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위 여론수렴 못해…표결처리 미뤄야 87.6%
상태바
미디어위 여론수렴 못해…표결처리 미뤄야 87.6%
현업 언론인·언론학자 모두 “대기업·신문 보도채널 진출 반대”
  • 김세옥 기자
  • 승인 2009.06.02 0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나라당이 6월 임시국회 기간 중 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언론관계법 개정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언론관계법 개정을 위해 연말연초와 지난 2월 임시국회 두 차례에 걸쳐 ‘입법전쟁’을 방불케 하는 극한 대립을 야기했던 한나라당은 지난 3월 2일 여야 원내대표 협상을 통해 100일 동안 사회적 논의기구를 가동키로 했으나, 일련의 논의 속 지난 3월 발족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는 여야 대리전만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탄생한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적인 여론수렴 방식인 여론조사조차 여당 측 위원들의 반대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PD연합회와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9~20일, 22일 각각 현업 언론인 500명과 언론학자 300명을 상대로 한나라당 언론관계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현업 언론인 설문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p, 언론학자 설문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5.7%p)

■대기업·신문 보도채널 진출 반대, 찬성의 2배= 한나라당 언론관계법 개정의 핵심은 신문과 대기업에 보도채널을 허용하는 데 있다는 게 언론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보도채널을 제외한 방송 진출이 이미 허용돼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의지만 있다면 현재 정부 여당이 언론관계법 개정의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 탄생은 지금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계적 미디어 그룹인 폭스나 타임워너 등이 보도가 아닌 드라마 등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그렇다. 보도채널을 통해 신문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자본에 언론을 종속, 사실상 여론을 독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PD연합회 등이 지난달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진행한 조사에서 대기업과 신문의 보도채널 진출에 대한 현업 언론인들의 반대 의견이 두 배 이상 높았던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기인한다. 이번 조사에서 언론인의 81%, 언론학자의 70.3%는 대기업의 보도채널 진출에 대해 반대했다. 찬성은 언론인 17%, 언론학자 28%였다.

신문의 보도전문 채널 진출에 대해선 언론인의 64%, 언론학자의 54%가 반대했다. 반면 찬성 의견은 언론인 33.4%, 언론학자 45%로 나타났다. 특히 신문기자가 포함된 기자 직군에선 찬성 46.1%, 반대 51.9%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는 신문의 지상파 방송·종합편성 채널 진출에 대한 반대 의견이 2~3배가량 높았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찬성 의견을 낸 응답자를 대상으로 어느 정도 지분을 허용해야 할 것인지 물은 결과, 찬성 응답을 했던 언론인 중 10% 이하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25.1%, 20% 이하 23.4%, 30% 이하 18% 순으로 나타났다. 찬성 의견을 낸 언론학자 중에선 20% 이하가 29.6%로 가장 많았고 30% 이하와 10% 이하가 각각 20.7%, 20%로 나타났다. 신문의 보도전문 채널 진출에 찬성한 언론인과 언론학자들의 상당수가 지분율은 20%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인 것이다.

■신방 겸영 허용해도 사전 제한 조치해야= 응답자들은 그러나 신문의 방송 진출과 관련해 각종 사전 제한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데 상당수 동의했다. 특히 언론인에 비해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 진출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언론학자들이 신·방 겸영에 앞서 각종 사전 제한조치를 취하는 문제에 대해선 언론인들과 비슷하거나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끈다.

먼저 ‘프랑스나 영국처럼 시장점유율이 일정 정도 이상인 신문은 방송 겸영을 금지해야 한다’는데 언론인의 76.6%, 언론학자의 71%가 찬성했다. ‘미국과 같이 일정한 규모의 지역 안에서는 신문과 방송 겸영을 금지해야 한다’는데 언론인 67.6%, 언론학자 68.7%가 찬성했다. ‘신문과 방송의 점유율을 합쳐 일정한 상한을 설정하는 조치’에 대해선 언론인 78.2%, 언론학자의 79.7%가 찬성했다.

신문의 방송 진출을 허용하기에 앞서 신문시장 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우선 각각의 신문의 시장 점유율을 알 수 있도록 유가 발행부수를 먼저 공개해야 한다는 데 대해 언론인 85.8%, 언론학자 91.3%가 찬성했다. 또 무가지 살포나 경품 같은 부당 경쟁 행위의 금지에 대해서도 언론인의 89.4%, 언론학자의 91%가 찬성 의견을 밝혔다.

■미디어위 여론수렴 못하고 있다 87%= 그밖에도 한나라당 언론관계법 개정안을 둘러싼 각종 쟁점에 대한 질문 가운데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 도입 시 한정된 광고 재원을 둘러싼 과당 경쟁으로 방송 경영이 어려워지고 방송품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데 언론인의 77.8%, 언론학자의 58%가 동의했다. 반면 ‘대기업과 신문이 방송에 진출하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란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선 언론인의 73.4%, 언론학자의 65.3%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 진출 시 여론 다양성을 확충할 수 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언론인의 77%, 언론학자의 71%가 동의하지 않았다. 동의한다는 의견은 각각 21%, 26%에 그쳤다. 하지만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 진출 시 방송 독립성·공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엔 언론인 79.6%, 언론학자 67.7%가 동의했다.

한편, 지난 3월 13일 첫 번째 전체회의 이후 언론관계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미디어위의 주제별·지역 공청회 등과 같은 여론수렴 방식에 대해선 언론인과 언론학자 모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언론인 87%, 언론학자 83.3%인 반면 잘하고 있다는 의견은 각각 8.6%, 12.3%에 그쳤다. 미디어위의 여론수렴 방식에 부정적인 답변을 전한 언론인 87.6%, 언론학자 81.6%는 여론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을 경우 임시국회 표결 처리를 6월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