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사라진 천성관 후보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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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조중동 +KBS SBS’가 침묵할 때 …

조중동엔 없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와 관련한 각종 의혹이. KBS와 SBS 메인뉴스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천성관 의혹’이라는 단어 조합을. 철저한 침묵이고 의도적 봐주기다. 한국의 ‘대표적’ 5대 언론사가 공직자 검증에 모르쇠로 일관할 때 의혹이 어떻게 묻히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고가 아파트 매입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건 지난달 28일. CBS 〈노컷뉴스〉등이 보도를 하면서부터다. 제기된 의혹은 간단하다. △천 후보자가 서울 강남 고급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23억 원의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친척으로부터 빌린 8억 원에 대해서는 이자를 전혀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금의 성격과 출처와 관련해 ‘충분히’ 의혹제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 경향신문 7월3일자 12면.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봐주기, 언제까지 할 셈인가

천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은 계속 이어졌다. 경향신문은 지난 3일 “(천 후보자가) 아파트를 매입하는 과정에 거액의 자금을 빌려 준 동생과 지인의 재정상태가 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나타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천 내정자 측이 청문회를 앞두고 증인과 참고인을 빼달라는 로비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 한겨레 7월8일자 1면.
지난 8일. 한겨레는 1면에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건설업체가 리스해 쓰던 고급 승용차를 넘겨받아 사용해온 사실이 드러났다”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이 승용차를 넘긴 업체 대표는 천 후보자와 30년 이상 교분이 있는 사람으로, 천 후보자와 기업인들의 ‘특별한 관계’가 오는 13일 열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7월 9일. 경향신문은 천 후보자 아들의 병역특례 의혹을 제기했다. “천 후보자의 아들이 2006년 3월 유명 게임업체인 ㄴ사에 웹프로그래머 인턴으로 입사한 뒤 3개월도 채 안된 6월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성돼 지난해 8월까지 병역특례자로 근무했다”는 것이다.

▲ 경향신문 7월9일자 10면.
천 후보자 측의 해명 하지만 남는 의혹들

물론 이런 의혹들에 대한 천 후보자 측의 해명과 반론도 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대략 이렇다.

▲ 한겨레 7월9일자 5면.
“천 후보자가 전세 들었던 아파트 주인이 집을 내놓는 바람에 아들의 결혼이 예정돼 있고, 딸도 같이 살고 있어서 고민 끝에 큰 평수의 아파트를 산 것으로 알고 있다. 투기가 아니다.”

“하이츠파크 아파트를 계약함과 동시에 잠원동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으나 팔리지 않아 두 채를 소유한 것처럼 돼 있지만 한 채나 다름없고, 시가로 15억 원 가량 하는 잠원동 아파트가 팔리면 채무의 상당 부분도 해소되기 때문에 과도하게 빚을 내서 산 것도 아니다.”

“문제가 된 차량은 천 후보자와 30년 지기인 석 모씨가 회사 명의로 리스해 지난해 5월 제대한 석씨 아들이 사용하던 차량이며 석씨가 5월26일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낸 뒤 6월13~14일께 만난 자리에서 리스 승계를 제안해 와 그렇게 한 것이다.”

“승계계약을 하기 전인 2008년부터 천 후보자 아파트의 주차관리 대장에 해당 차량이 등록된 것은 경기 광주시에 사는 석씨 아들이 서울에 오면 천 후보자 집에서 숙식을 하는 경우가 많아 아예 주차증을 발급받아 준 것이다.”

“병무청에 정식으로 웹프로그래머 보직 산업기능요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뒤 (아들) 천모 씨의 실력을 보고 공정하게 선발했다. 병역특례가 아니다.”

▲ 경향신문 7월9일자 4면.
탐사저널리즘의 실종? 저널리즘 기본의 상실!

일부 언론의 의혹제기와 당사자의 해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의혹은 남았다. 이 의혹을 주목한 건 문제를 제기한 경향과 한겨레 정도였다.

조중동은 천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 자체를 아예 주목하지 않았고, 보도 자체를 금기시(?) 했다.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조중동은 기껏해야 ‘천성관 후보자 동기 3명이 사의를 표명했고, 고검장급 9명 모두 바뀔 것 같다’는 정도의 기사만 내보냈다. KBS와 SBS 역시 메인뉴스에서 천 후보자 관련 의혹들에 ‘침묵’하는 건 비슷했다. 기사 검색을 해보면 이들 언론들이 얼마나 천 후보자를 ‘특별대우’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탈세·투기 의혹이 제기된 백용호 국세청자 후보자 청문회 보도에서도 이 같은 ‘특별대우’는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9일 경향신문은 백 후보자 인사청문회 기사 제목을 <투기·탈세의혹 제기에 “죄송하다”>라고 뽑았지만, 같은 날 조선일보는 백 후보자의 웃는 사진과 함께 <백 후보자 “국세청 고위·간부직 변화 필요>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투기 의혹에 대한 백 후보자의 해명을 소제목으로 뽑으면서 수행원 한 명과 함께 모범택시를 타고 국회에 도착했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 조선일보 7월9일자 6면.
KBS 탐사보도팀이 그리운 이유

가장 안타까운 건, KBS였다. 김재영 MBC PD가 〈PD저널〉에서 언급한 것처럼 “참여정부 시절부터 공직자에 대한 검증 보도 가운데 KBS의 탐사보도팀의 재산 형성과정에 대한 보도는 성과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KBS 탐사보도팀은 김재영 PD의 말처럼 “도덕성을 강조했던 참여정부 시절에도 빛을 발했고, 이명박 정부 출범 첫 조각 때 그들의 보도는 참 볼만”했다. 또 “보도자료에 의존하지 않고도 선제적으로, 심층적으로 검증을 했으며, 또 당사자들이 워낙 다채로운 투기 경력들을 가지고 있던 터라 대한민국 사회의 ‘투기의 결정판’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KBS에서 그 성과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듯싶다. 김재영 PD는 이런 상황을 “탐사저널리즘의 실종”이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한국 저널리즘의 심각한 위기로 보는 게 더 타당한 것 같다.

문제는 그 중심에 조중동이 있고, 이제 그 대열에 KBS와 SBS가 동참할 태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언론에서 사라진 건, 천성관 후보자의 의혹들이 아니라 한국 저널리즘의 진정성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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