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은 끝내 열리지 않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추모 열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은 또 다른 ‘추모의 광장’을 만들어 그를 애도했다.
4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추모위원회’(이하 추모위)는 당초 27일 오후 7시부터 서울광장에서 노 전 대통령의 시민추모제를 열려고 했다. 추모위는 이날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을 갖고 서울광장 사용 허가를 타진했으나, 행정안전부는 최종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대한문 앞에 모인 시민들은 서울광장을 원천봉쇄한 경찰을 향해 “왜 시민들의 광장을 막느냐”며 항의했다. 이 자리에서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은 “서울시와 중앙부처가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서울광장을 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소가 바뀌면서 추모제는 당초 계획보다 한 시간 가량 늦게 시작했다. 경찰이 서울광장에 있는 행사차량을 에워싸고 이동을 막아 나서면서 무대 설치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추모제 사회를 맡은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국민을 두려워하는 비겁한 정부에 할 말은 많지만 29일 영결식까지는 참겠다”면서 “하지만 오늘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정해진 무대는 없었지만, 시민들은 정동광장 중앙을 중심으로 모여들었고 추모제가 시작할 즈음엔 7천여 명의 시민이 정동길을 가득 메웠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분향소를 참배하기 위해 이화여자고등학교까지 길게 줄을 서 있던 시민들도 추모제에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