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주의 국정 반성하며 언론법은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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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주의 국정 반성하며 언론법은 강행
[해설] 여당 ‘쇄신론’ 진정성 논란…6월 임시국회 ‘험로’ 예상
  • 김세옥 기자
  • 승인 2009.06.0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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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임시국회 일정은 합의되지 않았지만 언론관계법을 비롯한 쟁점법안을 사이에 둔 여야의 입법전쟁은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6월 입법전쟁의 핵심은 언론관계법과 비정규직 법안인데, 이에 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해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한나라당은 ‘쇄신’을 논했던 지난 4일 연찬회 하루 전 6월 임시국회에서의 ‘중점 처리 법안’ 30개를 공개했는데, 이 안에는 신문·방송 겸영과 신문·대기업의 지상파 등 방송 진출을 허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문법, 방송법 등 언론관계법 개정안과 함께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비정규직 법안 등이 포함돼 있다.

반면 민주당이 지난 4일 워크숍에서 ‘6월 국회에서 반드시 저지해야 할 10대 MB악법’을 선정, 언론관계법 개정 저지를 최우선 과제로 올렸다. ‘노무현 정신’ 계승 차원에서 노 전 대통령이 생전 주요하게 생각했던 ‘언론 개혁’의 유지를 받드는 것 외에도 다수의 국민 여론이 반대하는 정책인 만큼 저지의 명분이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4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연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하루하루 소멸하는 언론법 강행의 명분

한나라당은 일단 몸싸움, 장외투쟁을 감수하고서라도 언론관계법 개정 등을 저지하겠다는 민주당에 대해 ‘원칙’과 ‘책임’을 앞세우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 살리기와 민생 안정을 위해선 사실상 올해의 마지막 임시국회인 6월 국회에서 쟁점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언론관계법과 관련해선 지난 3월 2일 교섭단체 대표 합의를 통해 6월 표결 처리 방침을 정한 만큼, 이견이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속내는 복잡하다. 지난 4·29 재보선에 이어 노 전 대통령 서거 정국 속 정부 여당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분명히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지난 1일 <한겨레>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보다 지지율이 뒤진 것으로 나타났을 당시만 하더라도 “지난달 24일 여의도연구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선 한나라당 26.4%, 민주당 25.8%로 앞섰다.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 신뢰도는 언론인들이 잘 알고 있지 않냐”(윤상현 대변인)며 태연한 듯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지난 4일 연찬회에서 당 쇄신특위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지율 조사 결과에서도 민주당 23%, 한나라당 21.1%로 나타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2일 당원 6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RS 전화 여론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70.4%가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에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분위기는 더욱 크게 술렁였다.

현 정권 출범 이후 정부 여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언론관계법 개정에 대한 여론도 다르지 않다. 지난 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75.5%가 언론관계법 개정 일방 처리에 반대했으며, 한나라당 지지층의 56.9%도 마찬가지 의견을 전했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물론 언론관계법의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여당 추천 위원들은 신문·방송법 개정 등에 대한 국민의 반대 여론에 대해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의미를 축소해 왔다. 하지만 한국PD연합회 등이 지난 5월 현업 언론인 500명과 언론학자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0% 이상이 언론관계법 개정에 반대했다. 언론법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국민보다 ‘잘 아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부정적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반대 여론의 의미를 축소했던 여당 측 주장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여당, 일방주의 국정 비판과 언론법 강행 사이에서 길을 잃다

일련의 현실 속에서 지난 4일 진행된 연찬회는 현 정권의 국정 운영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실제로 이날 연찬회에선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모습이 이반된 민심의 핵심이다. 국민의 63%가 이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데 이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이성헌 의원), “청와대에서 당을 바보로 만들며 일방통행 했다”(김성태 의원), “국민의 관심사는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독선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라는 것”(이정현 의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날 연찬회는 지도부 사퇴 등을 둘러싼 논박에 무게가 실리며 언론관계법 개정 등 구체적인 정책과 관련해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최종적으로 채택된 결의문에선 “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즉시 국회로 들어와 모든 현안을 국회에서 논의하자” 등 기존과 다를 바 없는 입장을 정리했다.

ⓒ한나라당

현 정권의 일방주의 국정에 대해 비판하면서 그 핵심에 있는 언론관계법 등 쟁점법안에 대한 입장을 새로 정립하지 않는, 사실상 모순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5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어제(4일)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국민과 남북관계, 국정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친이냐 친박이냐, 대표가 물러나야 되냐, 안 물러나야 되냐 등 자기들의 문제, 권력투쟁의 문제에 골몰하는 것을 보며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비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일련의 비판에 촉수를 세우며 6월 국회에 대한 새로운 전략 수립에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가득한 상황에서 미디어법 등을 밀어붙이는 게 과연 어떤 의미일지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쇄신특위가 정기국회로 넘기는 방안을 얘기했고, 지도부도 내부적으로 이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초선의 한 의원은 “연말연초 언론관계법 처리 문제를 놓고 당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했지만 사실 청와대와 당내 친이(親李) 주류에서 밀어붙이며 강공 드라이브의 분위기가 조성됐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청와대도 연말연초처럼 강력하게 당을 흔들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만사형통’(萬事兄通)도 사실상 어려워지지 않았냐”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인적쇄신 관련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원내에는 여전히 쟁점법안 처리의 시점을 놓쳐선 안 된다는 의견들도 있다. 일련의 상황에 대한 윤곽이 그려지기 위해선 내주 초까지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은 언론관계법 등의 저지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밝히면서도 “장외·장내가 따로 없다”(정세균 대표), “최소한의 요구사항을 정부 여당이 받아들이면 6월 국회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운영이 가능하다”(박병석 정책위의장) 등 6월 국회 의사일정 합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며 만약에 있을 파행에 대한 책임론을 덜 수 있는 방향의 전술 마련에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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