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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 돋보기] 노조와 경찰의 충돌 프레임은 온당한가

쇠파이프를 휘두른 노조원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의 투쟁방식이 온당했는지에 대해서도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에 대한 경찰의 ‘폭력진압’이 정당화 되는 건 아니다. 5일 쌍용자동차 강제진압에 나선 경찰들은 엄밀히 말해 진압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을 뿐이다.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은 말한다. 이건 진압이 아니라 집단구타에 가까웠다고. 한겨레 허재현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전한 경찰의 진압장면을 보면 당시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일부를 인용한다.

경찰은 진압이 아니라 ‘무차별 폭력’을 휘둘렀다

▲ 8월5일 MBC <뉴스데스크>
“경찰은 넘어진 노조원들을 방패로 이곳 저곳 찍고 발로 차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한 명이 발로 차고, 그 옆에 있던 경찰이 또 방패로 찍고, 분이 안 풀린 다른 경찰이 와서 곤봉으로 또 때렸다. 한 노조원은 정신을 잃은 것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는데도 여러명의 경찰은 계속 때렸다. 경찰에 대항하는 노조원들을 상대로 때린 게 아니다. 무장해제 당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폭행이었다.”

5일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이날 경찰의 진압작전은 적법한 방식으로 수행했다고 보기 힘들다.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는 얘기다. “도망가는 노조원의 목 부분을 방패 모서리로 정확하게 가격”하는 게 정당한 진압인가. 동의하기 힘들다.

“쓰러진 노조원을 경찰 서너 명이 둘러싸고 곤봉과 발로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것도 마찬가지. “무릎을 꿀려 놓은 채 곤봉으로 폭행하고, 쓰러진 노조원의 두 손을 결박하는 와중에 곤봉으로 힘껏 내려치는 것”은 그냥 폭력을 행사한 것이지 공권력을 집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경찰의 진압방식은 정당했나 

▲ 8월5일 KBS <뉴스9>
하지만 5일 KBS와 SBS는 경찰의 ‘폭력진압’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항상 그렇듯(?) 노조와 경찰의 양자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했다는 식의 ‘고전적 프레임’을 사용했다. 방송뉴스의 이 같은 프레임 설정이 온당한가. 동의하기 어렵다.

‘양자 충돌’ 프레임은 노조와 경찰의 폭력을 동일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런 구도에선 경찰의 ‘강경-폭력진압’에 대한 문제의식이 들어설 공간이 없다. 경찰이 테러와 폭동 진압에 쓰는 다목적 발사기까지 동원해서 진압을 해도, 노조원들에게 ‘스폰지탄’을 발사해 노조원들 머리가 찢어지는 상황이 발생해도 ‘양측의 충돌로 부상을 입었다’는 말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녹아 버린다. 현장에서 부상당한 노조원들이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않고 경찰서로 강제 연행되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서울 지상파 방송뉴스에선 이런 상황은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MBC가 경찰의 진압방식을 비판하는 리포트를 내보냈을 뿐 KBS와 SBS는 ‘경찰의 강경진압’이라는 단어 대신 격렬한 충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건 엄밀히 말해 당시 상황을 정확히 전달했다고 보기 힘들다.

모든 공권력은 정당한가 … KBS SBS의 ‘무가치보도’를 비판한다

▲ 8월5일 SBS <8뉴스>
노조원들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하는 방식, 비판 받아야 한다. 그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것이 온당한 방식이었는지 여부는 ‘다른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경찰의 진압방식이 정당했는지 여부도 도마 위에 올려야 한다. 공권력이라고 해서 모든 행위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S와 SBS는 이런 가치판단은 배제한 채 오로지 상황만 열심히(!) 전달하고 있다. 이건 아니다.

MB정부 이후 보수화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조차 “이미 수십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최루액과 화염병 등의 장비 사용과 도장 2공장에 있는 인화물질 때문에 대형 참사가 우려된다. 노조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강제 진압은 자제돼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KBS와 SBS는 이런 정도의 문제의식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방송뉴스, 특히 KBS와 SBS는 노조와 경찰의 충돌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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