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뒷전으로 한 한나라당 마음대로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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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디어위 공청회를 보고 / 이호진 언론노조 지역신문위원장

신문법과 방송법의 소유규제를 완화하겠다는 한나라당의 개정안에 대해 지역의 여론을 듣겠다며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약칭 미디어위)가 지역에선 처음으로 지난 6일 부산에서 개최한 공청회는 내용상 ‘지역’도, 형식상 ‘공청’회도 아니었다.

지난 6일 오후 2시.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는 한나라당측 공술인들이 얼마나 해괴한 논리를 들고 나올지 관심과 우려가 뒤섞여 있었다.

이미 1시간 전인 오후 1시에 ‘언론장악 저지 및 지역언론 공공성지키기 부산연대’는 △지역 공청회 횟수 확대 및 전국 단위 여론조사 실시 △지역언론 정책·지원 방안 마련 △신문시장 점유율 등 데이터 구축 등 세 가지 사항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실시했었다.

▲ 자료사진.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청회 모습

시청자미디어센터 주변에 급하게 붙인 듯한 공청회 공고문에는 한나라당측 공술인 4명 중 3명의 연고지가 광주와 서울인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수도권 다음으로 규모가 큰 지역인 영남권 유일의 공청회를 개최하면서 한나라당측은 지역 공술인을 구하기가 어려웠던 것인지, 지역에서 굳이 공술인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궁금했다. 그 이유가 전자라면 가련한 집권 여당의 군색한 법 개정논리를 입증하는 것이고, 후자라면 여론 수렴을 구실로 실은 자신들의 논리를 오만하게 지역에 교화하러 온 것으로밖에 해석될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내려 온 학자들은 발표내용에서도 한나라당의 언론관련 법 개정안이 경쟁 제일주의를 표방함으로써 상대적 약자인 지역 언론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숭실대 법대 강경근 교수는 천문학적인 불·탈법 경품을 동원해 신문시장 전체를 거머쥔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대해 “독자의 엄한 선택을 받은 지배력 높은 신문”이라며 불법을 옹호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백번 양보해 한나라당 미디어위원인 황근 교수의 말처럼 “지역 공청회라고 꼭 그 지역 공술인만 나와야 되는 것은 아니”라고 치자. 형식면에서 이날 행사는 ‘공청’회라는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

지역언론공공성지키기부산연대는 행사 다음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날 행사가 행정절차법이 정하고 있는 공청회 요건 중 △개최 14일전 발표자(공술인) 및 발표신청 방법 및 신청기한 등을 널리 알려야 하고, △방청인에게도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조항을 충족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공지는 불과 이틀 전인 4일에야 미디어위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널리’ 알리지도,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도 않았던 것이다. 시민들의 의견 발표 방법이나 신청기한 따위는 애초에 공지되지도 않았다. 인구 1000만명이 넘는 영남권에서 딱 한 번 열리는 공청회를 평일 낮에, 120석에 불과한 장소에서 개최하면서 여론 수렴을 보다 널리 할 방법을 미리 고민했다는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게다가 방청석에서 질문자가 손을 들고 발언기회를 호소하는데도 이날 행사를 주재한 한나라당 추천 김우룡 미디어위원장은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이유로 혼자 마무리 발언을 하고는 자리에서 떠나버렸고, 뒤이어 한나라당측 미디어위원과 공술인들이 썰물빠지듯 행사장을 떠났다. 대구와 진주, 멀리는 수원에서까지 공청회 참여를 위해 달려온 방청인들은 김 위원장이 정당한 발언권을 애써 무시하고 떠나는 모습을 보며 분한 마음을 삭이지 못했다.

공술인 논박 2시간30분에 방청석 질문은 고작 50분이었다. 애초 계획은 2시간 토론에 1시간 방청인 발언이었다. 방청인과 공술인 발언시간 배분이 합리적인지, 그렇게 제약할 수 있는 권한이 어디서 나왔는지 의문이다.

이런 사실을 놓고 볼 때 한나라당은 언론법 개정안 공청회를, 아니 미디어위원회를 일종의 통과의례로 삼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 이호진 언론노조 지역신문위원장
미디어위 활동기간 100일과 국회법 절차에 따른 표결처리라는 여야합의문 자체가 한나라당의 든든한 ‘빽’이다. 하지만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한나라당 마음대로 처리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사회적 논의기구라는 이름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한 나라의 언론시장 틀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법 개정을 하면서 어떻게 100일동안 논의를 끝낼 수 있단 말인가?

“제대로 된 논의를 못할 바에는 미디어위를 ‘쫑’ 내는 것이 낫다”던 야당측 공술인 강창덕 경남민언련 대표의 말이 잔잔히 머릿속을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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