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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복진오 독립PD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직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과의 과거 인연을 회고하며 “그분의 85년 인생은 어찌 보면 우리 현대사의 큰 고비였고, 큰 획으로 남아 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는 기사를 접하고 왠지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은 유신정권시절 당시 <동아일보> 기자로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에 의해 일본에서 납치된 후 생사의 고비를 넘어 극적으로 서울로 생환했을 때 동교동 자택에서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당시 외부 접촉이 철저히 금지된 상태라 동교동 자택 지하실에서 장시간에 걸쳐 납치와 생환과정을 소상히 들었는데 모든 과정이 너무나 생생했기에 지금까지도 꽤 인상 깊었던 인터뷰로 잊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인터뷰는 유신시절이라 기사화 하지 못했으며 현재는 그 기록조차 없다고 했는데 이 내용을 접하면서 도대체 이런 직업정신을 가진 분이 그동안 어떻게 수십 년 동안 기자생활을 했고 지금의 방송통신위원장이 되었는지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내 궁금증이 생겼다. 아무리 암울했던 유신시절이었다지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주인공을 직접 찾아가 취재한 인터뷰를 기사화 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당시 상황이 궁금해졌다. 직접적인 유신정권의 감시와 압력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동아일보> 내부의 게이트키핑(Gate keeping)과정에서 편집권자에 의해 기사가 잘렸는지도 궁금하지만 이보다 더 궁금한 것은 이때 최시중 위원장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하는 것이다. 당시로서 특종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세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던 자신의 인터뷰기사를 보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젊은 기자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런 비슷한 상황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재연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자신이 책임진다며 편집장을 설득하거나 혹은 대들면서 기사를 살려내려는 멋진 모습이 연출되곤 하는데 당시 젊은 최시중 기자도 혹시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까? 몹시 궁금해졌다.

또한 1974년 군사정권이 유신헌법 수호를 위해 1월 8일 대통령 긴급조치 1, 2호를 내려 유신헌법을 반대·부정·비방하는 모든 행위를 보도할 수 없게 되자, 동아일보 기자 180여 명이 동아일보사 사옥에 모여 언론자유를 쟁취하자며 동아자유언론실천선언을 했을 때 같은 동아일보 기자로서 이때 어떤 행동을 했는지 또 그 이듬해 정부의 탄압에 밀려 결국 130여명의 동료 언론인들이 강제해고 될 때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참으로 궁금해 졌다.

특히 요즘 미디어 악법 저지를 위해 길거리에 나선 동아투위와 관련하여 해직된 원로 언론인들을 보면서 당시 최시중 기자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정말로 궁금했다. 1970년대와 80년대 한국 민주화운동의 격동기에 많은 언론인들이 투옥되고 탄압받던 시절, 최시중 기자는 어떻게 살아 왔는지 정말 한 번 알고 싶었다. 이에 대한 자료를 여기 저기 찾아봤지만 전혀 찾을 수 없어 당시 동아투위관련 해직된 원로 언론인에게 직접 알아봤다. 그러자 필자의 궁금증은 단숨에 해결됐다. 당시 최시중 기자는 동아투위가 주도한 언론자유수호 운동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언론이 심각하게 통제 받던 시절 언론인으로서 제대로 소리 한번 질러본 적이 없다는 것인데 이런 사람이 현재 방송통신위원장이 되어 방송계를 온통 통제하고 탄압하니 미디어법 날치기 등과 같은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 복진오 독립PD
이제 방송통제위원장이란 직함이 더 잘 어울리는 그는 지금까지의 파행적 방송관련정책을 펼치면서 이 모두가 방송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조치라며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데 일개 독립PD가 현시점에서 ‘방송 정상화’의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그것은 이미 법원이 신태섭 KBS 이사의 해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고, 정연주 전 KBS사장에 대한 해임이유가 된 배임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한 마당에 이에 대한 현직에서 깨끗하게 물러나는 게 지금까지의 혼란으로부터 방송을 정상화 시키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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