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논란 속 선임된 구본홍 사장 1년, YTN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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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문제 풀고 ‘공정방송’ 실현해야

2008년 7월 17일. 불과 40여 초 만에 구본홍 씨는 주주총회에서 YTN 새 사장으로 선임됐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특보를 지낸 구 씨는 노조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장 자리에 올랐다. 기습적으로 끝난 주주총회 이후 YTN 노조는 곧바로 구본홍 사장 출근저지 투쟁에 돌입했다. 조합원들은 “‘낙하산 사장’ 반대”를 외치며 싸우고, 또 싸웠다.

그 사이 YTN 기자 6명은 해고됐고, 정직·감봉·경고 등 모두 33명의 조합원들이 징계를 받았다. 이후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노조의 총파업이 진행됐고, 그 와중에 전격적으로 노사 합의가 이뤄졌다. 지난 4월 1일의 일이다. 노사 합의가 이뤄지며 ‘YTN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이후에도 내부 갈등은 여전하다. 구본홍 사장이 선임된 지 1년, 풀리지 않고 남아있는 YTN의 문제들을 짚어봤다.

■ 해고자 복직 - ‘정상화’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

“다수의 조합원들이 옳다고 생각한 문제에 대해 가장 열심히 싸웠고, 앞장섰던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 해고된 이들이 돌아오는 것이 최우선이다.”

YTN 노조 조합원들은 4월 1일 노사 합의는 갈등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했을 뿐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합의 이후에도 YTN 내부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풀리지 않은 ‘해고자’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10월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 등 6명이 해고된 이후 10여 개월이 지났지만, 사태 해결의 진전은 없다.

물론 ‘4·1 합의’ 이후 해고자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해고자 문제를 포함 YTN 노조가 제기한 ‘징계무효소송’에 대해 법원은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조정을 시도, 노사 양측이 합의를 통해 문제를 풀도록 제안했다. 그러나 사측이 조정으로 해고자 문제를 풀 의지를 보이지 않음으로써 결국 조정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로써 지난 14일 ‘징계무효소송’과 관련한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고, 해고자 문제는 이후 법원 판결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양측의 조정 가능성은 남아 있다. 재판부가 조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7월 주주총회 결의의 하자 여부를 심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것이 사측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지난 5월 검찰이 노종면 노조위원장 등 4명의 조합원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 재판 결과가 ‘징계무효소송’ 관련 민사 재판 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가 관심사다. 형사 재판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지만, 기소된 조합원들에게 가벼운 형량이 내려질 경우 사측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오고 있다.

▲ 구본홍 사장 선임 직후부터 지난 1년 여 동안 YTN 노조 조합원들은 ‘낙하산 사장’ 반대와 ‘공정방송 수호’ 등을 외치며 투쟁을 이어왔다. ⓒPD저널
■ 내부 갈등 - 일부 간부들에 대한 불신 여전

지난 1년여에 걸친 투쟁 과정에서 불거진 간부들과 조합원들 사이의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노조는 이미 일부 간부들에 대해 ‘매파’로 규정하고 이들을 노사 화합의 걸림돌로 지적하며 비판한 바 있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은 “일부 매파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문제는 사측이 그런 몇몇 인사들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세력들이 사측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YTN 사태’를 겪으며 중간 간부들에 대한 일반 조합원들의 불신도 크다. 한 조합원은 “중간 간부들이 위의 간부들과 조합원들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느끼는 불신이 크다”고 전했다.

또 다른 조합원 역시 “후배들이 해고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중간 간부들이) 강 건너 불구경한 것에 대한 배신감이 크고, 지금도 일정한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지만 그런 게 없다”면서 “날선 대립은 아니지만 간부들과의 감정의 골이 아직 남아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 공정방송 실천 - 1년 투쟁의 이유

지난 1년여에 걸친 YTN 노조의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은 결국 큰 틀에서는 ‘공정방송’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구본홍 사장이 여전히 YTN 사장으로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공정방송’을 구현할 수 있을지가 YTN 구성원들의 숙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지난 달 10일 체결된 ‘공정방송 협약’이 갖는 무게감은 크다.

공정방송 협약 체결에 따라 상근직으로 전환된 박희천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1년 동안 내세운 당위이자 기본 지향점은 공정방송을 하자는 것이었고, 그걸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해고되는 등 희생 속에서 힘겹게 만들어진 게 공정방송 협약”이라며 “4쪽에 불과하지만 그 안엔 1년 동안 공정방송을 위해 노력해온 YTN 구성원들의 피와 땀이 담겨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간사는 이어 “노사 공정방송위원회가 긍정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사후 처리에 주력하기보다 문제 발생 소지가 있을 경우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조합원 역시 “많은 고통을 겪었던 우리의 싸움이 무의미한 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선언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제 일상 업무에서 공정방송이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낙하산 사장’이 들어왔지만 YTN이 공정한 방송을 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녹여내는 일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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