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사과하라” 분노·슬픔의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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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운구차량, 서울광장으로 이동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국민장 마지막날인 29일 오전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열렸다. ⓒPD저널
끝내 마지막 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9일 생전 그를 상징하던 노란 물결 속 애도하는 국민들과의 마지막 만남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새벽 봉하마을을 출발한 노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은 400km를 달려 오전 10시 50분 영결식이 예정된 경복궁 앞뜰에 도착했다. 오전 11시, 노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이 영결식장에 들어서자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3000여명의 참석자들이 일제히 일어서 고인을 맞이했다.

송지헌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영결식은 군악대의 조곡 연주로 시작돼 국기에 대한 경례, 고인에 대한 묵념, 장의 집행위원장인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의 약력보고로 이어졌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비통함

▲ 공동장의위원장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조사를 낭독하고 있다. ⓒPD저널
영결식 직전부터 눈시울을 붉히던 이들의 흐느낌은 공동장의위원장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조사를 낭독하면서 터져 나오고야 말았다.

“노무현 대통령님”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부터 눈물을 억누르느라 목이 멘 한 전 총리는 조사를 낭독하는 내내 여러 번 울음을 삼켜야만 했다.

한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계시는 동안 대한민국에선 분명 국민이 대통령이었다”면서 동반성장, 지방분권, 균형발전 정책,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연 경제정책, 한반도 평화 정책, 균형외교 등의 업적을 읊은 뒤 “노 전 대통령이 떠난 지금에 와서야 님이 재임했던 5년을 돌아보는 것이 왜 이리도 새삼 행복한 것일까요”라고 말했다.

▲ 한 추모객이 노 전 대통령의 추모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PD저널
한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을 “자신의 문제에 대해선 한없이 엄격하고 강인했지만 주변의 아픔에 대해선 속절없이 약했다”고 회고하면서 “‘여러분은 이제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는 글을 접하고서도 님을 지키지 못한 저희들의 무력함이 참으로 통탄스럽다”고 탄식했다.

이어 “그래도 꿈을 키우던 어린 시절의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지막 꿈만큼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세상은 ‘인간 노무현’으로 살아갈 마지막 기회조차도 빼앗고 말았다”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 등에 대한 비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다음 세상에선 부디 대통령 하지 말길…또 다시 ‘바보 노무현’으로 살지 말길”

한 전 총리는 이날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은 실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서거 직전 쓴 글에서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이 실패 이야기를 쓰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전 총리는 “설령 노 전 대통령의 말씀처럼 실패라 하더라도 이젠 걱정하지 마시라. 저희들이 님의 자취를 따라, 꿈을 따라 대한민국의 꿈을 이루겠다. 그래서 온 국민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있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노 전 대통령께서 생전에 하신 것처럼, 분열로 반목하고 있는 우리를 화해와 통합으로, 대결로 치닫고 있는 민족 간의 갈등을 평화로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

이어진 한 전 총리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인사에서 영결식장은 눈물로 채워지고 말았다.

“이제 우리는 대통령님을 떠나보냅니다. 대통령님이 언제가 말씀하셨듯이,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대통령 하지 마십시오. 정치하지 마십시오. 또 다시 ‘바보 노무현’으로 살지 마십시오. 그래서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더는 혼자 힘들어 하시는 일이 없기를, 더는 혼자 그 무거운 짐 안고 가시는 길이 없기를 빌고 또 빕니다…(중략)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했습니다. 대통령님 편안히 가십시오.”

이에 앞서 조사를 한 공동장의위원장은 한승수 국무총리는 “노 전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열어갈 것을 천명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헌신했다. 재임기간 동안 대통령 스스로 낮은 곳으로 내려와 국민과 함께하는 서민대통령이 되고자 했다”면서 “우리 국민은 대통령께서 숱한 역경과 우여곡절 속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이룩한 업적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고인께서 그토록 열망하시던 화합과 통합을 반드시 실현하고 세계 속에 품격 있는 선진일류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제 생전의 짐 모두 내려놓으시고 편히 영면하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영결식장에는 이른 시간부터 수많은 내· 외신 기자들이 몰려 뜨거운 취재열기를 보였다. ⓒPD저널
백원우 민주당 의원, 이 대통령 헌화에 “이것은 정치살인”

조사에 이어 불교와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의 종교의식이 진행되고 노 전 대통령 생전의 영상이 방영됐다. 노 전 대통령의 유서는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낭독했다. 이후 조악대가 ‘새같이 날으리’ ‘미타의 품에 안겨’ 등 조곡을 연주하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헌화에 나섰다.

그 순간 내내 눈물을 훔치고 있던 참석자들이 일제히 일어서 “무슨 염치로 헌화를 하나”, “사람을 죽여놓고…”, “당장 내려와” 등 분통섞인 야유를 하기 시작했다. 한 참석자는 “사람을 그렇게 보내놓고 어떻게 저럴 수 있냐”며 발을 굴렀다. 

▲ 이명박 대통령의 헌화 순서가 다가오자 영결식에 참석한 추모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헌화할 자격없다. 이명박은 사과하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PD저널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명박 대통령은 사과하라”고 외쳤으나 경호원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백 의원은 자신을 말리는 경호원들과 민주당 인사들의 위로에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이것은 정치보복이다. 정치살인이다”라고 외치며 한참을 눈물을 쏟았다.

▲ 경복궁 주변 건물 옥상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도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추모영상이 상영됐다. ⓒPD저널

야유 속 헌화가 끝나고 국립합창단은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부르던 ‘상록수’를 합창했고,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긴 해금 연주가 이어졌다. 오후 12시 25분 육·해·공군 조총대가 21발의 조총을 발사하는 의식을 끝으로 이날 영결식은 마무리됐다.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량은 세종로를 거쳐 고인을 기다리는 추모객들이 있는 서울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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