▲ 지난 달 11일 영국 iTV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출연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수잔 보일. <사진제공=iTV>
인터넷상의 엄청난 호응을 기반으로 수잔 보일은 2주 만에 전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됐다. 수잔은 유명한 미국의 토크쇼 〈래리킹〉(Larry King, CNN)과 전화 인터뷰를 했고,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도 출연 요청을 받았다. 이 외에도 프랑스, 이스라엘, 캐나다, 덴마크,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지에서도 인터뷰 요청을 받고 있다(〈가디언〉 4월24일자).

무엇이 이처럼 세계적 규모의 반향을 일으킨 것일까? 수잔의 동영상은 잘 짜인 ‘참회’의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다. 도입 부분에는, 겉모습으로 평가하는 사회에서 짓눌려 살면서도 그것을 비판하기보다, 자신 또한 뒤에 숨어 동일한 잣대로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고 무시하는 흉측한 우리들의 모습이 있다. 오디션 전 인터뷰에서 수잔은 자신을 “47살의 실업자인 미혼 여성이고 고양이와 살고 있으며 키스도 한번 못해 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무대 위에서의 그녀의 모습 또한 대단히 초라하다.

탄야 골드는 〈가디언〉에 이렇게 묘사한다. “작고 다소 뚱뚱한, 사각 얼굴에 삐뚤어진 치아와 헝크러진 머리. 금색 레이스 드레스는 그녀를 레이스로 된 그릇 깔개 위에 놓인 돼지고기 덩어리처럼 보이게 했다.” 이러한 ‘스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수잔이 무대 위에서 “전문적인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을 때 관중들과 판정단들은 낄낄거리고 휘파람을 불어 대며 그녀를 비웃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반응은 본론의 커다란 반전의 중요한 초석으로 작용한다.

수잔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레미제라블〉의 ‘I Dreamed A Dream’을 놀라운 수준으로 소화했고, 그녀의 퍼포먼스는 관중들의 열광적인 환호 및 판정단들의 감동 어린 표정과 교차 편집된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능력을 인정하며 자신들의 편견을 참회하는 판정단들의 발언을 통해, 수잔은 뚱뚱하고 못생긴 낙오자의 자리에서 구원을 받아, 오히려 무지한 대중들과 오만한 평가자들을 깨우치는 구원자의 자리로 자리매김한다. 이러한 서사 구조 속에서 수잔은 인터넷 상에서 ‘예수’에 비유되기까지 한다.

그녀에 대한 전세계적인 열광은 수잔의 동영상이 이와 같은 서사 구조를 통해 겉모습으로 평가되는 사회에 짓눌려 경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안전한’(구원이 보장된) 참회의 자리를 제공하기 때문인 듯하다. 미국의 세계적 배우 데미 무어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수잔의 동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렸고 그녀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얄팍한지를 일깨워 줬다”고 말한다.

수잔의 동영상이 사람들에게 그토록 큰 감동과 충격으로 다가간 것은 역으로 (감동의 강도에 비례하여) 우리 안에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꿈꿀 수 있는 희망이 얼마나 적은지를 보여 주는 반증일 것이다. 그러니 눈물 흘렸다고 속죄되었다고 생각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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