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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이재민이 속출하고 있지만 장마전선은 당분간 한반도에 더 머물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가슴 속에도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미디어 관련법을 두고 논란이 한창인데, 용산참사 가족들은 아직 오열을 그치지 못하고 있고, 경제는 여전히 안개 속에 침잠해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싸움도 앞을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작금의 우울한 환경을 볼 때 우리 마음에 내리고 있는 비는 아직 한참 더 계속될 듯합니다.
PD연합회는 이제 22주년을 맞았습니다. PD연합회가 성년이 된 후로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은 성년이 되는 통과의례만금이나 가혹했고, 지금도 그 상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방송독립과 언론자유는 질식 상태인 채 권력의 방송장악이나 산업논리만 횡행하고 있고 특히 지역방송과 종교방송들은 고사 직전에 처해있어, 방송을 둘러싼 작금의 환경은 가히 카오스적이라 할 지경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숙한 성년답게 어떤 난관이라도 이겨나가야 하는 것이 지금 PD연합회의 책무일 것입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초심을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여 년 전, 수많은 민주시민의 피땀에 빚지고 세워진 PD연합회 창립 당시의 정신을 다시 살리겠습니다. 방송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롭고, 그렇게 만들어진 방송이 참된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고, 그리하여 이 땅의 모든 구성원들이 주인으로서의 존엄성을 누리며 더불어 행복해지는 따뜻한 공동체를 꿈꾸는 일. 그 정신을 살려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양심적이고 민주적인 시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겠습니다. 민주적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대를 강화해,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실체적으로 행동하는 PD연합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PD 상호간의 소통을 위해서도 노력하겠습니다. 소속사가 다르고 분야가 다른 PD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하면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전문 분야별 PD포럼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콘텐츠 전문가로서 PD의 위상을 한층 높이겠습니다. 단기간에 한국의 방송은 놀랍게 발전했습니다. 물론 그 배경에는 PD들의 놀라운 역량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기획과 유통까지 포괄하는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변화하는 방송환경에 부응하는 콘텐츠 전문가로 PD의 위상을 높여나가겠습니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PD들의 강력한 단결이 요구됩니다. 각 협회를 중심으로 한 PD들의 힘이 연합회로 다시 모일 때 우리는 전체 PD의 이름으로 시대적 소명을 다하고 방송과 PD 개개인의 발전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당분간 장마전선은 우리 위에 더 머물 것 같습니다. 음울한 긴 장마를 걷어내고 햇빛 찬란한 PD들의 새날을 여는데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지혜와 힘은 PD여러분이 보태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묵묵히 할 일을 다 하며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