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방문진 MBC ‘손보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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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내정설’ 김우룡 이사장 선임…MBC노조 “목숨 건 투쟁할 것”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8기 이사진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의 반발 속에 지난 10일 이사장을 선임하고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했다.

‘뉴라이트’ 핵심 인사들이 대거 진출해 선임 직후부터 정당성 논란을 빚은 8기 방문진 이사진은 “연내 민영화 논의” 등을 언급하는 등 ‘MBC 손보기’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MBC노조는 부적격 인사의 사퇴를 요구하며 “방문진과의 목숨을 건 투쟁”을 선언했고, 엄기영 사장도 “어느 정파, 어느 세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가겠다’”며 정권의 ‘MBC 손보기’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문진은 지난 1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김우룡 이사를 임기 3년의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그동안 언론계와 시민사회에서 제기해 온 ‘이사장 사전 내정설’이 그대로 현실화된 것이다.

이사회가 끝난 뒤 김우룡 이사장은 “열정적으로 일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 앞서 MBC노조가 김 이사장 등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시위 등을 벌인데 대해선 “피케팅도 의사표현의 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존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사장 선임을 완료하고 8기 방문진 이사진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MBC 길들이기’에 본격 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언론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방문진에 대거 포진한 ‘뉴라이트’ 인사들이 MBC 민영화와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PD수첩〉 등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프로그램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며 ‘MBC 손보기’를 위한 기반 다지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PD수첩〉과 〈뉴스데스크〉 등을 ‘편파 보도’라며 비판하고, 신문·방송 겸영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최홍재 이사는 지난 1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편파·왜곡 보도에 대해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며 “MBC 내부에 그런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조사하고 감시할 것”이라고 말해 보도에 대한 간섭과 경영진 문책 등을 시사했다.

차기환 이사도 같은 인터뷰에서 “MBC의 보도, 특히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의 경우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두루 신뢰를 받는 보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개인적으로 ‘보도의 신뢰성’ 회복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BC 민영화’를 위한 군불 때기도 시작됐다. 최홍재 이사는 최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연내 MBC 민영화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우룡 이사장도 지난해 7월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 주최로 열린 ‘MBC 위상정립 방안’ 토론회에서 MBC의 단계적인 민영화론을 주장한 바 있다. 김 이사장은 그러나 11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선 민영화에 반대한다며 “방문진 체제를 가져가야 한다는 데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MBC노조는 “하도 말 바꾸기를 많이 해서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문소현 MBC노조 홍보국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말한 것이라면 자신의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민영화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면 노조로선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진심인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MBC노조는 ‘언론악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MBC 공영성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방문진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방문진이 뉴스 등 프로그램에 간섭하고, 경영진에 대한 압력을 넘어 경영진 해임과 낙하산 사장 투입으로 이어지는 ‘MBC 장악 시나리오’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근행 본부장은 “방문진과 목숨을 건 싸움을 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관변단체를 전전하며 학자로서 부끄러운 이력만 가득한 김우룡 이사와 동지들의 삶을 매도해 온 최홍재이사를 역사의 간신배로 규정하고, 이들을 몰아내는 싸움에 사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야4당과 언론·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언론악법 원천무효와 언론장악 저지를 위한 100일 행동’도 지난 7일 방통위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문진 이사 선임 결과를 규탄하고 공영방송 MBC 사수를 위한 대장정 돌입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번 방문진 이사 선임이 MBC를 식물 방송, 정권의 나팔수 방송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이명박 정권의 더러운 야욕을 방통위가 실행에 옮긴 것”이라며 “공영방송 MBC를 정권의 주구들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정부와 한나라당의 이념을 전파하고 관철시키려는 뉴라이트 인사들이 MBC를 해체하고 프로그램 내용에 일일이 관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단순히 이들의 임명을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공영방송 체제를 지키는 싸움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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