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 “정권 눈치보기 개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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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로그램·뉴스 축소 … “이병순 사장, 비판 수용해 개편 보완하라”

KBS가 가을 개편에서 <생방송 시사360> 등을 폐지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은 “이번 개편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이 약화된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KBS 노조는 18일 발표한 성명에서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이병순 사장이 이번 개편안에 어떤 철학과 비전을 담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시사360> 폐지와 <아침 뉴스타임>의 방송시간 축소 등을 비판했다.

노조는 “2TV <아침 뉴스타임>의 보도시간을 1시간에서 40분으로 대폭 줄이고 비판기능이 전무한 ‘오늘 게시판’이라는 홍보 프로그램을 집어넣은 것은 뉴스시간을 축소하려는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비판 기능의 대명사인 뉴스를 2TV에서 크게 줄인 것은 충격적”이라고 꼬집었다.

▲ <생방송 시사360> ⓒKBS
KBS 노조는 또 “(이번 개편은) PD저널리즘 약화 의도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시사360>과 <30분 다큐> 폐지 등 시사프로그램의 축소는 필연적으로 PD들의 건전한 비판기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노조는 “이병순 사장은 지난 1년에 대한 대내외의 평가에 마음속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정권·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이 축소됐다는 의견과 보도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마음을 열고 되새겨 보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KBS 노조는 “그런 반성의 토대 위에서 이번 개편의 문제점을 보완·해결해야할 것”이라며 “만약 이병순 사장이 연임을 노리고 권력과 자본의 눈치만 보고 프로그램 개편을 재임을 위한 도구로만 활용한다면 이 사장은 이미 공영방송 수장의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비판기능 약화와 정권 눈치보기 개편을 우려한다!
사측이 이사회에 가을 개편안을 보고했다.

근·현대사 기획과 고품격 다큐시리즈, 1TV 정통 대하드라마 복원 등 국가기간 공영방송으로서 KBS의 정체성과 그에 따른 프로그램의 품격에 대한 고민이 일부 담겨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이병순 사장이 이번 개편안에 어떤 철학과 비전을 담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이 약화된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사회에 보고한 가을개편 편성안을 보면, 사측은 국가 발전의 비전을 제시한다며 'KBS명장 일류의 조건’과 ‘이것이 세계 일류’라는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기업CEO나 국가원로의 충언을 듣거나 기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로 KBS의 수뇌부들이 현재 눈높이를 어디에 맞추고 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편성으로 보여져 매우 유감스럽다.

또 정보제공과 함께 비판 기능의 대명사인 뉴스를 2TV에서 크게 줄인 것도 충격적이다. 개편안을 보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는 2TV 아침 뉴스타임의 보도시간을 기존의 한 시간에서 40분으로 대폭 줄였고 대신 <오늘 게시판>이라는 비판기능이 전무한 행사 홍보 프로그램을 집어넣었다. 이럴 경우 실제 뉴스 시간이 20분이나 줄어들고 대신 전국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 등이 무려 20분 동안이나 공중파를 타게 되는 것이다. 뉴스 시간 축소 의도라고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 편성이다.

PD저널리즘 약화 의도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생방송 시사360이 간판을 내리고 ‘생방송 세상은 지금’이란 정보 프로그램이 신설되는 것을 시작으로 ‘30분 다큐’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러한 시사프로그램의 축소는 필연적으로 프로듀서들의 건전한 비판기능을 약화시킬 것임에 틀림없다.

나아가 사측은 2TV에서 정보·문화 프로그램과 풍요로운 삶을 위한 오락·교양 프로그램들을 대폭 강화했다고 이사회에 보고했지만 정작 공영방송의 의무라 할 수 있는 장애와 소외계층,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계획만 있을뿐 이번 가을개편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노동조합은 이병순 사장에게 경고한다.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지난 1년에 대한 대내외의 평가에 대해 마음속으로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권과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이 축소됐다는 의견과 보도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에 대해 마음을 열고 되새겨 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한 서민과 소외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겸허하게 수용하기를 희망한다.

그런 반성의 토대 위에서 이번 가을 개편이 담고 있는 문제점을 반드시 보완.해결해 구성원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편성안이 시청자들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병순 사장이 만약 연임을 노리고 권력과 자본의 눈치만 보고 프로그램 개편을 재임을 위한 도구로만 활용한다면 이 사장은 이미 공영방송 수장의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2009년 9월 18일
KBS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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