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유찰로 자존심 회복 나선 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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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중국은 프랑스 파리 크리스티에서 열린 경매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어디를 가나 이날 경매 대상이 된 ‘위안밍위안 십이지신상’ 가운데 하나인 쥐와 토끼머리 상 얘기가 들려왔다. 중국인들은 흥분했고, 각자 자신의 의견을 표명했다. 또 당시 낙찰이후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경ㅁ 차이밍차오의 극단적 행동의 여파가 아직 다 가시지도 않은 지난 달 29일 위안밍위안에서 약탈된 또 하나의 유물인 건륭황제 옥새가 파리에서 168만 유로에 낙찰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의 시작은 18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원 중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유서 깊은 중국 황실정원 위안밍위안은 영국-프랑스 연합군에 의해 한줌의 재로 변했고, 수많은 문화재들이 약탈당했다. 이번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십이지신상도 이 때 유실된 문화재 가운데 하나다. 이렇게 150년 간 조국을 떠나 유랑하던 십이지신상은 2000년부터 경매를 통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00년 4월 원숭이와 소머리 십이지신상 경매가 홍콩 크리스티에서 있었다. 당시 다른 경매건으로 경매장에 참석했던 바오리 그룹 이쑤하오 대표는 원숭이상과 소상을 각각 740만 홍콩달러와 700만 홍콩달러에 구입했다. 그 후 며칠 뒤인 5월 2일 소더비는 호랑이상을 경매품으로 내놓았고, 이수하오는 호랑이상을 1400만 홍콩달러에 구입했다.

2003년 초 해외로 유실된 문화재 되찾기 기금회는 미국인 수집가가 돼지상을 소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고, 그들을 대표하여 ‘마카오 도박의 왕’으로 불리는 허홍선이 나서 청동상을 둘러싼 설득과 양도 작업을 시작한다. 결국 그는 600만 위안에 돼지 청동상을 구입해 소유권을 국가에 반납했다. 이렇게 돼지상은 십이지신상 가운데 유일하게 경매를 거치지 않고 중국의 품으로 돌아온 청동상이 됐다. 2007년 소더비는 말머리상을 경매에 부치고, 허홍선은 다시 나서 6910만 홍콩달러에 말머리상을 구매해 중국정부에 헌납했다.

이렇게 십이지상 가운데 원숭이, 소, 호랑이, 돼지, 말머리 상이 중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09년 2월 25일에는 토끼와 쥐 청동상이 파리 크리스티에서 경매에 부쳐졌다. 결국 해외로 유실된 문화재 되찾기 기금회 수석고문 차이밍차오는 두 청동상을 3149만 유로에 낙찰 받지만 그는 자신이 입찰에 참여한 것은 중국인으로서의 책임감에서 나온 행위이며, 낙찰대금을 결코 지불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한다.

이 사건은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언론에 쥐불을 붙이는 역할을 했다. 국제적 관례를 공공연하게 위반한 이 행위를 두고 한 웹사이트가 실시한 투표에서 74.5%(35만 명 참여)의 네티즌들은 차이밍차오의 행위는 애국행위라며 지지의사를 표명했고, 단지 13.1%만이 이는 상거래 신용을 위반한 행위라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압도적인 의견은 ‘약탈된 문화재를 비싼 돈을 주고 사올 필요는 없으며, 이는 마땅히 부상으로 중국에 반환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중국 정부의 입장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중국외교부, 국가문물국 그리고 위안밍위안 관리처는 “전쟁으로 인해 해외로 유실된 문화재의 소유권은 중국 정부에 있다. 국가문물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문화재 국내복귀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결코 ‘되사는’ 일은 없을 것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금도 언론은 당시 이 사건을 두고 갑론을박을 계속하고 있다.

▲ 북경=배은실 통신원/ 게오나투렌

그 와중에 지난 달 29일 파리에서 위안밍위안에서 약탈된 건륭황제의 옥쇄가 보상 르페브르가 주최한 경매에서 168만 유로에 낙찰된 것이다. 비록 낙찰자가 중국인이었다고는 하지만 이 사건을 바라보는 동양인들의 마음이 그리 편치는 않았다. 비록 물 건너 중국의 일이었다고는 하지만, 수많은 한국 문화재들이 구미 여러 나라에서 경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우리로 하여금 같은 처지에 있는 우리 문화재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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