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제2의 온에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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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세이] 캐릭터와 리얼리티의 조화가 중요하다

SBS 드라마 〈스타일〉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건 리얼리티다. 패션지와 이를 둘러싼 업계의 세계를 얼마나 현실감 있게 그려내느냐 - 이것이 핵심이라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드라마 〈스타일〉은 원작 백영옥의 소설보다 한발 더 ‘깊이’ 들어가 있다. 소설은 패션지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배경으로 그려질 뿐 내부를 들여다보진 않는다. 주인공 이서정의 로맨스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드라마 〈스타일〉은 패션지와 업계 이야기를 단순 배경으로 설정해 놓지 않았다. 잡지사 내부의 권력관계를 드러내기도 하고, 광고주와 패션지의 이면을 들추기도 한다. 연예계 이면을 들추면서 나름 호평을 받았던 〈온에어〉를 생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 SBS 특별기획 '스타일' ⓒSBS
흥행에 불리한 조건을 안고 출발한 ‘스타일’

사실 〈스타일〉은 객관적 측면에서 흥행에 불리한 조건을 안고 출발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찬란한 유산〉의 후속작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패션업계를 배경으로 20~30대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다는 작품 자체의 설정도 그랬다. 흥행에 유리한 조건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패션이라는 아이템이 젊은 세대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중장년층에 어필할 수 있는 소재는 아니다. 더구나 〈스타일〉은 강남의 청담동이나 압구정동이 주 배경이다. 패션의 최첨단을 걷는 ‘그곳’은 관심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경계의 대상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만 놓고 봐도 〈스타일〉은 마니아들을 위한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많다.

▲ SBS 특별기획 '스타일' ⓒSBS
1∼2회 분에서 보인 이지아(이서정 역)의 ‘연기력 논란’도 흥행에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사실 이지아의 연기는 〈스타일〉 자체만을 놓고 보면 그리 흠 잡을 데가 없었지만, 문제는 이서정이라는 캐릭터에서 〈태왕사신기〉의 수지니와 〈베토벤 바이러스〉의 두루미가 연상된다는 점이었다.

김혜수(박기자 역)의 카리스마와 이지아(이서정 역)의 천방지축을 강조하기 위한 제작진의 의도적 장치였지만, 1∼2회에서는 이런 의도가 부각되기 보다는 이서정 캐릭터의 식상함과 박기자의 카리스마가 주목을 받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설정이라면 류시원(서우진 역)은 어정쩡한 캐릭터가 될 가능성이 많다. 실제 〈스타일〉 1∼2회분만 보면 ‘김혜수의, 김혜수에 의한, 김혜수를 위한’ 드라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릭터와 리얼리티의 조화가 ‘스타일’ 성공의 핵심

하지만 8일 방영된 3회분부터 〈스타일〉은 캐릭터들이 중심을 잡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원작을 ‘창조적으로’ 각색한 제작진의 능력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원작소설은 이서정과 박우진(‘스타일’의 서우진 역)이 이야기의 중심축을 형성하지만, 드라마 〈스타일〉은 다양한 캐릭터들 사이의 갈등과 경쟁을 중심축으로 설정했다. 특히 편집차장 박기자(김혜수)와 편집장 김지원(채국희)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은 상당히 긴장감 있게 그려졌다. 그 긴장의 축을 이어가는 인물은 손병이(나영희) 발행인. 원작에선 볼 수 없는 관계의 축이 새롭게 형성된 셈이다.

이들의 관계를 주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패션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광고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3인의 캐릭터가 주는 긴장감은 리얼리티에 큰 영향을 미친다. 3회분에서 편집장이 이해주(광고주)로부터 돈을 받고 ‘스타일’의 창간멤버이자 디자이너 줄리아 K를 모함하는 기사를 썼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패션지와 광고주와의 관계 그리고 잡지사 내부의 권력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서우진(류시원)을 손병이(나영희) 회장과 ‘이복’ 관계로 설정해 놓은 것 역시 흥미롭다. 서우진은 원작 소설에선 패션업계와는 상관없는 캐릭터였지만, 드라마에선 서우진의 어머니를 모델로 등장시켰다. 자칫 김혜수와 이지아와의 관계에서만 존재감이 나올 수 있는 서우진 캐릭터의 한계를 보완한 셈이다.

이서정의 성장, 어떻게 그려질까

▲ SBS 특별기획 '스타일' ⓒSBS
사실 〈스타일〉 성공의 핵심은 캐릭터와 리얼리티의 조화에 달려 있다. 캐릭터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패션업계의 리얼리티가 떨어질 가능성이 많고, 이야기 자체가 주인공들 위주로 전개될 가능성이 많다. 이는 필연적으로 러브라인을 바탕으로 한 삼각관계로 흐르기 십상. 그렇다고 리얼리티를 너무 강조할 수는 없다. 명심하자. 〈스타일〉의 장르는 드라마이지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아니다.

단정하기에는 이르지만 적어도 3회분까지의 〈스타일〉만 놓고 보면 캐릭터와 리얼리티가 균형감 있게 잘 그려진 것 같다. 여전히(!) 김혜수의 카리스마가 돋보이긴 하지만 주변 인물들 또한 개성 있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 내고 있어 중심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

물론 과제는 남아 있다. 어시스턴트 1년차인 이서정(이지아)의 성장이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여부. 이는 캐릭터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배우 이지아의 과제이기도 하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소유자 김혜수에게 쏠려 있는 관심의 초점을 자신에게 돌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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