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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이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부장

지난 22일 한나라당이 변칙 위법적으로 언론악법을 밀어붙이는 의회 폭거를 자행했다. 그러나 KBS는 관련 보도에서 한나라당의 의회 폭거를 제대로 비판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주장을 적극 다루고,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민생행보’를 부각하기까지 했다.

우선, KBS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어긴 방송법 재투표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22일 KBS는 〈대리·재투표 공방〉에서 재투표 문제를 다뤘으나 ‘무효’라는 민주당의 주장과 ‘문제없다’는 한나라당 주장을 나열한 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국회사무처의 입장을 덧붙여 한나라당의 입장에 무게를 실었다. 23일 〈“투표방해”…“무효”〉에서도 “방송법 재투표는 법리 싸움 양상”이라며 “재투표를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의사가 침해당한 것으로 볼 것이냐,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다”고 ‘논란’으로 다룬 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 스스로 불법여부를 가리지 못해 헌법재판소를 찾는 모습이 지금 국회의 위상”이라고 여야를 싸잡아 비난하는데 그쳤다. 방송법 재투표 문제를 적극 다뤄 온 MBC에 이어, 24일에는 SBS도 방송법 재투표의 문제를 보도했지만, KBS는 관련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 7월23일 KBS <뉴스9>
또한 KBS는 언론악법의 문제점을 비판하기는커녕 되레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내용을 적극 보도하기까지 했다. 23일 〈반쪽짜리 법안?〉에서는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지분을 10%로 낮춘 데다,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는 2012년 이후에나 신규 지상파 방송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 “지상파 독과점 구조를 허물겠다는 목표도 틀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문과 대기업이 컨소시엄을 형성할 경우 최대 20%의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고, 현재 대기업들이 6% 안팎의 지분율을 갖고도 전체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실질적인 규제 장치로써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신문구독률과 매체합산시청점유율 등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고 어깃장을 놓고, “내년부터 KBS를 제외한 모든 방송사가 각자 광고영업을 하도록 풀어놓고 KBS에 대한 충분한 재원을 마련해 주지 못하면 1공영 다민영 체제라는 정책목표도 흔들릴 수 있다”며 자사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기까지 했다. KBS는 24일 〈재개정 ‘솔솔’…논란〉에서 다시 대기업·신문의 지분율이 낮고, 규제가 강화됐다는 내용의 한나라당 내 ‘불만’을 전하며 재개정 주장을 전하기도 했다. 

▲ 7월23일 KBS <뉴스9>
심지어 KBS는 의회쿠데타의 주역인 이명박 정부와 여당의 ‘민생행보’를 부각하기까지 했다. KBS는 23일 〈민생행보 주력〉에서 통신요금과 카드수수료 인하, 영세상가 살리기, 악덕사채 근절 등 한나라당이 내놓은 ‘서민 살리기 5대 법안’을 일일이 소개했다. 이어 〈국정 쇄신에 ‘속도’〉(김대영 기자)에서는 언론악법 통과 이후 청와대가 ‘국정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청와대와 내각의 개편, 생계형 사면 단행, 민생행보 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 이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부장
최근 한나라당의 의회쿠데타 상황과 관련된 보도에서 공영방송 KBS는 자신의 역할을 포기하고 심지어 정부 여당의 ‘나팔수’임을 자임하고 나선 모습이다. 공영방송이라면 당연히 언론다양성, 민주주의를 훼손할 우려가 큰 언론악법의 문제를 제대로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KBS는 언론악법 날치기 과정에서 심각한 위법행위까지 저질러 법 효력 자체가 무효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데도 이런 ‘문제’조차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공영방송 KBS의 퇴행적 모습에 참담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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