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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최영기 독립PD

방송 외주정책이 시행된 지 20년이 다 되간다. 그 긴 시간 안에서 처음으로 ‘독립PD(비정규직 방송연출자)의 노동조건과 생활실태’가 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주관으로 조사, 연구됐다. 그리고 지난 7월 10일 ‘비정규직 PD의 노동조건과 생활실태’ 심포지엄이 있었다. 필자는 토론자로 참석했었다. 토론이라기보다는 한풀이(?)만 한 거 같아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종구 성공회대 교수(사회과학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립PD의 노동 조건을 저임금과 장시간 불규칙 노동으로 요약한다. 독립PD의 지난해 평균 임금은 2007년 수준(2721만 원)보다 100여만 원 적은 2619만 원이다(평균 경력 7.8년). AD의 소득은 1200만 원 정도에 그쳤다. 고용보험·건강보험·국민연금·산재보험 등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70% 내외나 됐다.

주당 평균 근로일 수는 5.8일이며 주 5일제로 근무하는 경우는 20.9%에 불과했다. 평균 근로시간은 11.8시간이었고 8시간 이하 근로를 하는 경우는 6.3%에 그쳤다. 또 일주일에 평균 2일 철야 작업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D의 경우 7일 근무가 25.5%에 달하고 35.1%가 일일 평균 13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제작비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직무 범위가 확대될 경우 노동 강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노동 시간의 연장과 불규칙화가 초래된다”며 “직업 생활과 개인 생활의 황폐화는 결국 신규 입직 희망자의 감소로 귀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 성공회대학교 노동사연구소가 지난 10일 오후 3시 세종로 영상미디어센터에서 ‘비정규직 PD의 노동조건과 생활실태’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PD저널
대학생들의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도 방송전문가는 선호하는 직업이다. 아마 이들은 소위 ‘언론고시’를 통해 진입할 수 있는 대규모 방송사의 일자리를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러한 대규모 방송사가 수용할 수 있는 인력은 극히 제한적이며 방송 제작에 꿈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방송사 비정규직이나 독립제작사로 유입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유입된 젊은 인력들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물러선다. 저임금과 고강도의 노동이 독립 PD들의 실상이기 때문이다.

방송 산업을 말 할 때 화두에 <지식 집약적 산업>, <노동 집약적 산업>이라 말한다. 즉, 방송 콘텐츠는 사람이 만든다는 것이다. 방송 노동시장은 창의적이고 재능 있는 젊은 피들이 끊임없이 수혈되어야 하는 곳이다. 이것이 없다면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의 미래는 없다.

방송환경은 이미 외주제작 의무 편성비율을 넘어서 있고, 방송사도 고용의 유연화 및 비용절감을 위해 예전 보다 비정규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과거엔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플랫폼이 지상파 하나였지만, 뉴미디어 시대에 새로운 플랫폼이 계속 등장하면서 지상파 독주의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다. 그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보여 지고 있는 많은 콘텐츠가 독립PD들의 손에서 제작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한다.

즉 방송환경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공정한 분배의 논리와 함께 '윈윈'(win-win)하는 한국 방송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구축되어져야 한다. 그 안에서 방송 독립PD의 안정적인 직군(職群)의 형성과 방송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 최영기 독립PD

영국의 전국언론인노동조합(NUJ: National Union of Journalism: http://www.nuj.org.uk/)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이 없다. 나아가 언론 활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라면 모두를 아우르고, 언론노동자의 대변자로서 창구를 톡톡히 하고 있다. 여기서 대한민국의 언론노조에게 직언을 하고자 한다. ‘방송귀족’ ‘밥 그릇 싸움’이라는 말도 안 되는 오명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노조 안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숨 쉬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 풀리지 않는 숙제로 영원히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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