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심의 논란 심의위, 공정성 강화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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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년 평가 자료서 “지난 1년의 성과는 공정성 강화”

오는 15일 출범 1년을 맞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 이하 심의위)가 지난 1년의 성과로 ‘방송의 공정성·공공성 강화’를 꼽으면서 향후 계획으로 “방송 공정성 심의 연구의 내실 있는 마무리”를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심의위, 1년 동안 정권 비판보도 11건 제재…‘방송 공정성’ 불공정 심의 논란

대통령 직속의 방송통신위원회와 달리 심의위는 ‘민간독립기구’이지만 지난 1년 동안 예산과 운영 등 모든 면에서 자율성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대통령과 여당, 야당이 각각 3명씩 추천해 임명된 심의위원들은 여야 6대 3의 정파적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채 심의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말로만 민간독립기구’, ‘6대 3 자판기 심의’ 등의 비판이 지난 1년 동안 심의위에 쏟아진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실례로 지난 2007년 구 방송위원회에서 정권에 대한 비판보도를 놓고 단 한 건의 심의도 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지난 한 해 동안 방통위는 MBC <PD수첩> ‘광우병’편 등 비판보도 11건에 대해 재허가 심사 시 감점 요소인 ‘시청자에 대한 사과’ 등의 법정 제재를 한 바 있다.

▲ 한국PD연합회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13일 오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1년은 정침심의로 얼룩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PD저널
심의위 “방송 공공성·공정성 제고” 자화자찬

심의위는 14일 발표한 ‘출범 1년간의 주요 추진성과와 향후 추진과제 발표’ 자료에서 지난 1년 동안의 주요 추진성과로 “방송내용 심의를 통해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제고, 건전한 방송환경 조성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심의위 출범 이후 1년 동안 지상파 방송에 대한 심의제재 건수는 총48건(권고포함 194건)이며, 제재 사유는 △협찬고지 위반 45건(17.8%) △간접광고 41건(16.2%) △방송언어 25건(9.9%) △품위유지 23건(9.1%) 등이었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에 대한 심의제재 건수는 총 195건(권고포함 302건)이었으며, 제재 사유는 △어린이 및 청소년 보호(14.8%) △품위유지(7.8%) △성표현(7.7%) △방송언어(6.7%) △건전한 생활기풍(3.6%), 폭력묘사(2.7%) 등이 다수였다.

심의위 “방송 공정성 기준 구체화로 방송현업 자율성 확대”

그러나 심의위는 이번 발표에서 지난 1년 동안 현업 방송인들은 물론 학계와 언론·시민단체로부터 문제제기가 이어졌던 방송 공정성 심의를 둘러싼 논란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되레 “방송 공정성 기준을 구체화하여 방송현업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사회각계가 공감할 수 있는 공정성 심의규정과 체계를 정립하고자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시민단체 추천을 포함한 학계 전문가 6인으로 구성된 연구진의 연구를 통해 공정성의 개념을 구체화하고 공정성 책무의 정도, 대상, 범위 등을 명시한 공정성 가이드라인(안)을 마련했으며, 전문가 토론 및 방송사 등 현업의견을 청취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발표된 이 가이드라인(안)은 총 33개 항목으로 총칙, 방송공정성 심의 적용대상, 공정성 심의를 위한 지침 등 3개 부분으로 구분돼 있다.

주요내용은 △논쟁적 사안을 다룰 땐 주요 견해를 다양하고 폭넓게 반영해야 한다 △방송사가 논란의 이해당사자일 경우 해당 방송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도적 선택·편집해선 안 된다 △뉴스는 내용뿐 아니라 취재원, 인터뷰 대상자와 인터뷰 시간, 카메라 앵글 및 영상처리방식, 제목, 자막, 그래픽 등 불편부당을 준수해야 한다△가두 인터뷰가 마치 여론의 동향을 반영하는 듯한 인상을 줘선 안 된다 등이다.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에도 “방송공정 심의 연구 마무리 하겠다”?

심의위의 공정성 가이드라인(안)이 발표되자마자 방송가 안팎에선 ‘제작 자율성의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잇달아 냈다. MBC의 한 PD는 당시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카메라 앵글이나 인터뷰 시간 등 세부적 제작 지침까지 매뉴얼화 하는 것 자체가 제작 자율성의 침해일 뿐 아니라, 정부 비판 프로그램을 더욱 옥죄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심의위가 심의기관이 아닌 검열기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외국의 사례에 비춰 봐도 공정성 가이드라인(안) 제정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40여년 동안 적용해오던 공정성 원칙(Fairness Doctrine)을 1987년 폐지했는데, 언론 위축효과에 대한 우려가 이유였다. 공정성 조항으로 방송사들이 논란이 되는 사안들을 아예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공공의 이익에 역행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러나 심의위는 이날 발표한 향후 추진계획에서 “방송 공정 심의를 위한 연구를 (올해 안에) 내실 있게 마무리, 위원회 업무체계의 버팀목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또 “방송환경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방송프로그램 등급제, 청소년 보호시간대 등 관련 제도와 규정의 개선방안을 모색, 양질의 콘텐츠 보급이 보다 확산될 수 있도록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PD연합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등 53개 언론·시민단체들은 지난 13일 오전 심의위가 위치한 서울 목동 방송회관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심의에 관한 기본 규정에 따르면 심의위는 방송의 독립성, 자율성, 창의성을 존중해야 하는데 (심의위가) 현재 정권의 도구로서 기능하며 이러한 원칙을 저버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방송 공정성·균형성 관련 심의 대상 축소 △정치심의 중단 △인터넷상 청소년 유해매체물에 대한 등급 부여를 제외한 자의적 심의행위 중단 등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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