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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KBS 스페셜>/ 11일 오후 8시

어떤 인연
-전선장과 96人의 난민들


지난 4월 국회 인권상 수상자로 1985년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난민 96명을 구한 전제용씨가 선정됐다. 참치 잡이 원양어선 ‘광명87호’의 선장이었던 그는 인도양에서 조업을 마치고 귀환하는 길에 말라카해협에서 표류중인 베트남 보트피플을 만난다. 망망대해(茫茫大海) 바다 한 가운데에서 전 선장은 어떤 결정을 내렸던 것일까. KBS스페셜은 한 명의 개인으로 96명의 목숨을 구하고, 올해 UN난센상 후보에 올라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전제용씨를 재조명한다.

생사의 갈림길, 전선장의 선택

1985년, 11월 14일 전 선장이 보트피플을 발견한 것은 인도양에서 조업을 마치고 말라카해협을 지날 무렵이었다. 멀리 조그마한 배가 보였고, 쌍안경으로 확인해보니, 보트피플이었다. 전 선장은 일단 간부 선원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뗏목에 의지해 표류중인 목숨이 위태로운 보트피플들 앞에서 전 선장은 어떤 결정을 내렸던 것일까.

▲ KBS 〈KBS 스페셜〉 ⓒKBS
긴박했던 10일간의 동거

전 선장은 배의 속도를 늦추고 배를 돌려 보트피플을 자신의 배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10여명 정도의 사람인줄 알았지만, 구조해 보니 모두 96명이었다. 그중에는 임산부와 어린아이, 지뢰 사고로 발목을 잃은 부상자까지 섞여 있는 상황이었다. 당장 선원을 포함해 120명의 잠자리와 먹을거리가 문제였다. 구조사실을 알리자 회사에선 부정적인 답신이 왔고, 난민 입국을 거부하던 국내외적 상황 속에 전선장의 고민은 깊어졌다.

19년만의 재회

구조된 96인 중 한 사람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간호사 일을 시작한 피터누엔씨. 그는 누구보다 전 선장을 애타게 찾아왔다. 그가 이토록 전 선장을 애타게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85년 당시 폭풍우에 휩쓸리기 직전, 전선장의 배가 나타났고 배 위에서 그가 보여준 배려와 우정을 잊을 수 없었다는 피터누엔씨.

그는 당시 상황과 관련된 일기와 사진, 신문 기사를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며 한국인을 만날 때마다 전 선장을 찾기 위해 매달렸다. 둘의 만남은 2004년 LA 공항에서 마침내 이뤄졌다. 19년만의 만남이었다. 생명의 은인을 넘어서서 지금까지 계속되는 두 사람의 끈끈한 우정,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일까.

우정 넘어선 두 사회의 결속

전선장과 피터누엔의 만남은 미국 내 한인사회와 베트남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전 선장의 용기 있는 행동과 희생이 알려지면서 한국과 베트남 사회뿐만 아니라 미국사회로까지 서로에 대한 우정과 애정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선장의 업적은 미국 내 동포들에게는 자부심을 안겨줬고,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사랑을 실천하는 또 다른 삶

지금 현재 피터누엔은 월요일마다 시에서 제공하는 점심 도시락을 마을 노인들에게 배달해주는 자원봉사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전선장님처럼 자신을 도와준 분을 위해 은혜를 갚고 앞으로도 사랑을 실천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제용씨는 경남 통영에서 멍게 양식업을 하고 있다.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가져다 준 24년 전의 일로 인해 오히려 더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는 전제용씨. 그는 피터처럼 자신을 위해 최소한을 갖고, 타인을 위해 돕는 삶을 살고 싶다고 얘기한다. 한 사람의 인도주의적 실천이 개인을 넘어 또 다른 사랑의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과정을 KBS 스페셜에서 만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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