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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1TV <낭독의 발견>/ 29일 오후 11시 30분

김사인 (시인) / 소규모아카시아밴드 (가수)

# 노동해방문학 발간인. 시인 박노해. 백무산을 세상에 소개한 장본인. 1970-80년대를 온몸으로 관통한 뜨거운 양심.

# 그러나. 시인 정현종, 소설가 황석영이 “지천명에 이른 지극한 마음” “사슴”이라 표현한 세상에서 가장 낮은 詩人, 김사인

# 숨 막히도록 내달리는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느릿하고 지극한 눈길로 가만히 낮고 작고 힘없는 것들을 보듬다.

# 그의 아름다운 느림을 꼭 닮은 두 젊은이,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복잡한 세상에 사는 우리를 거꾸로, 꿈꾸게 하다!

“바람 불고 /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 김사인 詩 <풍경의 깊이> 中

수줍고 순한 목소리. 느릿~ 느릿, 작고 낮은 존재들을 노래한 김사인 시인의 詩 위에 얹힌다. <풍경의 깊이> 시 낭독이, 헐떡이며 내달리는 시간에게 잠시 숨 돌리자 토닥이듯 낭독 무대 위에 울려 퍼진다. 낭독 선물을 준 이는 바로 김사인 시인.

# 시인 정현종 ‘지천명에 이른 지극한 마음’, 소설가 황석영이 ‘사슴’이라 말한 주인공! 詩人 김사인...낮고 겸손한..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작고, 여린 것들이 이 세상의 주인이라 말하다.

선배 문인들의 표현에 시인은 손을 내젓는다. 자신이 어찌 품위 있는 사슴이 될 수 있겠냐며 실은 ‘세수 안한 노루’라 꾸지람 섞어 불러주신 것이 후에 와전이 되었노라 소탈한 웃음을 짓는 그. ‘이름 모를 작은 풀잎 하나, 작은 돌멩이 하나’에 가 닿은 자신의 마음을 <가만히 좋아하는>이란 자신의 시집 제목으로 말한다. 시인의 첫 시집과 둘째 시집 사이에 쌓인 세월은 19년. 현대 사회의 것과는 조금 다른 시인의 속도로 김사인은 삶의 큰 길에서 조금은 비껴나 있고 조금은 뒤쳐져 있는 것들을 시에 담는다.

“순하게 묵묵히 견디어주는 그 힘들이야말로, 세상을 이쯤이라도 숨을 쉴 만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주인들이에요.”

# 시대의 양심으로, 당국의 눈을 피해 다닌 과거의 시간. 도피 생활속에서 써내려간 시를 통째로 잃은 후, 무릎 푹 꺾인 그 해...오랜 시간 마음속에서 시어를 정제해 지극히 품었다 내어놓는 시인 김사인. 그래도 첫 번째와 두 번째 시집 사이는 너무 멀다. 실은 거의 다 완성된 시집원고를 몽땅 잃어버렸었다 털어놓는 그. 1970~80년대, 당국의 눈을 피해야만 했던 민주 투쟁 시인이었던 그는 원고를 보관할 곳 없어 가방 안에 넣고 다녔다고. 잠시 짐을 내려놓은 사이, 고이 써낸 시는 가방 도둑과 함께 사라졌다. 살아남는 것이 관건이었던 시절... 그저, 난지도 근처 가서 바람 불면 거기서 내 시를 듣지, 생각했건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무릎이 푹 꺾이는 상실의 시간이 찾아왔었노라 고백한다.

# 마냥 순하고 선한... 詩人을 닮은 젊은이들, “제가 아닌, 이 사람들이 사슴” 소규모아카시아밴드! 

다음 무대에서 시인은 윤재철 詩 <아프니까 편하다> 낭독으로 누군가를 소개한다.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 아름다운 느림까지도 시인과 꼭 닮은 순한 두 남녀! 가수 소규모아카시아밴드가 그 주인공. 김사인 시인은 대규모를 표방하는 요즘에 게다가 화려한 꽃도 아닌 ‘소규모 아카시아’란 이름은 아름답지 않느냐 되짚어 묻는다.

이어지는 무대에선 평범하고 작은 일상들이, 가만히 음표를 달고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노래 ♬ <두꺼비>가 되어 녹화장을 가득 채운다. 이들의 소박함, 겸허함이 여린 듯하지만, 복잡한 세상에 사는 우리를 거꾸로 꿈꾸게 하지 않느냐 말하는 김사인 시인. 이어 동요 <고향 땅이 여기서>를 느릿한 그만의 속도로 불러준다. 그리움이 묻어있는 동요 한 자락. 시인의 작은 고향 마을은 댐이 만들어지면서 수몰 되었단다. 고향땅 노래를 천천히 부를 때와 같은 느낌으로 쓴 詩, <아무도 모른다>를 그를 꼭 닮은 소규모아카시아밴드가 낭독 선물로 전한다.

“나의 옛 흙들은 어디로 갔을까 / (…) / 나의 옛 나는 어디로 갔을까, 고무신 밖으로 발등이 새카맣던 어린 나는 어느 거리를 떠돌다 흩어졌을까”
- 김사인 詩 <아무도 모른다> 中

# 시인이란... ‘세상 모든 아픔을 대신 우는 者’

시인의 눈가엔 늘 낮고 작은 것들이 머물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풀들과 길가의 작은 돌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운다 말하는 김사인. 세상에 만연한 요란한 사건들, 목청 큰 주장들, 너무 사나운 옳음의 홍수 속에서 “시인은 대신 우는 자”라 그는 말한다. 작은이들의 작은 아픔과 애환들에도 크게 사무칠 수 있는 자, 그 아픔을 자기 것으로 앓는 자. 그것이 바로 시인이라고... 가만가만 외치는 그. 詩에 대한 마음을 오롯이 적어 내려간 <대상문학상 수상소감>을 끝 낭독으로 들려준다.

“제 시 쓰기가 적으나마 세상의 목숨들을 섬기는, 한 노릇에 해당하기를... 조심스러이 빌고 있습니다.” - 김사인 시인의 ‘대상문학상 수상소감’ 中

단단히 조여진 태엽을 풀어버리고, ‘가만히 좋아하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는 시인 김사인, 가수 소규모아카시아 편 <낭독의 발견>은 9월 29일 (화) 밤 11시 30분 KBS1 채널을 통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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